김상희 의원 “피해자 관리체계 허점, 법원·경찰·지자체 역할 못해”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5살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참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다섯 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관계 기관의 성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건일지’를 구성해 본 결과 참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최소한 다섯 번 있었다고 21일 밝혔다.

김 의원은 참극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로 ▲계부가 피해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를 위반했을 때 ▲피해아동 보호명령이 만료됐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피해아동 가정 복귀 결정을 내렸을 때 ▲피해아동이 보육원을 퇴소했을 때 ▲피해아동이 가정에 복귀한 직후 등을 꼽았다.

사건일지에 따르면, 지난해 7월16일 인천가정법원은 A(5)군에 대해 1년간 보호명령을 내렸다. 가해자인 계부 이모(26)씨에 대해 접근제한 및 전기통신제한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같은 해 8월6일 친모와 함께 A군이 있는 보육원에 찾아가 면회를 하겠다며 폭언과 위협을 가했다.

당시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법 위반 여부를 문의했으나 법원은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위반했을 때 경찰 신고를 통해 접수하면 새로운 사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안내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해 9월15일 이씨의 보육원 무단 접근이 재차 발생, 아보전은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접근 금지를 위반하면 안 된다”는 구두경고만 했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피해아동 보호명령 결정 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을 어긴 이씨에 대해 법원은 방치했고 경찰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법원과 경찰이 법에 따라 조치했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김 의원은 올해 7월15일 만료된 A군에 대한 보호명령이 연장됐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육원은 이씨의 접근 금지 위반 사례와 폭력적 성향 등을 고려해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법원과 A군의 국선변호인은 보호명령 연장을 직권으로 하거나 연장 청구를 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보호명령은 1년까지만 허용하나 판사의 직권 또는 변호사 청구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다.

김 의원은 “법원은 계부가 보호명령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고 아보전으로부터 특이사항 내지 아동학대 재발생 위험성 등에 대한 의견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권 연장을 안 했다”며 “아보전이 문의까지 했지만 법원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8월13일 친모가 A군의 가정 복귀를 신청한 뒤에도 각 기관들 조치와 대처는 미흡했다.

아보전은 같은 달 21일 피해아동 가정복귀 의견서를 미추홀구에 내면서 “재학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향후 상담 등을 약속했다”며 사실상 시설 퇴소를 요청했다.

여기에는 이씨가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했고 보육원 관계자에게 폭언과 위협을 가했다는 사실은 빠져 있었다. 재학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피해아동의 입장보다는 이씨의 태도를 중심으로 판단한 것.

미추홀구는 같은 달 28일 법에서 정한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아보전의 의견서를 근거로 시설 퇴소를 최종결정했다.

김 의원은 “아동복지심의위가 열려 전문가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퇴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면 퇴소가 일사천리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씨는 A군이 가정에 복귀 하자마자 심리치료와 부모교육을 중단했다. 아보전은 제재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전화통화만 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가정 복귀 아동에 대해 사후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만 5세 아이가 계부에게 맞아서 사망하기까지 법원, 경찰,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끔직한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건부터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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