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상명 기자] 단일민족이라 자랑하던 대한민국도 2019년 현재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이주해 살아가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주외국인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늘어 아프리카 가나 출신 외국인이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고 그 이전에도 지방 사투리를 쓰는 외국인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웃음을 자아내며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름 인지도를 높이며 성공한 외국인들이 많이 있어 왔지만 그 중에서도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본명:자스민 빌라누에바 바쿠어나이/Jasmine Villanueva Bacurnay)의 성공은 수많은 이주민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됐을 것이다.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은 한국에서 아들만을 고집하다보니 그 아이들이 장성했을 때는 결혼적령기 여성인구가 줄어 남성들의 배우자감으로 외국인 신부가 대거 결혼이민 형식으로 한국땅에 이주하기 시작했다.

결혼이민 숫자가 늘면서 이주여성들의 생활실태 및 인권문제가 대두 될 무렵 이자스민의 존재도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필리핀 마닐라 출신으로 기존의 많은 필리핀 출신 다문화 여성처럼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남편을 만나 이주한 여성이 아니라는 점도 그녀가 새롭게 조명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필리핀 명문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항해사였던 남편을 우연히 만나게 돼 사랑에 빠졌고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훈훈한 로맨스로 전해지며 지금까지의 필리핀 출신 다문화 여성과는 차별되는 이미지로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주민 여성이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영화의 어머니 역할로도 출연하며 승승장구 하던 그녀가 국회의원까지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어쩐지 처음부터 따듯하고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그녀였기에 사랑하는 남편의 나라에서 당당한 국회의원으로서 거듭나길 마음 속으로 깊이 바랐다.

기대한 대로 그녀는 성실한 의정활동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어느 해 국정감사 때는 자리를 비우지 않고 끝까지 남아있던 의원으로 조명받기도 했다.

그러나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그 이상의 이렇다 할 활동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내 기억에서 점차 잊혀져 간 듯 하다.

2012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직후 그녀는 화려하게 조명받았다. 대한민국 최초로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같은 해 제8회 CICI KOREA 한국이미지 맷돌상에 이어 다음 해인 2013년에는 대한민국 국회 헌정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보수적인 한국의 이미지에 이자스민의 국회의원 당선은 긍정적인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거라 짐작한다.

그와 함께 이자스민 자신에게도 국회의원 타이틀이 그녀 이력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저 한 개인의 다문화 아내에게 그 어떤 사회가 그렇게도 주목해 줄 것인가 말이다.

이자스민보다 더 뛰어난 학력과 이력을 가진 수맣은 다문화 여성이 있음에도 미디어의 잦은 노출 효과 덕에 이자스민이 제1호 이주여성 국회의원으로 될 수 있었음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까 한다.

제1호 이주여성 국회의원 이자스민!

나는 그녀가 이주여성임과 동시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늘 생각했다. 자신의 이름 앞에 한국의 대표성씨이면서 남편의 성씨인 ‘이’자도 붙이지 않았던가.

11일 정의당에 입당하며 소감을 밝힌 그녀도 자신은 과정이 달랐을 뿐 엄연히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할 정도니까.

그러나 정의당 입당 보도를 접하며 나는 흠칫 놀랐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그녀가 정의당에 입당하다니?

그녀는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이 추구하는 길과 너무도 다른 길을 걷는 한국당을 보며 탈당을 결심했고 자신과 뜻이 맞는 정의당에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했다.

언론에 공개된 입당식 사진에는 불끈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뜨거운 포옹을 하기도 했다.

