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유료방송 대규모 인수합병 심사 착수 관련업계 무난한 통과 예상
공정위 심사결과 조건부 승인..산업 활성화·소비자 편익 등 긍정적 변화 전망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통신업계 인수합병(M&A)과 관련해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이제 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왔다.

과기정통부는 오늘(18일)부터 유료방송 M&A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심사의 변수로 알뜰폰(MVNO)과 교차판매 금지 조건 부과 여부가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M&A에 대해 공정위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과기정통부 심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

3년 전인 2016년, 인터넷TV(IPTV)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기업결합 불허로 지체됐던 유료방송 구조개편이 추진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각 사의 콘텐츠와 서비스와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 서울 용산사옥 전경(왼쪽), CJ헬로 로고 사진=LG유플러스, 뉴시스
LG유플러스 서울 용산사옥 전경(왼쪽), CJ헬로 로고 <사진=LG유플러스, 뉴시스>

◆과기정통부, 유료방송 대규모 M&A 심사 착수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날부터 방송법 등 관계 법령과 고시 절차 기준에 따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에 착수한다.

심사보고서가 완료되면 과기정통부 장차관 보고를 거쳐 인허가 과정을 마무리 짓는다.

업계에서는 과기정통부가 공정위 결정을 이어받아 사업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산업 활성화, 서비스 경쟁 촉발, 소비자 편익 등 긍정적 변화가 전망된다고 기대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이달 8일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 심사결과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IPTV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통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기업결합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 3년 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간 합병은 승인하지 않았다.

조성옥 공정위원장은 이번 기업결합 승인 배경에 대해  “방송통신 융합 현상과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 가속화 등 방송통신 시장의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밝혔다.

기업결합을 통해 우리 경제의 혁신경쟁을 촉진하고 경제활성화 등 긍정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공정위는 유료 방송시장의 경쟁제한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시정조치는 ▲물가상승률을 초과한 케이블TV 요금 인상 금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8VSB 가입자 보호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채널 임의 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 전환, 계약연장 거절 금지 등 고가형 방송상품으로 전환 강요 금지 ▲모든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 금지 등을 공통 조건으로 제시했다. 시정조치 이행 기간은 2022년 12월31일까지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결합 심사 의견서(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변경 및 합병 등 인가신청 관련 의견조회 회신)를 최근 과기정통부에 공식 전달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과기부가 기간통신사업의 양수를 인가할 때 공정위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의견서는 과기부 심사에서 법적 효력이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LG유플러스 , SK브로드밴드 등 방송통신사업자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LG유플러스 , SK브로드밴드 등 방송통신사업자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 ↑

앞선 공정위 조건부 승인에서 주목할 점은 알뜰폰 규제와 교차판매 금지 조건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

그간 SK텔레콤과 KT는 CJ헬로가 저가 알뜰폰 1위 독행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통신시장 경쟁제한성이 우려돼 알뜰폰 부문을 떼 놓고 인수합병 M&A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LG유플러스-CJ헬로 기업결합으로 증가되는 시장점유율은 1.2%포인트에 불과해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근 CJ헬로 가입자수 및 점유율 감소 추세, 매출액 증가율 추세 및 영업익 적자, 알뜰폰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CJ헬로는 독행기업이 아니며 독행기업이라 해도 LG유플러스 시장 지위 고려 시 경쟁제한 우려 없다고 결론 내렸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도 최근 방송통신기업 M&A 토론회에서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더라도 알뜰폰 시장이 붕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황 부회장은 “CJ헬로 알뜰폰은 전체 알뜰폰 시장의 10%에 불과하다” “CJ헬로 자체가 알뜰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 사업자가 1위 사업자 자회사로 가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고 정부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티브로드 유료방송 상품 교차판매와 관련해서는 경쟁제한성 및 요금인상 가능성, 소비자 선택권 침해 가능성 등을 인정하면서도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교차판매 금지 조치는 부과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론으로 유료방송 M&A 심사가 2라운드에 돌입하면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도 예고됐지만, 그러나 아직 변수는 존재한다. 방송통신 주무부처가 어떤 승인 조건을 들고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 안팎에서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심사 역시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증권업계에서도 CJ헬로의 LG유플러스 편입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장민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CJ헬로의 실적 분석 보고서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승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등 인수 이후 시너지가 기대된다”“IPTV로의 인수 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입자 확대, 가입자 기반 수수료 협상 우위 등으로 내년 실적 반등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LG유플러스의 실적과 관련해 “내년도에 CJ헬로 연결 편입이 유력하고, LG유플러스의 연결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8%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심사 과정에서 알뜰폰과 교차판매 금지 등 과다한 조건 부과 시 심각한 산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CJ헬로 알뜰폰 과다한 조건 부과로 알뜰폰만 남을 경우 이를 인수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 없어 SK텔레콤과 KT가 알뜰폰 가입자 흡수해 수년 내 소멸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티브로드와 SK브로드밴드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빈약하며, 교차판매 금지 시 SK텔레콤 매장에서는 케이블TV의 가입이 불가해 결국 IPTV 가입비중이 높아져  합병법인에서 케이블 상품이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다.

