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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양심을 파는 사람들
#포스터 표절:창작물 도둑질 여파로 학생회장 사퇴까지→개인 윤리의식 강화해 창작자 권리 보호
김소영 기자 (114@00news.co.kr)  2019. 11. 13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작품 모방해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원작보다 새롭고 출중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방은 표절과 한끝 차이라는 점에서 구분해내는 게 쉽지 않다.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했는지, 아니면 정말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게 같아서 비슷한 작품이 탄생된 것인지는 원작 이후 작품을 내놓은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이 같은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표절시비가 불거지는 경우도 우리 주변에 상당하다. 학계, 예술계, 대중문화계 등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표절시비는 법적 공방전으로 번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재학생들이 각 학교 총학생회의 간식사업 홍보 포스터 표절 문제를 놓고 소셜미디어상에서 비방전을 벌였다. 서울대 총학은 자신들이 제작한 간식사업 홍보 포스터를 서강대 총학이 표절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는데, 알고 보니 서울대 총학이 제작한 포스터도 다른 온라인 사이트의 디자인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서울대 총학생회 ‘내일’ 사퇴 글. <(사진=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에 올라온 서울대 총학생회 ‘내일’ 사퇴 글. <사진=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쳐>

잊을 만 하면 터지는 표절시비가 이번에는 대학교 포스터를 둘러싸고 불거졌다. 과거 방송이나 문화 행사 등에서도 포스터 표절 논란이 일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는데, 이번 표절 논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사퇴까지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를 일컫는다. 즉, 다른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용, 사용해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이다.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대중을 속이고 이윤을 챙겼다는 점에서 표절 당사자의 도덕적 양심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표절 논란만 빈번할 뿐 실제로 표절이라고 판결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항상 ‘어디까지가 따다 쓴 것이냐’를 판단하는 게 문제다. 이것이 표절일까, 아니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그저 참작만 한 것일까 혹은 완전히 베낀 것일까, 이 같은 의문들에 답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 ‘포스터 표절 논란’에 서울대 총학생회장 사퇴

포스터를 표절한 데 이어 거짓으로 해명한 사실까지 드러난 서울대 총학생회 간부들이 내년 선거 후보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현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10일 총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에 ‘모든 책임을 지고 총학생회장직을 사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퇴 의사를 밝혔다.

도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학내 언론의 보도를 시작으로 밝혀진 사실들로 인해 제61대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렸음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총학생회의 모든 활동에 대한 책임자인 저를 향한 모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학생회장으로서 모든 서울대 학생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남은 기간 총학생회가 해야만 하는 업무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고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서 제가 제출한 모든 안건들이 논의된 직후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약속드린 바에 따라 선거관리위원장 직을 내려놓고 각 단과대학 학생회 선거 협조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마쳤다”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적장학금 폐지’문제와 관련해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학제도 개편 대응 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추후 학생사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총학생회 공직자 윤리 규정 신설(안)을 비롯한 제도 개편안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포스터 표절 논란은 6월 서울대 총학생회가 제작한 기말고사 간식행사 홍보 포스터가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며 비롯됐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강대 총학생회가 자신들의 포스터를 표절했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서강대 총학생회는 표절 사실을 인정, 사과했다.

포스터 표절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대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는 서강대를 ‘잡대’라고 표현하는 비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대 총학생회의 포스터 역시 한 온라인 사이트의 디자인을 참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타인의 디자인을 출처 표시 없이 도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사이트의 디자인 사용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거짓으로 들통 났다.

이 여파로 제62대 총학생회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했던 선거운동본부 ‘내일’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총학생회 선거는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왼쪽부터) 강원도청이 공식 SNS채널에 공개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이미지,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측이 제작한 공연 포스터 ‘사운드 시티’(SOUND CITY) <사진=트위터>
(왼쪽부터) 강원도청이 공식 SNS채널에 공개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이미지,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측이 제작한 공연 포스터 ‘사운드 시티’(SOUND CITY) <사진=트위터>

# ‘평창올림픽 불꽃축제’ 포스터 표절 논란에 고개 숙인 강원도

앞서 2017년에는 강원도청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불꽃 축제 홍보 포스터를 공개하자 영화, 공연 포스터 등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측이 표절 문제를 제기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프로파간다 측이 2014년도에 제작한 공연 포스터와 평창 동계올림픽 불꽃 축제 홍보 포스터는 우연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흡사했다.

