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공사, 채점 오류 알고도 1년간 방치..불합격 43명 추가 합격 및 배상 실시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지난해 치러진 2019학년도 사관학교 입학생 선발 1차 필기시험에서 채점 오류가 발생해 43명의 수험생이 탈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육군사관학교(육사)와 공군사관학교(공사)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1년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

국방부는 사과의 뜻을 밝히며 자체 감사와 함께 필요시 수사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1일 서울 국방부에서 ‘사관생도 필기평가 채점 오류’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방부는 불합격한 43명을 전원 권익 구제한다고 1일 밝혔다.

최종 당락이 뒤바뀐 1명은 최종합격 처리됐고 필기시험 성적이 뒤바뀐 42명에겐 기존 일정과 별도로 다음달 2차 전형에 응할 수 있게 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28일 시행한 2019학년도 사관학교 입학생 선발 1차 필기시험에서 문제지 표기 배점과 다르게 채점이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채점 오류를 정정하면 1차 시험 합격 대상이 되는 42명을 1차 시험 합격 조치한다”며 “이 중 최종합격 대상이 되는 1명에 대해서는 최종합격 조치하고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채점 오류는 지난해 4개 사관학교(육군·해군·공군·국군간호)가 공동 출제한 1차 필기시험 중 국어 과목의 2개 문항에서 발생했다. 시험지에 각각 2점과 3점으로 표기된 문항이 채점표에는 각각 3점과 2점으로 기재돼 있었던 것.

문제는 각군 사관학교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8월13일에 발견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제때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채점 오류는 당시 공사선발과장이 발견해 다른 사관학교와 공유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문제지 표기 배점을 기준으로 해 문제가 없었으며 해군사관학교는 채점 오류로 1차 시험에 불합격한 13명에게 추가 합격 사실을 즉시 통보해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육사와 공사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전형을 마쳤다. 이로 인해 43명의 수험생이 억울하게 탈락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달 국회의원 국정감사 요구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인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와 함께 지난달 14일 본격적인 감사를 실시해 불이익을 받은 이들을 확인, 이날 발표가 이뤄졌다.

지난 2월2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9기 입학식.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감사 결과 추가합격 대상자는 육사 19명, 공사 24명 등 총 43명이다. 대상자 중 공사 응시자 1명은 1차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최종 합격자 선정 시 잘못 채점된 1차 시험점수 1점으로 인해 탈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이 수험생은 바로 최종합격 처리하기로 했다.

나머지 42명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2020학년도 입시 일정과 별도로 다음달부터 면접과 체력검정, 신체검사 등 2차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최종 합격된 인원은 2020학년도 입학생과 같이 내년 1월에 사관학교에 입교하며 2020학년도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이들에 대한 최종합격자 선정 기준은 올해가 아닌 지난해 합격 점수를 적용한다. 수능 성적은 2019학년도 성적을 반영하면서 2019학년 수능 성적이 없으면 2020학년도 성적도 제출 가능하다.

추가합격 조치와 별개로 대상자들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금 신청이 가능해 개별 통보 시 배상금 신청절차도 안내 된다.

국방부는 “입시관리에 있어 오류가 생긴 점에 대해 매우 엄중하고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수험생 및 학부모님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방부는 채점 오류 발견 뒤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은폐 의도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 시 수사를 진행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방침이다.

채점 오류로 불합격된 인원에 대해 구제방안을 마련하긴 했으나 피해자들의 혼란과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자세한 사고 경위와 은폐 의혹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제도 손질을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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