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입찰제안서 검토 결과 HDC 컨소시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경쟁사 애경 측 보다 1조원 가량 높은 금액 제시..인수조건 협상 예정
면세점·호텔 사업 시너지 기대..“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 계기”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내 2위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 컨소시엄) 품에 안긴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 이후 31년 만에 주인이 바뀌게 됐다.

특히 HDC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입찰가격에서 대담하게 승부수를 던진 정몽규 HDC 회장 덕이라는 평가다. 

정몽규 HDC 회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몽규 HDC 회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12일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과 관련해 지난 7일 최종입찰제안서를 접수했으며 검토 결과 HDC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금호산업은 향후 HDC 컨소시엄과 주요 계약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확정될 경우 재공지 하기로 했다. 

앞서 이달 7일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는 HDC 컨소시엄을 비롯해 제주항공(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이하 애경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하 KCGI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날(11일) 금호산업 측 의뢰로 이들에 대해 항공운송사업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했고, HDC 컨소시엄과 애경 컨소시엄 모두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KCGI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심사 의뢰가 없어 적격성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당시 HDC 컨소시엄은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2조5000억원 가량의 가격을 제시했으며, HDC 컨소시엄과 ‘2파전’ 경쟁 후보였던 애경 컨소시엄은 약 1조5000억원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KCGI 컨소시엄 입찰가격 역시 애경 컨소시엄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HDC 컨소시엄이 1조원 가량 차이가 나는 통 큰 배팅으로 경쟁자들을 크게 따돌리면서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HDC 컨소시엄의 과감한 행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최근 경기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사업에 의존했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는 것. 

HDC는 현재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항공업 진출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면세 사업에 있어 분명 물류나 구매에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인수 계약을 하고 나면 조금 더 심도 있는 검토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지정과 관련해 “아시아나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신형 항공기, 서비스 분야 등 지속적인 투자로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HDC는 항공업 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한편,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됨에 따라 금호산업과 HDC 컨소시엄은 조만간 구주와 신주의 가격, 유상증자 방식 등 인수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인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보통주식인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6곳도 포함된다.

구주 대금은 금호산업으로 유입, 금호산업은 구주 매각가를 그룹 재건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 대금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등에 쓰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을 높게 받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신주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는 상태다. HDC 컨소시엄이 제시한 구주 가격은 3000억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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