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실검 띄우기:정치 여론전·기업 마케팅 악용→입법보다 사업자 자율 규제 목소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현재 이슈는 뭘까?’라는 궁금증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를 클릭해보면 막상 광고뿐이라 허무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각종 광고 키워드가 실검 1위에 오른 이유는 토스, OK캐시백, 캐시슬라이드 등 각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행하는 ​퀴즈 이벤트 때문이다. 실검은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보다 갑자기 검색량이 급증한 키워드를 보여준다. 실검 순위가 포털 메인 화면에 공개되면 막대한 검색 트래픽이 발생하고, 트래픽이 많을수록 해당 사이트의 광고 수익이 증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실검이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실검 1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될 정도. 이런 상황에 홍보 효과를 노린 업체나 광고 수익을 노린 언론사들이 실검에 목을 매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

포털 사이트들의 실검은 IT시대에서 여론을 확인 또는 주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실검 순위에 상품명이나 업체의 판촉 이벤트 등 광고성 키워드로 의심되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업계에서 성행하는 ‘퀴즈 이벤트’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나 쿠폰을 상품으로 걸고 특정 브랜드와 연관된 퀴즈를 내면 다수의 이용자가 정답을 맞히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게 된다.

그 결과 해당 키워드가 실검으로 급상승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업체가 알리고 싶은 상품이나 이벤트를 대중에게 노출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여기에 수많은 온라인 미디어들이 ‘실검 기사’를 쏟아내기 때문에 부수적인 효과도 누리고 있는 것.

업체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으나 포털 사이트 이용자들은 큰 불편을 겪으며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비용대비 효과가 좋은 광고 방법이라도 실검 광고에 대한 대중의 피로를 고려하며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네이버·카카오, 광고로 뒤덮인 ‘실검’에 대책 마련 분주

대중들이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앞으로 이용자가 급상승 검색어 차트를 열면 동년배들이 많이 본 검색어가 가장 먼저 표출되도록 실검 서비스 일부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실검 순위에 지나치게 관심이 쏠리며 사회 이슈로 부상하자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네이버는 오는 31일부터 모바일 버전에서 로그인 한 이용자가 실검 차트를 열면 같은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검색어부터 먼저 표출되는 방식으로 바뀐다고 30일 밝혔다.

기존 전체 연령대의 급상승 검색어가 먼저 보인 것과 달리 연령대가 가장 많이 찾는 검색어 차트가 우선 보이게 된 것. 20대 사용자에게는 해당 연령대가 많이 찾은 검색어 차트가, 40대 사용자에게는 동년배 인기 검색어가 먼저 보이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현재는 전 연령층이 동일한 실검을 확인해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네이버는 앞으로 연령대마다 다른 검색어를 확인해 집중도 분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를 비롯해 각종 포털 사이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실검 조작’ 논란과 악성 댓글에 고통을 호소하다 생을 마감한 고(故) 설리의 사망 등을 계기로 역기능 문제에 휩싸였다.

또한 광고성 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수차례 제기됐다. 실제 일부 기업은 상품과 관련된 초성퀴즈를 내고 이용자들이 특정 시간에 그 이름을 집중 검색하도록 유도했다.

앞서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전면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올해 9월1일부터 19일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검 키워드 분석 결과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 퀴즈 이벤트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국감에서 “지금은 너무 전체값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연령대별로 나눈다든지, 좀 더 개인 요구에 맞는 형태로 개편해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대처는 포털 다음이 실검 논란이 불거진 뒤 서비스 전면 개편을 추진하면서 폐지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나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다음은 검색어 순위에 상업성·광고성 문구가 오르는 것을 사전 차단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검색어의 상업성 등에 관한 판단은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2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하고 뉴스 서비스도 언론사 구독 기반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댓글 서비스의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음은 댓글에 혐오·인격 모독성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 등도 인격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다음의 뉴스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여 대표는 “오랜 논의를 거쳐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구독 기반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자는 방향을 잡았다”며 “그에 맞춰 새로운 플랫폼 준비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자료=리얼미터>

# 포털 ‘실검 순위’, 폐지 47% vs 유지 38%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이벤트명이 실검 상위를 차지하는 것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포털 사이트의 실검 순위 서비스에 대해 ‘폐지’ 여론이 절반 가까이로 ‘유지’ 여론보다 다소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포털 사이트 실검 서비스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광고나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 많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7.4%로 집계됐다.

