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비혼 영향으로 저출산 및 고령화 도래→소비현상에도 상당한 영향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 “韓,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국가”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를 양육하며 집안 살림하는 ‘안사람’으로만 인식되던 과거 여성들과 달리 현대 여성들은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회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여성 1인당 출산율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실정. 여기에 취업과 결혼까지 자립할 수 있는 연령대가 갈수록 늦춰지는 사회 시스템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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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급증, 식료품 지출 비중 26.6%→14% ‘뚝’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여성 한명이 1명의 아이도 낳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 2명의 아이를 낳을 경우 인구는 현상을 유지하게 되지만 부부가 1명의 아이만 낳을 경우에도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나고 결혼을 할 경우에도 결혼적령기를 넘어선 만혼이 트렌드로 자리 잡아, 이는 아이를 아예 낳지 않고 부부 둘만 행복하게 잘 살자는 욜로(YOLO)족으로까지 이어졌다.

통상적으로 남성은 결혼을 하면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성의 경우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는 물론 사회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승진 누락과 경력 단절 등 공공연한 불이익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런 사회 현상에 따라 1인가구(혼족)는 증가해 왔고 국내 경제데이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집에서 직접 집밥을 해 먹는 대신 간편한 외식을 즐기면서 외식비는 증가하고 식료품 구입비는 떨어졌다는 것. 더욱이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 해서 교육비가 감소하는 대신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여행이나 레저 활동비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는 급변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삶을 바라보는 우선순위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만혼·비혼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경제 데이터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만혼, 비혼주의 확산으로 인해 인구구조에 변화가 진행됐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개별 가구의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 것.

과거 가구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식료품 지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나 교육비 비중이 최근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출산율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 식료품 구입비용은 전체 가구 소비 지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26.6%) 항목이었으나 2018년에는 14.0%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20~30대 가구주의 감소 폭(27.3%→10.5%)이 가장 컸다.

이는 과거 식재료를 구입해 가족들과 집밥을 조리해 먹었던 것과는 달리 1인 가구들은 굳이 혼자 사는데 집에서 밥을 해 먹기보다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데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외식 및 숙박 지출 비중은 1990년 8.2%에서 2018년 14.0%로 증가했다. 혼족이라 불리는 1인 가구 및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로 인한 맞벌이 가구 증가와 함께 저출산이 가져온 결과로 평균 가구원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구의 교육비 부담은 사교육비의 증가로 인해 1990년 8.2%에서 2009년 13.8%까지 상승했으나 출산율 및 평균 가구원 수의 꾸준한 감소로 인해 최근 그 비중이 7.2%(2018년 기준)까지 내려왔다.

의료비 등 보건관련 지출비와 교통비는 증가 추세로,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60대 이상의 의료비 지출 비중은 7.1%에서 11.3%로 급증했다.

교통비도 증가 추세다. 교통비 비중은 7.9%에서 13.3%로 증가했다. 이는 식생활(외식 및 식료품)과 주거비용을 제외한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더욱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과거에는 소비지출항목에서 큰 비중이 아니었던 통신비는 2.2%에서 5.3%로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만혼과 비혼, 출산율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가구주 연령이 20~30대인 가구에서 교육비 차지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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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나라는 대한민국?

한편,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구문제연구소는 한국이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으며 끝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것이라고 지적해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0명대에 진입하면서 이 같은 수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문제연구소의 지적이 다급한 현실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정부는 인구가 곧 경쟁력이라는 기치 아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15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보다 그 비용으로 젊음을 즐기겠다는 한국의 청춘들.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간다면 인구문제연구소의 분석처럼 세계지도에서 한국이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점차 사라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우리사회가 당면한 인구절벽 현상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선 국가의 개선의지를 강하게 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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