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결핵진단기기 대규모 입찰 공고 후 국내 대리점에 계약해지 통보
입찰 단독 응찰해 유통마진 수취..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4000만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인 퀴아젠코리아(유)가 공공기관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기 위해 거래상 지위를 남용, 국내 대리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의 입찰을 앞두고 퀴아젠코리아가 자신의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대리점과의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결핵진단기기 제품 공급을 거절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공뉴스DB
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공뉴스DB>

퀴아젠코리아는 결핵진단기기 등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자다. 모회사인 퀴아젠으로부터 결핵진단기기를 수입해 국내 대리점(독점)에게 공급하고, 국내 대리점은 이를 질병관리본부·병원 등에 공급해 왔다.

결핵을 진단하는 방법은 피부반응검사(Tuberculin Skin Test, 점유율 60%)와 혈액검사(Interferon-gamma Release Assay, 점유율 40%)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퀴아젠코리아는 혈액검사 방식의 결핵진단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퀴아젠코리아의 결핵진단기기는 2005년 이후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2014년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은 39% 수준이었다.

특히 2015년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이후 공급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퀴아젠코리아와 국내 대리점은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10월경 계약금액 25억원 상당의 결핵진단기기의 대규모 발주를 예고하자,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결핵진단기기 공급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11월24일 해당 품목에 대한 입찰 공고를 했고, 퀴아젠코리아는 다음날인 25일 대리점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제품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퀴아젠코리아와 국내 대리점의 계약만료일은 제품등록일(2014년 6월)로부터 2년6개월로, 계약기간은 1년 이상 남아있던 상황.

또한 계약해지 통보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계약서 규정에 따라 3개월이 지나야 계약이 해지되는 것임에도 퀴아젠코리아는 계약해지 통보 직후부터 국내 대리점에 대한 제품 공급을 거절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리점은 질본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고, 퀴아젠코리아가 그 입찰에 직접 단독 응찰해 대리점이 얻을 예정이던 유통마진을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퀴아젠코리아는 2013년 3월경 체결한 대리점과의 계약이 2015년 6월경 이미 만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계약서 작성 경위, 회사 내부메일 등 증거자료, 관련된 민사법원 결정문 등을 확인한 결과, 퀴아젠코리아가 계약기간 중 계약해지를 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퀴아젠코리아의 행위는 중도 계약해지라는 부당한 방법으로 국내 대리점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공공기관의 입찰을 앞두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국내 대리점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제품 공급을 거절함으로써 대리점의 입찰기회를 잠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퀴아젠코리아는 질본 입찰에 대리점을 배제하고 자신이 직접 응찰하면서 입찰가격을 낮추지도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 대리점은 그간의 고객 확보 노력을 상실하고 남은 계약기간 동안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을 박탈당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가 제품을 공급함에 있어 국내 대리점을 부당하게 배제하고 자신이 그 이익을 독식하는 행위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우위에 있는 본사가 자신과 거래하는 대리점에 대해 부당한 방법으로 불이익을 끼치는 행위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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