반면 ‘사회적 관심 주제를 알려주는 정보이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8.6%로, ‘폐지’ 응답이 ‘유지’ 응답보다 오차범위 한계선인 8.8%포인트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름/무응답’은 14.0%였다.

세부적으로 ‘폐지’ 여론은 충청권과 대구·경북(TK), 호남, 부산·울산·경남(PK), 서울, 50대와 20대, 40대, 60대 이상, 보수층과 중도층, 한국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절반 이상이거나 다수였다.

경기·인천과 30대, 진보층,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폐지’와 ‘유지’ 양 인식이 팽팽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지’ 응답은 지역별로 대전·세종·충청(폐지 52.8% vs 유지 30.5%), 대구·경북(52.0% vs 34.6%), 광주·전라(47.6% vs 35.6%), 부산·울산·경남(48.0% vs 40.6%), 서울(46.5% vs 39.9%), 연령별로 50대(53.9% vs 32.9%), 20대(51.1% vs 41.6%), 40대(45.9% vs 40.3%), 60대 이상(41.9% vs 32.4%)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념성향별로 보수층(폐지 48.9% vs 유지 34.4%), 중도층(48.0% vs 38.3%), 지지정당별로 한국당 지지층(54.8% vs 31.1%)과 무당층(40.6% vs 31.8%)에서 절반을 넘거나 다수였다.

경기·인천(폐지 43.2% vs 유지 42.5%)과 30대(46.1% vs 50.3%), 진보층(47.8% vs 44.9%),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6.3% vs 42.5%)에서는 ‘폐지’와 ‘유지’ 두 인식이 비슷했다.

이번 조사는 1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8689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 5.8%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으로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2회 콜백)을 나타냈고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토스 행운퀴즈’ 실검 영향 최소화..새 가이드라인 도입

한편, 최근 네이버의 실검 순위 상위권은 대부분 ‘토스’와 연계된 기업들의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포털 사이트 이용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행운퀴즈’ 운영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포털 실검(실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2월 출시한 ‘토스 행운퀴즈’는 퀴즈 형식을 통한 송금서비스 확장의 일환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서비스다.

출시 후 큰 인기를 끌면서 기업의 참여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기업형 행운퀴즈 서비스로 진화했다. 현재 기업형 행운퀴즈 참여 인원은 건당 평균 22만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기업형 행운퀴즈 진행 시 각 기업 퀴즈 페이지에서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포털에서의 검색을 제안했던 탓에 정답이 포털 실검에 수시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 논란이 됐다.

이에 토스가 도입한 새 가이드라인은 검색 제안 문구 대신, ‘힌트 확인하기’ 버튼을 눌러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나 별도의 프로모션 페이지에 직접 연결, 검색 없이도 정답을 찾고 기업이 원하는 페이지에 도달하도록 안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토스는 기존 제휴사와 계약이 일부 종료되는 11월부터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향후 추이를 확인하며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토스 관계자는 “기업형 행운퀴즈는 금융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에게 기업에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효과적으로 소개한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관련 내용이 수시로 포털 실검에 오르는 등 불편함을 호소하는 의견이 있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이라며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참여 기업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새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e-커머스 기업 외에도 중소 프렌차이즈나 식품,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포털 검색어의 허점을 노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실검 변동에 적잖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검에 등장하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실검’을 장악하려 들고 있다.

중요 정보를 전달하던 실검의 기능이 단순 기업들의 단기 매출 상승을 위한 이벤트 도구로 전락해버린 셈.

현 시대의 포털 사이트들은 엄연히 ‘언론’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의 규제와 통제를 극복하고 스스로 저널리즘을 복원해 대중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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