프로파간다 측은 2017년 7월18일 트위터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G-200 불꽃 축제’ 홍보물과 자신들이 2014년 제작한 공연 포스터 ‘SOUND CITY’ 홍보물 사진을 함께 올렸다.

계정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G-200 불꽃 축제’ 홍보 이미지. 다음 장 사진은 2014년 프로파간다에서 디자인한 ‘SOUND CITY’ 포스터. 어찌된 일인지 강원도청은 설명 부탁드립니다”라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두 포스터는 언뜻 봐도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산골짜기에 도시 야경이 담긴 이미지를 활용했으며 포스터 중앙에는 영어로 행사명이 적혀 있다. 글자 배치 방식도 지그재그 모양으로 같았으며 글자 언저리에 반짝이는 효과까지 똑같았다. 

또한 우측 하단에 위치한 문구에서도 비슷한 점이 발견됐다. 프로파간다는 포스터에 ‘음악으로 기억되는 감성도시’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불꽃 축제 포스터에는 ‘야경으로 기억되는 춘천의 밤’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해당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그대로 따온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평창올림픽’이라는 중요한 행사를 앞둔 지자체의 저작권 의식 수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강원도청 트위터 계정은 답글 형태로 “저작권을 침해하고 피해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의욕이 앞선 대행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강원도의 명예와 프로파간다 대표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께 큰 피해를 끼치게 됐다”고 사과했다.

이어 “철저한 관리감독과 지도로 재발 방지를 약속드린다”며 앞서 올렸던 포스터를 삭제하고 새로운 포스터를 게재했다.

이를 접한 프로파간다 측은 “답글로 주신 이 글은 사과문이 아니므로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려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강원도청은 같은 달 18일 공식 트위터에 사과문을 내고 “강원도 SNS 채널에 게시된 평창 G-200 불꽃 축제 홍보콘텐트 중 일부가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특정 제작물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강원도는 SNS 대행사의 관리소홀 등 모든 귀책사유를 떠나 책임에 통감하는 바이며 프로파간다를 직접 방문, 관계자들께 소상한 경위전달과 함께 진심 어린 사과를 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포스터와 미국 매거진 ‘글래머’의 2008년 2월호 메인 표지. <사진제공=tvN, 글래머>
(왼쪽부터)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포스터와 미국 매거진 ‘글래머’의 2008년 2월호 메인 표지. <사진제공=tvN, 글래머>

# ‘김비서가 왜 그럴까’ 포스터 표절 논란에 “오마주” 해명

한편, 웹툰에서 시작해 드라마로도 성공적이었던 tvN의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표절 논란을 겪었다.

지난해 6월 첫 방송된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 포스터 중 하나가 미국 매거진 ‘글래머’(2008년 2월호) 화보와 유사해 표절 의혹이 제기된 것.

문제가 된 포스터에는 수트를 입은 박서준과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박민영이 계단에 걸터 앉아 분홍색 솜사탕을 들고 있다. 이는 ‘글래머’ 화보와 자세, 소품, 의상 등 설정이나 분위기가 비슷해 표절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tvN 측은 “(논란에 휩싸인) 해당 포스터는 메인 포스터가 아닌 레퍼런스를 참고해 오마주한 온라인용 포스터”라며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해명했다.

tvN은 2017년 12월 방영된 ‘화유기’ 티저 영상이 영화 ‘콘스탄틴‘의 한 장면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해당 영상은 본편 영상이 아닌, 첫 방송 전에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한 티저 영상으로, 영상 속 한 장면을 영화 ‘콘스탄틴‘의 상징적인 장면을 오마주해 촬영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포스터 표절로 인한 논란이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의 것인 양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창작물의 가치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개개인의 창작의 결과물은 다양하므로 작품이 우연히 겹칠 수도 있다. 그러나 표절은 개인 양심의 문제인 만큼 표절은 표절한 사람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방송이든 제품이든 창작자의 노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타인의 창작물을 침해하는 것은 결국 ‘내 권리’를 깎아내리는 행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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