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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외로운 죽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
사회복장법 개정 이끌어 낸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현실 경제적 빈곤→극단적 선택, 자영업 육성책 등 현실적 도움 줄 수 있는 제도 마련 시급
2019. 11. 07 by 이상명 기자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지난 2일 서울 성북구에서 사망한 네 모녀의 1차 부검결과가 6일 나왔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이다.

이처럼 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저소득층의 잇따른 사망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네 모녀의 죽음을 통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복지 사각지대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기울이자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네 모녀’ 집 문 앞에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생활고 겪던 성북동 네 모녀 사망..무슨일이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에서 사망한 네 모녀의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된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사망한 네 모녀 중 첫째·셋째 딸은 주얼리 매장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부터 동소문동에서 장사를 해왔던 자매는 2016년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얼리 판매를 했다.

네 모녀가 2016년부터 살고있는 성북동 집이 자매의 온라인 쇼핑몰 ‘개인사업자 사업장 소재지’다. 자매가 운영했던 동소문동 주얼리매장의 옆 가구점 주인은 6일 “평균 200만원 정도 되는 월세를 내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보증금 3000만원과 월세 100만원인 다세대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지며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전형적 극빈층은 아니나, 오히려 전통적 복지망이 챙겨 주지 못한 사각지대라 비극을 키웠다”고 전했다.

네 명이 살았던 14평짜리 다세대주택은 사실상 자매의 일터였고 ‘극심한 빈곤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가져왔던 비싼 100만원의 월세는 보증금이 크고 월세액수가 작은 집에 들어가기가 사실상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성북동 네 모녀 사망 사건은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볼 수 있다. 네 모녀가 현재 복지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은 아니었지만 소득이 없는 취약계층에 해당하고, 이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저소득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의 관심이 절실하다.

실제로 네 모녀는 지난 7월부터 집 월세를 2~3개월 밀렸고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했다. 그동안 빚에 시달려 왔으며 카드·신용정보 회사 등에서 보낸 고지서 20여통이 우편함에 쌓여있었다고 알려졌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라 긴급복지지원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소득과 재산 중심으로 부채는 누락된다. 월세와 건강보험료조차 내지 못했던 네 모녀지만 어머니는 딸들이 부양의무자였고 세 딸은 근로능력이 인정돼 사회복지 제도가 있음에도 수혜를 받지 못한 것.

모녀의 사망은 한 달이 지나도록 모르다가 건물 리모델링을 하려고 집을 찾은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뒤늦게 발견됐다. 경찰에 의해 옮겨진 병원 시신 안치실 관계자는 “장례식장으로 연락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친인척뿐만 아니라 주변에 왕래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하며 거주하던 집 같은 층에 살았던 이웃이나 과거 두 딸이 근무했던 매장 주변 상인들 모두 “교류가 없었다”고 했다.

이런 경제적 빈곤을 겪는 이들은 사회 관계적 빈곤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회복지 차원의 도움을 구하기가 어렵다.

올해 성북동 네 모녀 사건처럼 갑작스런 실직이나 채무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5월에는 경기 시흥에서 30대 부부와 두 자녀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는 개인회생 중 실직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9월 대전에서는 건축 사업 실패 뒤 사채에 시달린 끝에 일가족이 사망, 지난달에는 제주도에서 마찬가지로 일가족 모두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사채와 대출에 시달렸다고 전해졌다.

지난 2월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앞에서 ‘송파 세모녀 5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열린 추모제에서 이들은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한 폐지 계획과 실질적인 빈곤해결을 위한 대책들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사회보장법 개정을 이끌어낸 ‘송파 세모녀 사망사건’ 그 후

이런 가운데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을 겪고 관련 법안 개정을 이끌어낸 ‘송파 세모녀 사망사건’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사회복지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송파 세모녀 사망사건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어머니 박씨와 두 딸이 생활고를 비관해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사회복지제도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건으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다.

2014년 2월 박씨와 두 딸은 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세모녀는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수입도 없었다. 국가로부터 어떤 사회보장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죄송하다는 유서와 함께 밀린 집세 및 공과금 70만원을 남겨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의 사연은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과 법안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2014년 12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긴급복지 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제정, 국회를 통과해 2015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한편,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이 도산하면서 경제적 빈곤을 겪다가 사망까지 하게 되는 일들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자영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자영업 육성책을 마련하고 경제적인 빈곤에 놓일 때 사회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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