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으로 비대면업무 확대..영업직 줄고 IT 전문인력 증가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로봇이 세계를 지배하며 인간을 도외시하는 공상과학 영화가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님이 증명되고 있다. 전 업종에서 디지털전환을 시도하며 IT를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은행들이 통·폐합을 겪으며 영업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이는 디지털전환이 시작되면서 대면업무의 감소를 가져왔기 때문.

디지털전환은 비단 금융권만의 숙제가 아니다. 앞으로 IT 분야로 대체될 직업군에서의 퇴직인력을 위한 보완대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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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으로 사라져간 직업들..금융업계 영업직 ↓·IT 인력 ↑

돌이켜보면 각광받았던 산업이 어느새 사라져 버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일부 전문 사진작가를 제외한 사진 필름 인화는 과거 추억거리처럼 돼 버렸고 디지털 사진기가 등장한 후로는 디지털로 인화까지 해버리는 시스템으로 이어졌기 때문.

일명 ‘전축’이라 불리며 레코드판을 돌려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기계는 당시 고가였기에 부잣집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대체제로 평범한 서민들은 카세트 플레이어 안에 해당 테잎을 넣고 가수들의 노래를 들었다.

7,8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오래 듣다보면 테잎이 늘어나 노래가 늘어지고 카세트에 테잎이 걸려 끊어지기도 한다.

카세트 테잎이라는 말은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무척 생소한 용어일 것이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다운받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생산하거나 카세트 테잎을 생산하던 사람들.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치열한 경쟁과 빠른 변화 속에 직업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가운데 꿈의 직장이라 여겨왔던 금융업계 조차 디지털전환 시도로 영업 인력이 줄고 점포가 통·폐합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은행업무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업무가 확대되면서 영업직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IT 전문인력은 영입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하니 금융업계의 성공을 이끈 영업직원들의 노고가 허무하기까지 느껴진다.

금융위원회의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업 일자리 대응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업계 취업자는 83.1만명으로 2015년말 87.2만명 대비 4.1만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은행업계 취업자 수도 13.8만명에서 12.4만명으로 1.4만명 줄어든 수치를 볼 때 디지털전환으로 인한 인력감축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험설계사(43.3만명→1.5만명 감소)와 카드모집인(1.3만명→0.9만명 감소)도 감소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분석으로 볼 때 IT발달과 비대면 거래 증가 등의 이유로 면대면 영업직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의 직장이라 여기며 금융권 취업을 금융고시라고까지 일컬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말 7445개까지 늘어나던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953개로 줄어들었다.

은행업계 점포 통·폐합과 함께 보험 업계 점포수도 줄어들어 6959개에서 6170개로 급감해 곧 6000개선이 무너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디지털전환을 통해 면대면 업무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서 은행방문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은행을 방문해보면 인터넷 사용이 불편한 어르신을 제외한 젊은 층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 입출금 업무 외에도 대출까지 인터넷으로 가능한 시대가 도래해 굳이 점포 방문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업계 직접 고용인원 10.1만명 중 영업인력 부문이 70.6%로 70%대를 유지하며 여전히 영업직(전통 판매직)이 직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효율적인 금융 경영(디지털 전환 등)을 위해서는 영업이나 경영지원 인력의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IT부문 인력은 소폭 증가세를 보이며 순조로운 디지털전환으로의 탈바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상명 기자/공공뉴스 DB>
<사진=공공뉴스 DB>

◆디지털전환 후폭풍에 대책 마련 나선 금융업계

한편, 디지털 전환시대 도래에 따라 금융업계가 대책 마련에 팔 걷고 나섰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디지털전환으로 빚어진 잉여 및 퇴직 금융인력을 위한 대책으로 15년 이상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만55세 이상의 경력자를 대상 ‘서민금융종합상담역’으로 채용하고 있다.

상호금융권에서도 건전성을 제고하고 금융사고 예방 등의 목적으로 금융회사 10년 이상 근무자에 한해 현장점검과 내부통제 지도업무를 맡기고 있다. 

다만 줄어드는 금융권 일자리에 비해 전문성을 갖춘 경험 있는 금융권 은퇴자가 갈 곳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전환으로 금융권 일자리 구조 변화에 따른 잉여 금융인력에 대해 업무 역량강화를 시도하는 은행이 있어 화제다.

한 은행은 대학교에 디지털금융공학 석사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영업점 직원은 디지털관련 부서로 발령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줄어드는 금융권 일자리에서 생존하려면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공학을 공부해 블록체인과 같은 디지털 분야의 업무에 나서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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