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지지 않아 고장이 난 줄 알았던 가스레인지. <사진=이상명 기자/공공뉴스 DB>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가스레인지에 오래전부터 불이 켜지지 않아 이참에 교체하자란 생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주말. 

‘띵동’ 소리에 나가봤더니 가스안전 검사하시는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추운 날씨에 덜덜 떨고 있기에 어서 들어오라고는 했지만, 청소도 하지 않은 가스레인지가 창피하기도 하고 또 불도 켜지지 않는 상태라 검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말하기를, 

“왜요? 금방 끝나니 검사해 드릴게”
“가스레인지가 고장 나서 검사 안 하셔도......”

중간 밸브를 열고 가스 불을 한번 켜 보더니,

“불 안 켜지는 거 이게 고장이란 거예요?”
“네......”
“불 안 켜져도 가스 안전 검사는 할 수 있어요. 가스가 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거니까”

하고는 검사를 마저 했다.

그러더니 가스레인지가 고장 난 게 아니라는 말을 전해줬다. 가스레인지 뒤편 오른쪽에 커다란 건전지가 있는데 그것이 방전되어 안 되는 것이니 교체를 해 보라는 것.

“가스레인지 파는 업자들이 웃겨. 이런 걸 살 때 얘기해 줘야 하는데 자기네들은 빨리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이익이거든. 그게 다 물자 낭빈데. 바꿔봐요. 새로 사지 말고. 바로 잘 켜질거야”

괜찮아 보이는 가스레인지는 수십만원을 넘어 100단위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서 새로 사야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라이터로 불붙여서 그냥 쓸까 갈등하던 중에 정말 좋은 정보를 알게 된 것이다. 

아주머니께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게 말이다. 결코 싸게 주고 구매하지 않았음에도 판매 직원들은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 사람들은 팔기만 하면 끝이겠지.

가스레인지 뒤편 오른쪽에서 꺼낸 건전지. 가스레인지 뒤에 건전지가 있을 줄은 몰랐다. <사진=이상명 기자/공공뉴스 DB>

집 앞 마트에서 건전지를 구매해 방전된 건전지와 교체한 후 가스 불을 켰더니 파랗고 예쁜 불이 바로 켜졌다. 

이날 저녁, 지금껏 가스레인지도 고장 나고 몸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매번 외식만 해오다가 오랫만에 딸아이가 좋아하는 소고기 안심 오므라이스를 해줬다.

저녁 식사를 마친 딸아이는 엄지를 치켜들며 특유의 함박 웃음과 함께 ‘엄마 최고’라고 칭찬까지 해주는 것이 아닌가. 

친절한 가스 안전관리 아주머니 덕에 가스레인지 구입 비용도 아끼고 그 비용으로 딸아이가 좋아하는 소고기 안심으로 엄마표 집밥도 먹일 수 있었는데 ‘엄마 최고’라는 칭찬도 듣다니. 

답답하고 우울한 세상 이런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나는 웃는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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