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공공돋보기
[공공돋보기] 뒤늦게 권리 찾은 ‘플랫폼 노동자’
고용부, 배달 앱 라이더 근로자로 첫 인정..노동시장 파장 촉각
2019. 11. 06 by 이상명 기자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장에 따라 배달 앱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들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그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고 고용 관계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노동권과 안전을 보호받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최근 개인 사업자로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해 온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요기요’ 배달원을 근로자로 첫 인정 했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근로자 여부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있는 상황에서 배달 앱을 통해 일하는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정부의 판단이 나오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플랫폼 '요기요' 배달직원들이 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위장도급 행태에 대한 사과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배달 플랫폼 ‘요기요’ 배달원들이 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위장도급 행태에 대한 사과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정부, 배달 앱 ‘요기요’ 라이더 근로자로 첫 인정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은 플라이앤컴퍼니㈜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 기사들이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제기한 진정 사건에서 이들을 근로자라고 판단하고 지난달 28일 그 결과를 진정인들에게 통보했다.

플라이앤컴퍼니는 배달주문 서비스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자회사다.

앞서 요기요 배달원들은 사측이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명시해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위장도급 형식으로 지휘 및 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배달원 5명은 정해진 장소에 출퇴근할 의무가 있고, 특정 지역에 파견 업무 지시 등을 받고 있다며 8월 초 고용부에 근로자 인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기본급 외에 주휴·연장·야간·휴일 수당으로 하루 4만1400원씩 체불 임금이 발생했다면서 이에 대한 지급도 요구했다.

이에 요기요 측은 배달원과는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휘 및 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형태, 계약 내용 등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고용부는 해당 사안의 구체적인 업무형태, 계약내용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돼 근로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판단 근거로는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근무시간·근무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 ▲출·퇴근 보고 등을 들었다.

다만, 고용부는 휴게시간 등을 제외한 후 급여를 재산정한 결과 체불금품이 없어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해당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배달 대행기사의 업무 실태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사건 이외의 다른 배달기사와 사업자의 관계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배달 라이더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체불 임금 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배달원들은 노동청이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는 점을 들어 요기요 측에 “부당한 체금 임금을 즉각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

이와 관련, 요기요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서울북부지청에서 자사의 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며 “라이더들의 체불 임금 등에 대한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고, 별도의 시정조치도 내려진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라이더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진정을 제기한 라이더들과 대화를 갖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7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라이더유니온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는모습.
지난 10월 7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라이더유니온이 주최한 ‘4차산업혁명에 안전은 없다’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플랫폼 노동자들의 숨은 그늘..지각변동 예고 ‘촉각’

한편, ‘플랫폼’이란 디지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즉,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시장으로 해석된다.

걸어 다니는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전 국민의 손에 보급되면서 플랫폼은 하나의 커다란 온라인 시장처럼 수요와 공급을 결정짓는 의미가 됐다. 플랫폼 노동자란 이런 환경에서 노동을 거래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노동 형태와는 다른 구조를 갖는다. 회사와 근로자 간의 신뢰로 여겨지는 근로계약 대신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위탁계약을 맺는 구조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로는 이번 배달 기사 진정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요기요 외에도 배달의 민족, 쿠팡 잇츠 등이 있다.

해외 업체로는 우버를 꼽을 수 있다. 우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운송 네트워크 회사로, 차량 소유주와 승객에게 정보를 제공·공유해주는 차량 중개업체다. 승객이 이용 후 비용을 지불하면 중개 수수료를 떼어가는 식이다.

그동안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 노동은 고용이 아닌 중개이기 때문에 현행 근로자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배달 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배달 기사들은 배달 중 사고로 몸을 다쳐도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산업재해 보험금을 받을 수 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이번 결정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인정 요구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이에 따라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될 것으로 보이지만, 반면 제도권에 진입하려는 노동자들과 기업간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