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책임 떠넘기기’ 여야 지적..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당국 책임있다”
시민단체 “금소법 있었다면 일부 소비자 보호 가능..신속히 국회 통과해야”

[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국회의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정치권에서는 당국의 책임은 거론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졸속대책’이라고 비판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며 후속 대책을 예고한 상황. 

또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년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사이 금융소비자 피해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2의 DLF 사태 방지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DLF 사태’ 은행에 책임 떠넘기기?..정치권 은성수에 십자포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DLF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4일 은 위원장이 DLF 사태 후속 조치 일환으로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에 졸속이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진 데 따른 것. 

당시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책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20% 이상인 상위 고위험 금융상품을 원금 보전 신뢰가 높은 은행에서의 판매를 금지하고,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투자자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번 규제에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책임론은 빠져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금융 파생 상품 규제 강화에 따라 은행 등 국내 금융산업은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야 의원들은 그간 당국이 미스터리 쇼핑이나 민원 접수 등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는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과 9월 파생상품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은행들의 상품판매 문제를 알았다”라며 “올 4월엔 분쟁조정도 접하는 등 문제 인식을 충분히 했지만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을 때까지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의 대책엔 감독당국의 문제점은 언급되지 않았다”라며 “이를 두고 모든 책임은 은행에 돌리고 감독당국은 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거듭 지적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민간은 경쟁을 하기 때문에 그레이존을 찾아가기 마련”이라며 “그걸 찾는 게 금감원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이대로 넘어가면 금융감독이 발전하지 못할텐데, 감독원에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꼬집었다.

금융위가 발표한 대책에서는 금융감독 관련 내용은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 정례화’, ‘금융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상시감시·현장점검 강화’뿐 조직개편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또한 최 의원은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해서는 “판매 자체를 금지해버리면 잘나가는 은행은 발전하지 못한다”면서 “잘하는 회사는 더 잘해서 세계적 금융사로 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족한 곳에 규제 초점을 두면 클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상품 판매 금지 규정에 대해 “모든 금융사가 원금손실 20% 이하의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하향 평준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DLF 대책 관련 지적에 대해 “이번 대책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이냐 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감독당국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며 질책을 따끔하게 받고 있다”며 당국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시장은 급변하는 반면 감독당국의 인력문제나 기술적 문제로 쫓아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대책을 고민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제2의 DLF 사태 막으려면 금소법 신속히 통과돼야”

한편, 금융당국에 집중포화를 쏟아낸 정치권에도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 까닭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는 19일 성명을 내고 “제2의 DLF사태 예방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신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 등 단체는 “DLF 사태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이러한 고위험 불완전판매가 은행권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며, 또 DLF 사태의 피해자 상당수는 금융투자 경험이 전무하거나 보통의 은행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소비자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DLF 사태를 보면 상품을 판매하고 가입한 사람 모두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상품이었다. 이러한 상품이 출시되는 과정에서 해당 금융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며 “금소법이 있었다면 금융사의 판매행위에 대한 사전규제, 사후구제 등 시스템에 의해 일정부분 소비자 보호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소법은 2010년 6월 법 제정방향이 제시된 이후 지난 8년 동안 14개 제정안이 발의돼 9개가 시한만료로 폐기된 바 있고, 현재 5개(의원발의안 4개, 금융위발의안 1개)가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을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현재 여러 법률에 산재한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를 포괄해 규정하는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다. 

이들은 “국내 금융시장은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증가해 급속하게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며 “금융사들은 기술혁신 등에 기반한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상품을 분석하고 이해해 합리적으로 선택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IT기술에 기반한 마케팅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소비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결국 금융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더욱 낮아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단체의 설명. 

금소법의 주요 내용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영업행위 준수사항 마련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 및 금융교육협의회 설치 ▲금융분쟁의 조정제도 개선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 강화 ▲금융소비자의 청약 철회권 및 위법 계약 해지권 및 과징금 제도 도입 등이다.

일각에서는 금소법 제정 분위기가 실질적인 제재나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개인의 투자책임을 판매측에 지우는 것에 관한 금융회사의 반발 움직임도 있다.

이들은 “현재 계류 중인 금소법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충분하지는 않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성 보장에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의 전면적인 도입, 금융상품 판매모집인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을 담보하는 내용 등의 보완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최소한의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만이라도 지금의 소비자에게는 너무도 절실하고 시급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여야를 떠나 국민이 바라는 대로 금융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금융시장 형성을 위해 조속한 시일에 반드시 금소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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