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미래 협상서 특혜 주장하지 않을 것”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 농민 피해 보호대책 병행 계획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정부가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농업 분야 개발도상국으로서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WTO 개도국 논의 대응 방향’을 확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및 WTO 개도국 논의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및 WTO 개도국 논의 대응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사진=뉴시스>

홍 부총리는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우리 농업이 민감 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 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 분야에서 예외적으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경제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불공평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한국에 이달 23일까지 WTO에서의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결정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결정에 배경에 대해 대외적 위상과 개도국 특혜와 관련한 대외동향, 우리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했다.

우리나라는 WTO 164개 회원국 가운데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회원국’ ‘OECD 회원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 한국을 포함한 단 9개 국가만 이를 모두 충족한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개도국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설명으로, 개도국 특혜 관련 결정을 미룰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홍 부총리는 “한국과 경제 규모와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등 다수 국가들도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며 “개도국 특혜 결정을 미룬다고 해도 향후 WTO 협상에서 한국에 개도국 특혜를 인정해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없이 유지할 수 있다”면서 “당장 국내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미래 협상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 부총리는 농업계의 반발이 큰 만큼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 각종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내년 예산안에 직불금 관련 금액을 8000억원 늘린 2조2000억원으로 증액 반영했다.

아울러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 안전을 위해 농업재해보험 품목도 확대하고, 지역 단위 로컬푸드 소비기반 마련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청년·후계농 육성책도 마련된다. 최대 3년 동안 월 80만~1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제도와 농지은행 등 관련 대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농업은 우리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산업이며 경제의 근간”이라며 “항상 눈과 귀를 열고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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