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지난해 10월 반사회적 범죄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이른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모방해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자신을 돌봐주러 온 외할머니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10대 손녀가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인격 형성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10대 청소년들의 모방범죄는 종종 발생한다. 범행수법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가 있는 뉴스는 청소년들에게 호기심을 넘어 모방범죄의 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네티즌들이 지나치게 자세한 범죄 정보를 올려 모방범죄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실정.

죄의식 없이 단순히 범죄를 모방하고 호기심에서 시작된 범죄가 강력 범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김소영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19)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3일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자신을 돌봐주러 집으로 온 외할머니 B(78)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3월 대학에 입학했으나 성희롱 등 사건을 겪으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1학기를 마치고 자퇴했다. 이후 취업에도 어려움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A씨는 같은 해 10월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보고 살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관련 내용을 검색하고 외할머니를 범행 대상으로 정했다.

A씨는 사건 당일 부모가 집을 비우고 외할머니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흉기와 목장갑을 준비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 A씨는 방 거울에 립스틱을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을 써두고 집을 나가 길거리를 배회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귀가해 숨진 B씨를 발견한 부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상심리평가 결과 범행의 고의성과 범죄성을 자각하고 있던 점, 정신감정 결과 명백한 정신병적 증상이나 현실검증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고 범행 당시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돼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한번 잃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형법은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부분으로 봐 직계존속에 대한 살인을 가중해 처벌하고 있다”며 “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그 책임과 비난 가능성이 비할 데 없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자신을 가장 아껴주고 보살펴준 외할머니를 더욱 존경하고 사랑해야 함에도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이 사건 범행의 심각성과 중대성은 일반인 법 감정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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