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 문제까지 거론하며 방위비 증액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여야는 공정한 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두고 온도차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방위비 인상을 압박한 데 대해 무리한 요구라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공정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가 지나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국회 결의안 채택에 대해선 소극적인 모습이다. 아직 미국의 요구가 뚜렷하게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인영 (가운데)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수능 수험생을 응원하는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14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공정한 합의를 촉구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이날 ‘한미 양국의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의 공정한 합의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73명이 이름을 올렸다.

결의안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에 기반을 둔 해외주둔 미군 경비를 사업비로 요구하는 것은 기존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취지에도 맞지 않으며 한미동맹의 상호호혜 원칙을 훼손하는 요구”라고 명시했다.

또한 “미국이 현재 주장하는 방위비 분담금 요구 내용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의안에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확보와 한미동맹의 신뢰성 보장을 통한 안보 환경 개선이라는 원칙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 지원이라는 원칙에 벗어난 그 어떤 내용도 협정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미국이 요구하는 포괄적인 한미 방위비 분담 요구는 기존의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지난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때 국회에서 제시한 6가지 부대조건의 조속한 이행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절차적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실효성 있는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가 한목소리로 공정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문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며 “모든 야당 지도부의 호응과 참여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번 결의안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협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연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공정한 기준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은 0.68%로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납득할 수 없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우리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과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이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당이 지소미아 연장을 주장하고 방위비 분담금 국회 결의안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며 “한국당은 입장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은 ‘국익을 위해 국회 결의문에 반대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한국당이 말하는 ‘국익’의 정체가 매우 궁금하다.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수용하자는 것이 한국당의 당론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52%가 반대하고 37%만 찬성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예년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동결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론이 95%에 이르고 있다”며 “한국당이 대변하고 있는 국민은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공정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 제안을 놓고 “이 부분은 외교·안보적으로 대한민국 국익 차원에서 심각히 고민하고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열흘 앞인데 한미동맹 자체가 흔들리고 국민은 불안하다”며 “이런 와중에 여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방위비 협상 관련 결의안 채택은 협상 분위기를 깨고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신중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야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중요한 안보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지소미아 문제를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합당한 근거 없이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양국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국민 정서상 수용하기 어렵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일치된 목소리를 미국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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