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40~80% 배상비율 결정..은행 내부통제 부실 인정
피해자대책위원회 “명백한 사기 판매 해당..무조건 100% 나와야”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최근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낳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해배상과 관련해 은행이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금감원은 80%의 배상 비율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지만, DLF 사태 피해자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

피해자들은 은행의 DLF 상품 판매 과정을 사기로 규정하고 100%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분쟁조정 과정에서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은 5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해외금리 연계 DLF 투자손실(6명)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간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의 경우 영업점 직원의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 DLF 분쟁조정은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및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점을 최초로 배상비율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투자경험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에게 초고위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행위에 대해서는 은행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80%로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부의된 6건 모두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판단했다. 

‘손실 감내 수준’ 등 투자자정보를 먼저 확인한 후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DLF 가입이 결정되면 은행직원이 서류상 투자자성향을 ‘공격투자형’ 등으로 임의작성해 적합성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고위험상품인 DLF를 권유하면서도 ‘손실확률 0%’, ‘안전한 상품’ 등으로만 강조할 뿐, 원금전액 손실 가능성 등의 투자위험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봤다. 

특히 상품의 출시 및 판매과정 전반의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영업점 직원의 대규모 불완전판매를 초래해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분조위는 손해배상비율 산정기준과 관련, 원칙적으로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30%를 적용했다.

다만, 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20%)을 배상비율에 반영하고, 초고위험상품 특성(5%)도 고려해 총 25%를 가산했다. 

아울러 은행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지난달 30일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DLF 관련 분쟁은 총 276건이다. 이 가운데 손실이 확정된 210건을 분쟁조정 대상에 포함됐고, 금감원은 대표성이 있는 6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배상 비율을 결정했다. 

금감원은 나머지 분쟁조정 대상에 대해서는 이번 분조위의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조속히 배상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분쟁조정은 신청인 및 은행 양 당사자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성립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향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금감원 분조위의 손해배상비율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터무니 없는 배상비율”이라고 비판했다.  

DLF 피해자들은 “이번 분조위 결과에 대해 우리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그 비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이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치매환자, 투자경험 없는 주부, 위험성 설명 부재 등의 유형으로 구분해 40%~80%배상비율을 발표했지만 이는 은행의 책임을 불완전판매에만 한정한 것이며 금감원 중간조사 결과 발표 당시 확인된 은행의 ‘사기 판매’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금감원이 발표한 유형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들도 상당해 이번 분조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DLF 피해자들은 “금감원은 치매환자에 대해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며 생색을 냈지만, 사실상 이는 금감원이 이번 DLF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불과하다”면서 “은행이 치매환자에게 DLF 상품을 판매한 것은 명백한 사기 판매이므로 당연히 계약무효가 성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조건 100%의 배상비율이 나와야함에도 치매환자에게 80%라는 수치를 들이미는 것은 치졸한 행태”라고 일갈했다. 

또한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유형에는 5월 판매된 독일 국채 CMS연계형 DLF 상품 피해자들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DLF 피해자들은 “5월은 완전히 금리 하락 시기에 접어든 시점”이라며 “금리 하락이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은행이 DLF 상품을 판매한 것은 그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이 피해자들의 손실배수는 무려 333배에 달했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가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사태, 금감원 분조위 개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가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사태, 금감원 분조위 개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은 “5월에 판매된 DLF상품 피해자들은 이번 분쟁조정 대상에 포함돼 있지도 않아 금감원이 진정 이번 사태 해결에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분노했다.  

아울러 금감원이 분조위 결과 발표에서 투자자책임을 거론한 점에 대해 “처음부터 사기로 판매된 상품에 어떻게 투자자의 책임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면서 “분조위 결과는 사기 판매를 자행한 은행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근본적인 대책이 빠져버린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지어 DLF 최종검사 결과 조차 내놓지 않는 금감원을 우리는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다”며 “이번 사태에 금융당국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금감원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며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하는 금감원을 규탄한다”면서 은행의 DLF 사기 판매 인정 및 계약무효, 은행 검찰 고발, DLF 최종검사 결과 공개 등을 금감원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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