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최근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해 잇따라 ‘노동 3권’ 보장 판결이 내려지면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수요와 공급의 거래를 통해 근로행위를 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업무 중 상해를 입어도 산업재해 보험금조차 받지 못했다.

그간 해당 기업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기업의 보호뿐만 아니라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했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숨은 그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배달 앱 라이더·택배기사에 이어 대리운전 기사까지 노동자로 인정받은 것.

이에 따라 유사 업계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배달 앱 라이더·택배기사 이어 대리운전 기사도 ‘노동자’ 인정

그동안 대리운전 기사들은 단체교섭이나 파업 등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운전직의 특성상 사고의 위험이 많음에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으나 대리운전 기사도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부장판사)는 부산 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3명)을 상대로 대리운전 업체 2곳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업체들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하고 업무는 회사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리운전 접수·기사 배정을 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업을 해왔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업체 소속은 아니지만 회사와 각각 계약을 맺고 지시에 따라 운전업무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들 중 한 사람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을 설립했고 조합원 자격까지 얻은 후 두 회사를 상대로 단체 교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리운전업체들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독립적으로 자신의 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들이지 회사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교섭을 거부하고 법원에 확인 소송을 내기에 이른 것.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판결이 앞서 배달 기사와 택배 기사 판결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고 이번 대리운전 기사 판결로 재판부도 국민적 기대에 부응했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앞서 판결했던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의 판결 시와 마찬가지로 ▲대리운전의 업무내용 ▲업무수행 시간 ▲기사 배정방식 ▲수수료 책정 ▲복장 착용과 교육 의무부과 ▲업무지시 등 상황을 고려했다.

아울러 대리운전 기사들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업체들과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근로행위(대리운전)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이나 기타 수입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섭력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동조합법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운전기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 플랫폼 노동자가 눈길에 배달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한 플랫폼 노동자가 눈길에 배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플랫폼 기반 업무 ‘근로자성’ 인정에 업계 초비상

그동안 플랫폼 관련 업체들은 플랫폼 노동은 고용관계가 아니라 중개의 개념이기 때문에 현행 근로자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하며 근로자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체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면서도 프리랜서 개념의 개인사업자라는 명목으로 4대보험 조차 해당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도 회사의 보상이나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관련 대책수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재판부는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

플랫폼 노동자들을 회사 소속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퇴직금 지급 등 인건비 폭탄으로 이어지고 업체의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줘 결국 폐업·도산의 지경에 이르면 회사도 노동자도 모두 손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리운전업체들 또한 대리운전 기사도 근로자라는 이번 법원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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