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입법 난항..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 처벌 유예
경영계 “유연근무제 개선과 거리 멀어”..노동계 총파업 투쟁 예고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도 내년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 중소기업의 법정 노동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 보완 대책을 추진한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될 수 없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입법 불발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입법 불발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中企에 계도기간 부여 및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고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고, 이미 시행된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정착단계에 있다”며 “다만 내년 시행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해 준비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탄력근로 제도개선 등 주52시간 관련 입법이 이뤄지기를 기다리는 상황. 

이 장관은 “특히 법 시행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고, 중소기업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사·정이 어렵게 합의한 탄력근로제 법안은 주52시간제 정착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은 정기국회 동안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안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고용부는 주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한다는 계획. 

정부가 마련한 보완대책을 살펴보면 먼저 중소기업이 주52시간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개선계획을 제출한 기업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계도기간 부여 시 우대할 방침이다. 

이어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한다. 

이 장관은 “현장의견을 들어보니 평상시에는 주52시간을 지킬 수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 등에는 대응이 어렵다는 호소가 많았다”며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제4항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규칙에서는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 시에만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 등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확대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입법 논의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되, 논의 진전이 없을 경우 시행규칙 개정 절차에 착수해 1월 중에는 개선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하지만 시행규칙을 통한 확대범위에는 제한이 있고 건강권 보호 조치 등 반영에도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비용 부담 최소화를 위한 지원 강화도 예고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신규채용이 필요한 기업에는 구인-구직 매칭을 적극 지공하는 한편, 특히 대규모 추가채용이 필요한 기업은 중점지원 사업장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신규채용이 필요함에도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현장지원단 확인을 통해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허용한도(E-9)를 고용한도 20% 상향 등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하며, 인력부족이 심각하고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동포(H-2) 허용업종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신규채용 인건비 및 기존 재직자 임금보전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사업 확대·신설, 일터혁신 컨설팅 등 생산성 향상 지원 강화 등도 포함됐다.  

이 장관은 “행정조치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가장 요구가 많고, 노사정이 합의안까지 도출한 탄력근로제 개선도 법률 개정사항”이라며 “오랜 사회적 논의와 여야 합의로 어렵게 도입한 주 52시간제도의 안착과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를 감안해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7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노동개악저지 등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7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노동개악저지 등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영계 “노력했지만 임시방편”..노동계 “노동 개악·정부 무능”

한편, 정부의 이 같은 정부 보완책과 관련해 경영계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특별연장근로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인가 여부도 정부 재량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도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틀 속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상황과 국제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유연근무제 개선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총은 중소기업 계도기간에 대해서는 “상당수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법으로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계도기간 부여와 특별인가연장 근로제도 개편 등은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이는 대책”이라면서도 “그간 중소기업계가 요청한 1년 이상 시행유예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 대책만으로 미진한 부분은 금년 중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보완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보완입법은 근로시간제 운용에 있어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존중하고 시행 융통성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보완책을 두고 노동계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52시간제 계도기간 설정의 근거 없음과 부당함에 대해 질릴 정도로 역설해 왔지만 정부는 시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을 핑계로 충분한 유예 요구를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일시적 업무량 급증은 어느 업종, 어느 사업장이나 겪는 상황”이라며 “이는 정부가 통제권을 쥐고 자의적인 행정을 남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1만원 정책 포기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도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한다”면서 “정부와 국회의 개악 시도에 맞서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도 “오늘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정책과 관련해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했다”며 “일시적 업무량 증가와 경영상 사유는 사용자가 언제든 주장할 수 있고, 자의적 해석도 가능하다”라며 “정부가 내 놓아야 할 것은 법에 대한 보완책이 아닌 만에 하나라도 있을 어려운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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