2015년 정치권 일각에서 이런 예상을 한 바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두 번 할 수 없기에 그녀가 아마도 국회의원 기간이 끝나면 당적을 바 꿀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그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솔직하지 못한 그녀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자스민은 당시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연장 신청서를 냈다고 알려졌지만 당은 두 번 연임에 대해 불가방침을 내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보수색깔을 모를리 없는 이자스민이 마치 모르고 입당했다가 된통 실망해 탈당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자신을 국회로 입문시켜 준 당에 대한 배은망덕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주민 인권을 주창하는 그녀가 같은 민족인 북한인권에 눈감고 외면하는 정의당에 입당하는 것이 과연 그녀가 추진한다는 그 일의 방향과 맞는단 말인가. 라고 꼬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자스민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비례대표 연장이 어려워지자 탈당하고 새로운 당에 입당한 게 아니냐고. 다시 국회의원이라는 감투를 쓰기 위해 가능한 곳을 찾아 들어간 게 아니냐고.

그것을 마치 정의를 꿈꿨지만 정의롭지 않은 정당으로 인해 활동이 어려워서 정의당에 입당했다 덮어 씌운 게 아니냐고.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배우고 이 땅에서 일하며 이 땅에서 세금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수많은 한국 국민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는 꿈에서나마 욕심낼까 현실에서는 지극히 어렵고 힘든 자리다.

그저 잘난 몇몇이 국회의원이 될 뿐 국민 모두가 그들 몇몇이 운영하는 행정의 굴레 안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이다.

이 땅에서 살아온 토박이 한국인들조차 머리 터지게 노력해도 되기 어려운 국회의원 자리를 단지 언론에 자주 등장해 익숙해져 인지도가 높았던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례대표 추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면 이자스민은 한국 사회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공헌했어야 했다.

외국 출신 국회의원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단지 이주민이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국회의원이 된다면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자괴감을 안기며 역차별을 가하는 게 아닐까 하는 노파심.

그저 이주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로 받은 몇몇의 상들은 그녀가 너무도 특출나고 잘났기에 수여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원이라는 뒷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이렇듯 한국이 그녀에게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줄 때 그녀는 우리에게 그 이상의 무엇을 했는가? 우리나라 국회의원으로 우리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이자스민은 대답할 수 있을까?

정의당을 입당하며 이자스민은 말했다.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조용하지 않은 응원이 필요하다고!

얼마나 더 많은 관심을 그녀에게 주어야 성이 찬단 말인가.

이자스민의 정의당 입당은 잠시 잊혀진 자신의 입지를 다시 살리고 자신을 향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얻고자 하는 한 이주여성의 포퓰리즘적 행동에 불과할 뿐이다.

이주민 인권이나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북한주민 인권 등 모든 인권문제가 꼭 그와 관련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필요는 없다. 꼭 이자스민이어야 이주민 인권이 신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자스민이 한국인임을 모를 리 없는 국민들에게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언론을 통해서까지 말하고 싶다면 한국과 한국 국민을 위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 것인지 입당식에서 그 포부를 밝혔어야 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구미에 맞는 당으로 철새처럼 날아가는 정치인은 이제껏 많이 있었지만 이주민 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혜택을 받은 이자스민이 정치꾼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국회의원 출마의사를 묻는 기자들에게 “정의당의 모든 공천은 당원들이 결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 활동을 하고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해서 그 과정을 통해 정의당원들의 마음과 믿음 또 신뢰를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말한 이자스민.

공공뉴스 산업부 이상명 기자
공공뉴스 산업부 이상명 기자

그녀는 솔직해야 했다. 비례대표 연임도 어렵고 지역구 출마도 시켜줄 것 같지 않아 당적을 바꿨을 뿐이라고.

전 정권인 새누리당을 까고 진보 정당에 입당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마치 고민하고 갈등하는 지식인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 한국인이라 당당히 주장하고 싶다면, 한국의 전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하고 싶다면, 한국을 위해, 한국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제는 이자스민 자신에게 물어야 할 때다.

악필의 선비가 마치 붓 타령 하듯 앞으로도 계속 당 타령만 하려거든 이자스민은 ‘이’자를 빼버리고 자스민 빌라누에바 바쿠어나이로 살아가는 편이 낫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그렇게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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