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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매서운 겨울왕국
#스크린 독과점:극장가 다양성 침해 및 관객 선택권 박탈→영화법 개정 촉구 목소리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2019. 11. 24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시간이 조조나 심야로 동떨어져 있거나 상영관이 너무 적어서 불가피하게 다른 영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영화의 선택지가 없는 불상사는 한 영화의 상영관이 압도적으로 극장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상영관 배정이 특정 영화로 쏠리는 현상을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칭한다.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나 국내 대형 배급사의 영화는 튼튼한 자본력으로 개봉일부터 많은 상영관을 독점하며 흥행몰이를 한다. 특히 배출하는 시리즈마다 흥행을 기록해온 영화 시리즈가 개봉할 때가 되면 소형 자본의 영화는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개봉일을 늦추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그동안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스크린 독점이 관객들의 선택권을 축소하고 영화산업을 수축시킨다는 주장과 반면 스크린 독과점은 관객의 선택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섣부른 규제는 영화산업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은 여전히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 영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영화 ‘겨울왕국 2’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겨울왕국 2’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세계가 고대하던 기대작, ‘겨울왕국2’가 성공적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겨울왕국2’의 개봉과 동시에 다시 시작된 스크린 독과점 논란.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이 계속될수록 중형, 소형 배급사들의 영화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권리를 잃게 됐으며 더 나아가 한국 영화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잘나가는 ‘겨울왕국2’, 개봉 4일째 400만명 돌파

5년 만에 돌아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개봉 4일째 400만명을 돌파하며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겨울왕국2’는 숨겨진 과거의 비밀과 새로운 운명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엘사와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1029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겨울왕국’(2014)의 속편이다.

당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국의 어린이들 사이에는 ‘엘사 열풍’과 함께 OST였던 ‘Let It Go’도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개봉 4일째인 이날 오후 1시 기준 누적 관객 수 403만2245명을 기록해 4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흥행 속도는 올해 최고 흥행작인 ‘극한직업’을 가뿐히 넘어서는 수치이며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과 동일한 속도다.

특히 전날(23일) 하루에만 166만1967명을 동원했다. 총 2642개 스크린에서 무려 1만6220회를 상영한 결과다. 전날까지 누적 관객은 290만2376명으로, 나흘째 누적 관객 수 300만명과 400만 명을 연달아 넘어섰다.

‘겨울왕국2’ 하루 관객 수는 역대 최다 일일 관객 수를 보유한 ‘어벤져스4’와 사실상 타이기록이다.

‘어벤져스4’는 개봉주 주말 2835개 스크린에서 1만3397회 상영돼 하루(4월28일) 166만2469명을 동원했다. 이는 ‘겨울왕국2’보다 불과 502명 많다.

‘겨울왕국2’는 ‘어벤져스4’보다 스크린 수는 다소 적었지만 러닝타임이 103분으로 짧아 상영 횟수가 많았다. 상영점유율이 73.4%로, 전날 극장에 상영한 영화 10편 가운데 7편 이상이 ‘겨울왕국2’였다. ‘어벤져스4’도 개봉 11일간 74.3% 평균 일일 상영 점유율을 기록했다.

‘겨울왕국2’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왕국2’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유쾌한 활약과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케일, 깊어진 메시지와 중독성 강한 OST로 관객들을 찾았다.

이에 어린이 관객에게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모험과 유쾌한 웃음을, 성인 관객에게는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깊은 공감과 감동을 전하며 전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21일 개봉 이후 전 세대 관객을 아우르며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자녀의 손을 잡고 개봉 첫 주 극장가를 찾은 가족 관객들의 관람이 이어지는 가운데 엘사와 안나의 드레스를 입은 어린이 관객들의 모습도 속속 발견되는 등 전 연령대 관객들에게 다시금 겨울왕국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법 개정, 규제와 지원 정책 병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법 개정, 규제와 지원 정책 병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예상된 흥행 강풍, 그리고 독과점 논란

‘겨울왕국2’가 흥행에선 성공을 거뒀지만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논란은 피해갈 수 없었다.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이하 반독과점영대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을 지적하며 영화법 개정을 촉구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스크린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영화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부산영화협동조합 황의환 대표, 독립영화협의회 낭희섭 대표, C.C.K픽쳐스 최순식 대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안병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이은, 반독과점영대위 운영위원 권영락, 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 배장수가 참석했다.

