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단식 이틀째, 천막에 당직자 24시간 배치 지침 도마 위
與 ‘황제단식’ 맹비난에 한국당 노조 “정당 정치 다시 배우길”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제1야당 대표의 미숙한 리더십이 온 나라를 헤집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 가운데 정치권의 우려와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단식 시작 불과 이틀 만에 ‘황제 단식’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황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국회 본청 앞 천막에 한국당 당직자들을 24시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홀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지난 20일부터 주간(오전 8시~오후 8시)과 야간(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으로 나눠 당직자들을 4명씩 2교대 하도록 근무를 지시했다.

근무자는 ▲대표 소재지 근무 ▲30분마다 대표 건강상태 체크 ▲거동수상자 접근 제어 ▲대표 기상 시간(03:30)대 근무 철저 ▲취침 방해 안 되도록 소음제어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는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다 폭행을 당했던 전례 등을 고려해 사건·사고를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특히 근무자 배정표 하단에는 ‘당 대표 지시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당직자들을 강제동원한 ‘황제 단식’ ‘갑질 단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황 대표 취임 이후 장외투쟁에서 삭발로, 다시 단식까지 하겠다고 한다”며 “황 대표가 아무리 원외 인사라지만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게 야당 대표의 역할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변인은 “단식투쟁 천막 배정표를 보니 4명씩 하루 2교대로 근무를 하고 30분마다 건강체크, 거동 수상자 접근제어 등 취침에 방해가 안 되도록 소음제어, 미근무시 불이익을 주는 근무자 수칙까지 배포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소통 노력을 ‘쇼통’이라 비판했던 한국당이 이제 자당의 뜬금없는 단식투쟁을 무엇이라고 명명할 것이냐”라며 “황 대표는 보여주기식 ‘단식투쟁’을 중단하고 ‘민생논의’에 집중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직자들을 황제 단식에 강제동원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를 ‘갑질 단식’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변인은 “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폐를 많이 끼치는 건 처음 본다”며 “국민에 폐 끼치고 정치권과 자기 당에 폐 끼치고 하위 당직자에 폐 끼치는 단식을 뭐하러 하느냐. 천막을 지키는 당직자들이 무슨 죄냐”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황 대표에 대한 하늘 높은 의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렇게 대접 받으면서 투쟁을 해도 되겠는가”라며 “이러다 곧 대리 단식, 블루투스 단식까지 가겠다”고 비꼬았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민생을 걷어차고 기어이 ‘국민과의 단절’을 택한 제1야당의 황 대표, 단식의 진정성은 없고 의전왕의 행태만 있다”며 “지금이라도 단식을 빙자한 ‘의전 쇼’는 멈추고 제1야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되찾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의 단식농성에 대해 “잘못된 전선에 몸을 던진 것”이라고 평가하며 “역대 야당 지도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고 개혁을 위한 투쟁이었지만 황 대표의 단식농성은 명분 없이 행하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상무위원회의에서 “황 대표가 지소미아문제로 청와대를 압박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고 우리정부를 어렵게 하는 내부총질 행위”라며 “황 대표가 굳이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 직접 나설 의지가 있다면, 가야할 곳은 청와대 앞이 아니고 일본 아베 수상 관저 앞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대안신당은 황 대표가 단식 하루 앞에 영양제를 맞았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영양제를 맞고 단식한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진풍경을 접하고 나니 씁쓸할 따름”이라며 “지금 황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청와대 앞 단식이 아니라 국회로 돌아와 여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틀째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며 지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의 ‘황제 단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성명서를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은 황 대표 단식 투쟁을 두고 비아냥대고 비하하기에 여념이 없다”며 “민주당은 ‘정당 정치’의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일침했다.

노조는 과거 3김 시대(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를 언급하며 “상대당 총재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단식투쟁에 돌입하게 되면 가장 먼저 달려와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서라도 제1야당 대표가 곡기를 끊은 엄혹한 상황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은 아무런 책임도 못 느끼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향후 만약 정치적 상황에 따라 민주당 당 대표나 이해식 대변인이 단식을 하게 됐을 때 민주당 당직자들은 6시에 칼퇴근을 한 후 TV 드라마를 보거나 죽창가를 따라 부르고 사케나 마시라는 말인가”라며 “당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에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일동은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도 더욱 치열한 자세로 모든 것을 걸고 강력하게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의 울분을 대신해 주기 위해 야당 지도자들이 목숨을 건 단식의 모습이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그려지던 아름다운 장면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들 대다수가 황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거나 비판하고 있다.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는데 하지 말라거나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나 황 대표가 철회를 요구한 지소미아·선거법·공수처법은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더 높은 사안들인 만큼 황 대표의 투쟁만으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황 대표가 이런 난국을 헤쳐갈 가장 지혜로운 카드는 깨끗하게 단식을 포기하는 것이다. 황 대표의 단식을 바라보는 비판 여론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성급했던 판단을 사과한 뒤 국회로 돌아와 열심히 협상에 임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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