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상명 기자]

「섹스리스 sexless : 성이 없는, 무성의, 성행위를 하지 않는, 성욕이 없는」

섹스리스를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 글이다. 결혼한 부부가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이 말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돌아오는 반응은 “가정에 문제 있어?”이다.

일러스트=이상명 기자/공공뉴스 DB
<일러스트=이상명 기자/공공뉴스 DB>

대부분의 사람들은 ‘섹스리스=불화, 가정 파탄’을 떠올리는 듯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결혼 14년이 넘어가고 딸아이가 있는 지인 A씨는 11년의 섹스리스 속에서도 단란한 가정을 잘 꾸리고 있다. 불편한 점도 찾지 못할 뿐더러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렇다고 A씨 부부가 남들과 다른 점도 없다. 서로의 부모님께도 제 할 일 다하고 아이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단, 부부관계만을 하지 않을 뿐이다. 결혼 10여년 동안 부부관계 횟수를 따져봐도 열 손가락 중 세 손가락이 남을 정도라고.

그래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씨의 결혼생활은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적어도 A씨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 싶다. 서로를 저주하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으며 여전히 가정을 소중히 생각하고 물론, 부부 역시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어 한다.

계획임신도 아니었다. A씨는 돌이켜보면 연애시절조차 스킨십이 많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그래도 남편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남편은 늘 A씨와 결혼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A씨 역시 다른 남자와의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 A씨 커플은 결국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됐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섹스를 하든 안하든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꼭 부부 사이에서 섹스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섹스리스가 꼭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씨의 경우를 보면 말이다.

반대로 주 4회 이상의 부부관계를 자랑하며 40대로 접어든 현시점에도 그 횟수를 유지 중인 지인 B씨가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각자 열심히 외도 중이다. 자영업자인 남편이 회사 직원과 바람을 피운다며 분노하던 B씨도 결국 아이 체육관 선생님과 2년째 외도 중이다.

남편과 잠자리를 한 날도 외도 남을 만나 섹스를 한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남편과의 잠자리가 싫진 않지만 식상하다나. 익숙해져 버린 탓인지 남편의 벗은 몸을 보아도 내 몸인지 네 몸인지 느낌조차 없다는 꽤나 진지하고 슬픈 설명.

하지만 외도 남은 틀리다. 특별한 섹스도 아니지만 손끝만 닿아도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신선한 느낌에 관계를 끊을 수 없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매일을 함께하다 보면 생리적 현상을 나도 모르게 할 수밖에 없다. 늘 신경 쓰며 실수하지 않으려 할수록 노이로제만 생길 뿐이다. 생리현상은 신선함과 신비감을 줄어들게 한다. 맹숭맹숭해지고 편해지면서 어느덧 가족같이 변해버리는 것.

B씨도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며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단, 연애 때나 신혼 초에 느꼈던 강렬하고 뜨거운 섹스를 하고 싶을 뿐이라며 외도를 정당화한다.

A씨와 B씨의 극단적인 두 커플을 보며 섹스가 인생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수많은 인간 행위의 하나일 뿐 섹스는 사실 결혼 생활에 있어 큰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아플 때 곁에 있어주고 슬프고 힘든 일에 가장 먼저 같이 울어주며 기쁘고 즐거운 일에 늘 함께할 수 있는 부부라면 말이다.

팔짱 끼고 맛집도 찾아가보고, 맞잡은 손으로 아이들 옷도 함께 고르며, 용돈 5000원 올려달라며 티격태격 사랑싸움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부부들에겐 육체적 쾌락은 1%의 미완일 뿐이다.

(육체적 사랑이 존재하는) 죽을 것 같은 뜨거운 사랑도 시효 2년 6개월(뇌 화학반응기간:런던 바스텔스 교수팀)이라는 과학적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그 후에는 정(情)과 의리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 물론, 섹스가 불결하다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걱정하고 매일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 역시도 섹스만큼이나 서로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이다. 오직 육체적 섹스리스가 사랑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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