배장수 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은 “영화계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며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에서 독과점 현상이 발생해 긴급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밝혔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영화법 개정 및 규제와 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겨울왕국2’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올해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영점유율(63.0%)과 좌석점유율(70%)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빚은 올해 작품은 ‘엔드게임’ ‘겨울왕국2’ ‘캡틴 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등이 대표적”이라며 “‘엔드게임’의 경우 무려 80.9%(상영점유율), 85.0%(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독과점영대위는 2017년 11월 발족 이래 영화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바람직한 정책 수립·시행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현실에 영화법 개정 관련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겨울왕국2’ 등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의 제작, 배급사와 극장은 의당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프랑스의 경우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에 해당하는 CNC(국립영화센터)는 영화법과 협약에 의거 강력한 규제·지원 정책을 영화산업 제 분야에 걸쳐 병행하고 있다.

일례로 15~27개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최다 스크린은 4개이며 11~23개 스크린에서는 각기 다른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노장인 정 감독은 ‘겨울왕국2’로 인해 ‘블랙머니’의 스크린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꼬집었다.

정 감독은 “‘블랙머니’ 제작진이 되도록 이 자리에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고 하더라”라며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왜 역풍을 맞았냐고 하니 많은 이가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하더라. 역풍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겨울왕국2’을 사람들이 많이 보고 싶어하니까 상영관을 많이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불공정한 시장 상황에 대해 모르니 하는 얘기”라며 “‘겨울왕국2’는 좋은 영화다. 좋은 영화를 오랫동안 극장에서 보면 안 되나. 꼭 1~2달 사이에 뽑아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정 감독은 “‘블랙머니’가 극장에서 안 해준다고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해명을 하는 거다. 이게 잘못된 거라는 걸 말해줘야 한다. 21일 기준 좌석수가 90만 장에서 30만 장으로 줄었다. 스코어는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줄었다”며 “이런 억울함을 호소하겠다는데 ‘역풍 더 맞는다’고 하면 말이 되나. 불공정한 시장이라는 것을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분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이런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거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 작품으로 언급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정 감독은 “봉 감독에게 허락받지 않았지만 그와 주고받은 대화를 잠시 말하도록 하겠다. ‘기생충’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아티스틱하면서도 대중과 소통에 능하다”며 “저는 그 당시 이 영화가 스크린 독과점을 할 것 같아 봉 감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봉 감독에게 ‘기생충’이 전체 스크린의 3분의 1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해주면 한국영화계 모범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봉 감독이 ‘제가 배급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가급적 50%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 나와 소통을 못했는데 애쓰려고 노력했지만 안 된다는 자괴심에 슬펐을 거다. 봉 감독한테 미안했다. 되지도 않을 일을 주문해서 어리석었다”고 덧붙였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시장이 건강한 기능을 상실해갈 때 국회와 정부는 마땅히 개입해야만 한다”며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을 개정하고 실질적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5일 서울 한 영화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5월5일 서울 한 영화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 영화계의 식지 않는 감자 ‘스크린 독과점’, 이대로 괜찮은가

반독과점영대위의 스크린 독과점 규탄을 두고 대중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부분은 ‘다양성’과 ‘선택권’에 대한 부분이다.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할 경우 다양한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빼앗게 된다.

스크린 독점은 준비한 영화를 미처 선보이기도 전에 내리거나 사람들이 보기 어려운 시간대로 배정받는 영화들을 양산해 낸다. 그리고 결국 다양성 영화들은 자연스럽게 스크린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는 다양한 영화를 접하고 싶은 관객들의 선택권마저 박탈해버리는 문제가 되며 실제로 영화 하나에 독과점이 시작되면 “극장에 가서 볼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반독과점영대위의 스크린독과점 규탄이 찬반으로 엇갈리는 이유는 이 잣대를 해외영화에만 적용하는 영화인들의 이중적 태도에 있다.

올해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가 크게 대두된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겨울왕국2’이다.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사례는 해외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해 초 코미디 열풍을 일으킨 ‘극한직업’ 역시 개봉 당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국내에서 천만을 넘은 영화 대부분은 스크린 독과점의 과정을 거친 것들이 많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국내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는 반발이 크지 않다는 게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실. 국내영화에는 관대하지만 해외영화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내 영화인들의 이중적 모습에 반발을 가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실제 이번 기자회견 이후 국내영화에 관대한 부분을 꼬집는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스크린 독과점은 많은 관객의 유치를 통해 수익을 올려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 특히 개봉이 어려운 독립·저예산 영화들이 설 자리를 뺏는다는 점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다양한 영화들이 적정한 스크린을 배정받아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더 많은 흥행작, 더 많은 천만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대기업들의 수직계열화를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으로 단정 짓고 비난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것보다는 근거 있는 분석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정하고 영화계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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