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너도나도 법안 발의에 뛰어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제21대 총선 공천을 위한 민주당의 당내 국회의원 평가 작업이 오는 4일 시작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의원평가 항목에 법안 발의, 토론회 개최 건수 등을 포함시키면서 점수 반영 마감일인 이날 무더기 법안이 쏟아져나온 것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월31일 하루 발의된 법안은 총 185건이다. 이들 법안 중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은 181건이다.   

이보다 하루 전인 30일 발의된 법안까지 더하면 모두 320여건으로, 이는 1년 전(약 130건)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위원장 대표 발의와 야당 의원의 발의 법안은 단 10건도 안 된다.

앞서 민주당 선출직공직자 평가위원회는 9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제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세칙’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당 현역의원 평가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평가는 이달 4일부터 내달 23일까지 50여일간 진행되며, 평가 기간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7개월간이다.  

최종평가 기준은 ▲의정활동(34%) ▲기여활동(26%) ▲공약이행 활동(10%) ▲지역활동(30%) 등 크게 4가지다.

이번 평가 결과 하위 20%에 포함되면 내년 총선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20% 감산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당 평가위가 의정활동의 경우 대표발의 법안의 수, 대표발의 법안의 입법완료 건수, 대표발의 법안의 당론법안 채택 건수 등을 지표에 넣기로 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앞다퉈 내놓은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물갈이 공천’을 피하기 졸속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많은 성과가 필요한데, 그동안 채우지 못한 실적을 벼락치기로 처리하면서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발의 폭주와 관련해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많이 활동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달 29일 익명의 글쓴이는 ‘여의도 옆 대나무 숲’ 페이지에 “저쪽당의 헛발질이 흥하니, 이쪽당의 헛발질도 한번 짚고 넘어가 봅시다”라고 운을 뗐다.

이 글쓴이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앞두고 있는데, 평가 내용이 참 가관”이라며 “어떻게 법안 발의 갯수, 토론회 개최 실적, 트윗질/페북질을 얼마나 했는지로 국회의원을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어 “그대들 덕분에 지금 각 의원실에서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라곤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법들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고 있다”며 “‘토론회를 위한 토론회’에 보좌진의 노동력과 국민의 세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건 알고나 계시느냐”고 비판했다.

글쓴이는 “물론 ‘그 평가지표들은 전체 평가지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겠지만, 공천에 목맨 우리 영감님들 귀에 그런 말이 들어나 갈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당은 이상한 법안이라도 법안 발의 갯수만 채우고, 내용도 없는 토론회라도 개최만 하면 ‘좋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선동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20대 국회는 일 안하는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은 상황. 그만큼 국민들에게 국회의원들은 하는 일 없이 정쟁만 일삼는 이들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이 내놓은 이번 법안들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법안 발의 자체가 의미 없음에도 불구, 쏟아낸 법안들은 그저 제 밥그릇 사수를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의 이번 무더기 법안 발의 이슈는 시간이 흐르면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 하지 않았음을 의원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고쳐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웃픈’ 상황은 반복될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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