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앱 통해 주장 제기..과거 비슷한 사건에 직원 정직 6개월 처분
매년 성희롱·성폭행 논란 도마 위, 정치권 등 잇단 지적에도 나몰라라?
직원 일탈에 혁신 강조 취임 일성 ‘공염불’..리더십 문제 대두 가능성 ↑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에 찍힌 ‘성범죄 공기업’이라는 낙인을 지우기 힘들어 보인다.

직원들의 성 비위가 잇따르면서 이미 수차례 뭇매를 맞은 가운데 한수원 내부에서 또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수년 전부터 끊이질 않는 성범죄 이슈로 한수원은 곤욕을 치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년 양성이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양성평등 실천 다짐대회를 개최하고 2017년에는 양성평등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범죄 근절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기조에는 엇박을 내고 있어 더 큰 비난을 면치 못하는 모습.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기관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원칙과 신뢰를 경영 방침으로 내세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외침은 보여주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뉴시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뉴시스>

◆한수원, 또 스토킹 피해 주장..직원 성 비위에 관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한수원에서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글이 게재됐다.

한수원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직장 내에서 자꾸 만나달라고 하루에 수십 통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서 다 무시했는데, 어느 날은 회사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집 앞까지도 쫓아왔다”며 “경찰에 신고한다고 소리까지 쳤는데도 그 이후로도 메시지가 수십통씩 오고 차에 장문의 편지를 두고 갔다”고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며 “‘더 이상 그러면 범죄다. 다시 한 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스토커는) ‘그럼 죄지은 김에 다시 한 번 짓겠다’고 답장이 왔다”고 말했다.

A씨는 “너무 소름끼쳐서 (스토커가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게) 차단했다”며 “그런데 이후로도 계속 차 앞에 편지를 두고 가고 너무 무섭다. 하루하루 찾아올까봐 무섭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고 불편함과 불안함을 토로했다. 

한수원 내부에서 발생한 스토킹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7년 한수원 대리급 한 직원은 수년간 같은 팀 여직원들에 대한 스토킹을 일삼아 정직 6개월의 징계 조치를 받았기도 했다.  

문제는 한수원에서 발생하는 직원들의 성 비위는 비단 스토킹만이 아니라는 점.

회식자리 등에서 소속 부서 부하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일삼고, 또 여직원의 엉덩이를 종이컵으로 수차례 찌르는 등 한수원 임직원들의 성희롱·성추행은 논란은 매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성범죄는 국회 국정감사에도 지적 사항으로 거론되면서 정치권의 질타도 쏟아졌다. 하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공공기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공분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

◆최근 5년간 성희롱 발생 ‘최다’ 공기업..징계 셀프 경감도 1위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28곳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한수원의 성 비위 문제는 눈에 띄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한수원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 건수는 23건으로 조사대상 전체기관들 중 가장 많았다.

또한 3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의 징계처분 결과에는 성희롱 등이 포함된 ‘부적절 처신’이라는 사유가 유독 많다. 부적절 처신 징계 건수는 올해 3분기까지 18건, 지난해 1년 동안 총 32건이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징계를 받았는지 세부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공시된 올해 내부복무감사 결과에서 지방법원 판결에 따라 성 비위가 확인된 직원 1명이 징계를 받았다는 내용과 성희롱 행위 및 직장 분위기를 저해한 사실이 확인된 2명을 징계했다는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비위를 저지른 임직원의 징계 수위를 스스로 낮추는 ‘셀프 경감’ 최다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산자중기위 소속 61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 한수원은 셀프 감경이 확인된 적발된 42개 기관 중 54건으로 최다였다.

정 의원은 “자체 기준에 의한 이른바 셀프 감경 제도는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한수원 조직문화를 꼬집으면서 성범죄에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들린다. 게다가 셀프 경감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 관행도 직장 내 성범죄가 근절되지 못하는 것에 한 몫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8년 12월20일 한국수력원자력 양성평등 실천 다짐대회에서 정재훈 사장이 CEO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18년 12월20일 한국수력원자력 양성평등 실천 다짐대회에서 정재훈 사장이 CEO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원칙’ 강조 정재훈 사장, 직원 잇단 일탈에 리더십 ‘흔들’

한편, 2018년 4월 사장으로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한 정 사장은 “원칙이 바로 선 한수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의 성범죄 일탈 행위로 정 사장의 취임 일성도 공염불이 되고 있는 형국.

아울러 양성평등 실천 다짐대회를 개최한 자리에서는 “남녀 모두가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수수방관 하는 듯한 모습에 더 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한수원의 기업문화는 혁신은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뒷말도 나오면서 정 사장의 리더십도 대두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담당자가 부재중이다. 연락 드리겠다”고 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이에 본지는 다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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