CJ헬로 노동조합은 지난 10월2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공정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와 기업결합의 조속한 승인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CJ헬로 노동조합은 지난 10월2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공정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와 기업결합의 조속한 승인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일자리·지역채널 보호 목소리 높인 전문가·업계

일자리 안정화와 시장 활성화를 원하고 있는 케이블업계 종사자 및 알뜰폰업계 역시 과기정통부의 이번 심사를 주목하고 있다.

CJ헬로 노동조합은 12일 성명을 내고 과기정통부에 ‘알뜰폰 분리매각’과 같은 소모적 논란 즉시 중단하고 활성화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CJ헬로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은 3000여명에 이른다.

CJ헬로 노조는 성명에서 “정부는 8개월간이나 심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다시금 알뜰폰 분리매각이라는 화두를 끄집어 내 어깃장을 놓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이어 “시장점유율 1.2%의 헬로모바일이 독행기업이라며 중소알뜰폰 사업자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SK텔레콤과 KT는 염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과기부가 이들의 이익을 옹호한다면 CJ헬로 노동자는 물론 협력업체, 전체 알뜰폰 사업자의 공분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J헬로 노조는 “정부는 더 이상 케이블 산업의 M&A를 둘러싼 각 기업들의 이전투구에 휘말려 소모적인 논쟁으로 우리 노동자의 일터를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소속 케이블 설치·수리 직원 1000여명도 SK텔레콤에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전문가들과 케이블 사업자들은 유료방송 시장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정책당국이 나서서 케이블TV 지역채널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케이블 지역채널이 지역 KBS, MBC 등과 같이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민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유사한 역할을 하지만, 반면 지원은 지역 지상파에만 집중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케이블업계에 따르면, 4월 고성 산불 당시 케이블TV 지역채널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에 비해 약 6시간 앞서 속보 자막 송출했으며 96시간에 달하는 5일 연속 생방송을 진행했다.

태풍 ‘링링’ 발생 당시에도 케이블 지역채널을 통해 11시간 연속 재난 생중계를 송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는 케이블 사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더불어 케이블 사업자들은 지상파가 감경받는 방송발전기금도 가장 많이 내지만,지원은 가장 적게 받는다.

뿐만 아니라 방송법 제70조(채널의 구성과 운영) 4항에서는 지역채널에 대해 지역 보도 이외의 보도, 특정 사안에 대한 해설·논평을 금지한다고 규정하는 등 지역채널에 대한 각종 규제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지방정부의 감시 기능도 가능하도록 지역채널의 해설·논평을 허용하고, 케이블TV가 지역 미디어·종합재난대응 플랫폼으로 거듭나면서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통사, 케이블 사업 다양한 투자 및 지원 약속

한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이번 기업결함에 대한 심사 마무리되면 케이블 사업에 다양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IPTV 대비 상대적으로 설비가 낙후된 CJ헬로와 티브로드 투자 통해 8VSB 채널 수 확대, 디지털TV HD급 화질 업그레이드, 5G 콘텐츠 공동 제작 공급 등 케이블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 나설 전망이다.

따라서 케이블 이용 고객은 고품질 서비스 및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대 효과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의 이번 기업결합 승인은 단순 방송통신시장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중요한 신호를 보낸 ‘일대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후 긍정적 효과의 극대화시키기 위해 흡수·합병이 아닌 각 사가 독립된 법인격으로 유지되는 인수 방식을 택했다.

이통사의 케이블TV M&A가 본격화 되자 일각에서 지역채널의 생존 위기론을 제기하고 나선 상황에서 그동안 CJ헬로가 해온 미디어 다양성과 지역성 등 방송의 공적 역할을 강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수 후에도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안정적 고용 승계 및 근무 여건을 조성은 물론, 협력업체와도 인위적인 계약 조정 없이 기존 CJ헬로와의 관계를 존중해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사옥에서 진행된 ‘사내 성과 공유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전하며 “CJ헬로 인수를 통해 IPTV와 케이블TV 양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디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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