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동물보호법 위반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동물학대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반려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반려동물 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

동물보호·복지 의식이 성숙하지 못해 동물학대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현행 동물보호법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시 애조로 연동교차로에서 차량 뒤에 개 두마리를 묶어 끌고 다니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동물친구들>
제주시 애조로에서 백구 두 마리가 SUV 차량에 매달린 채 끌려가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제주동물친구들>

◆또 동물학대..‘솜방망이 처벌’에 반복되는 동물학대

제주도에서 자신이 기르던 개 두 마리를 SUV 차량에 매달고 약 4km를 내달린 50대 남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26일 오후 6시17분께 제주시 애조로에서 ‘개를 훈련시킨다’는 명목으로 목줄을 채운 백구 두 마리를 자신의 승용차 뒤에 묶은 뒤 약 4km를 주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A씨는 개들이 승용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바닥에 끌려가는 와중에도 300m 가량을 더 주행하는 등 동물학대 행위를 이어갔다.

해당 사건은 한 시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주도에서 백구 두 마리가 차량에 묶여 끌려다닌다”며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해 알려지게 됐다. 이에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은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경찰은 학대를 당한 개들의 행방을 쫓았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개들이 도망쳐서 어디갔는지 모른다”며 “개를 훈련시킬 목적이었고 학대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동물학대 혐의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월 제주시에서 택시에 탄 후 담배를 피우려다 이를 제지하는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협박했다. 또 5월에는 제주 시내에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58%의 만취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개들이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수의 폭력 전과가 있고, 누범기간 중 다시 수차례 범행을 저질러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동물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5일에는 건물 4층에서 창밖으로 고양이를 밀어 떨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과 동물활동가 ‘나비네’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30분께 마포구 망원동의 5층짜리 건물 4층 창문에서 고양이가 누군가에게 떠밀려 추락했다.

당시 상황이 촬영된 동영상에는 고양이가 4층 창문 밖에서 위태롭게 서 있다가 누군가 밀어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이 찍혔다. 영상을 촬영한 시민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고양이는 사라졌고 가림막은 찌그러져 있었다.

‘나비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동물보호활동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해당 건을 경찰청에 고발, 경찰청은 고발된 사안을 관할인 마포경찰서에 배당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와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매년 동물학대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동물학대 재발 방지와 생명 존중을 깨닫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동물보호법 위반 기소송치, 최근 5년간 2.2배 ↑

한편, 최근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동물학대 유튜버 사건 등으로 동물학대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인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동물보호법 위반 기소 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 송치된 인원은 총 1908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4년 262명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 ▲2017년 459명 ▲2018년 592명으로 5년 새 무려 2.2배 증가했다.

다만 위반 사례 중 ‘구속 기소’가 된 경우는 3명뿐이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불구속 기소’ 처리됐다.

특히 구속 기소된 인원 3명 중 1명은 지난해 강아지 79마리를 굶겨 죽인 펫숍 업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강아지 79마리를 아사시킨 펫숍 업주는 사안이 중대했기 때문에 구속 기소된 것”이라며 “동물학대의 경우 형량이 낮아 경범죄에 속하고 단지 재물 손괴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대부분 구속 기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반려견·반려묘 등 과거와 달리 동물을 하나의 가족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지만 관련법과 제도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인원이 급증하고 동물학대 처벌 강화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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