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 앞서 보수대통합으로 인적쇄신 및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선 이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쇄신론에 적극 동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중진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

더욱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서 보수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아 도리어 보수 세력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합도 하기 전에 파열음을 일으키는 한국당이 진정 보수대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건전 보수를 기대하는 많은 지지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덕흠(오른쪽 세번째)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재선의원 긴급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 재선 의원들은 12일 국회에서 긴급 조찬 간담회를 열고 인적쇄신 및 보수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 18명은 이날 황 대표가 띄운 보수 통합론을 적극 지지하며 내년 총선 이전 당 지도부에 자신들의 거취 결정을 위임하는 각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초선 의원들에 이어 재선 의원들도 황 대표의 보수대통합 선언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보수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재선 의원 모임 간사인 박덕흠 의원은 이날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통합을 적극 지지한다”며 “진정성을 갖고 국민 대통합을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오늘 논의에서 지도부에 공천 관련 위임 각서를 제출하자는 얘기도 나왔다”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통과되면 전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할 것을 당론화하자고 지도부에 요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앞서 박 의원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초선 의원들이 여러 문제점을 많이 지적해서 저희들이 당에 해야 할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으면 한다”며 “보수통합에 대한 얘기가 되고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도 있어 그 부분도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재선 의원 모임은 지난 7일 초선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보수대통합을 지지,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표명함에 따라 재선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초선 의원들은 “우리는 대통합 과정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으며 적극 지지하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초선 모임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기자들에게 “초선 의원들도 통합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 불출마 의지를 밝힌 김무성 한국당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 연구모임 ‘열린 토론, 미래’에서 “과거 우파 정권이 잘못되는데 책임 있는 중진의원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억울하지만 자기를 죽여 나라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수통합을 최우선적 대의로 삼고 개인적 이익이나 감정 버리는 게 보수우파 정치인들이 행할 애국이자 시대·역사적 사명”이라며 중진 용퇴에 힘을 실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려면 다음 대선 승리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 대선에서 이기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정 생각하는 보수우파가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보수 세력이 통합을 강조하며 쇄신과 혁신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 내 의견조차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을 할 수 있느냐는 우려와 함께 그저 선거철 표심잡기에 급급한 나머지 계획 없이 던진 말이 ‘대통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분열됐던 보수 세력은 차기 정권 창출을 도모하고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세력 중 가장 많은 의원수를 가진 한국당 내 목소리조차 통일되지 못하고 파열음을 일으키면서 보수대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수 존재한다.

한국당이 친박근혜계로 알려진 우리공화당도 통합 대상에 넣을 경우 쇄신 및 혁신과는 멀어지는 분위기인데다 용퇴론에 맞선 당 내 중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당 안팎으로부터 쇄신 압박과 리더십 비판을 받고 있는 황 대표.

차기 정권 창출이라는 큰 포부를 갖고 닻을 올린 황교안발(發) 보수대통합이 산으로 가지 않고 드넓은 바다로 향하려면 황 대표 자신부터 쇄신과 혁신으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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