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많고 나이 어릴수록 여성 고용률 ↓..10명 중 4명은 ‘월급 200만원 미만’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우리 주변의 많은 워킹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워킹맘의 고민 중 하나는 ‘일’과 ‘육아’ 둘 중 어느 쪽에도 확실하게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여성, 좋은 엄마이자 아내, 착한 며느리 노릇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결국 워킹맘의 고용률에 영향을 끼쳤다. 워킹맘 취업자 수가 지난 1년 새 4만명 넘게 줄어든 것. 더욱이 어렵사리 취업했지만 워킹맘의 절반 가까이는 월 200만원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자녀별 여성의 고용지표. <자료=통계청>

◆워킹맘 1년새 4.3만명 감소..28%는 임시·일용직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자녀별 여성의 고용지표’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를 둔 취업 여성은 지난 4월 기준 282만7000명으로 이 중 임금근로자는 229만명이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4만3000명 줄어든 수치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임시·일용근로자는 64만1000명으로, 임금근로자의 28.0%를 차지했다. 상용근로자는 164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4000명 증가한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4만1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로 일하는 워킹맘은 53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7000명 줄었다.

자녀 연령별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자녀가 어릴수록 짧았다. 6세 이하는 33.6시간으로 가장 적었고 7~12세는 37.5시간, 13~17세는 39.5시간이었고 전년보다 각각 0.3시간, 0.9시간, 0.7시간 감소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워킹맘 상당수가 임시·일용직으로 재취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워킹맘 10명 중 4명(43.3%은) 임금 수준이 월 200만원 미만이었다.

100만원 미만을 버는 비율이 10.2%(23만5000명),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을 버는 비율이 33.1%(75만7000명)였다.

반면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은 67만5000명(29.5%), 3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은 32만5000명(14.2%), 400만원 이상은 29만8000명(13.0%)이었다.

워킹맘의 고용률은 1년 전(56.7%)보다 0.3%포인트 오른 57%를 기록했으나 같은 워킹맘이라 하더라도 자녀의 연령이 어릴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령별로 보면 자녀 나이가 6세 이하일 경우의 고용률은 49.1%에 불과했다. 자녀 나이가 7~12세인 경우에는 고용률이 61.2%, 13~17세는 66.1%를 기록했다.

자녀 수가 1명이면 고용률이 58.2%였지만 2명이면 56.5%, 3명 이상이면 53.1%로 낮아졌다.

시·도별 고용률은 제주(67.8%), 전북(64.2%), 충북(63.1%) 순으로 높은 반면 울산(52.3%), 부산(54.5%), 경기(54.7%)는 워킹맘의 고용률이 낮았다.

여성 구직자들이 지난 10월23일 전북 전주시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을 찾아 간접 참여업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근 잦은 워킹맘 해고에 엇갈린 1·2심 판결

워킹맘을 위한 각종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일과 양육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앞서 지난달 법원은 수습사원으로 입사한 워킹맘이 육아를 이유로 휴일 근무 등을 거부하자 회사가 정식 사원으로 채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엇갈린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심은 부모의 ‘자녀 양육권’을 회사가 배려하지 않았다며 회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직원이 먼저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판단을 뒤집은 것.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지난달 5일 고속도로 영업소 관리 업체인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7년 고속도로 영업소의 서무주임으로 만 1세와 6세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인 B씨를 수습 채용했다가 3개월간 5차례 무단결근했다는 이유 등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B씨는 애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주휴일과 노동절에만 쉬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했지만 노동절 외에도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대통령 선거일‧현충일 등에 출근하지 않았다. 또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하는 초번 근무도 5월부터는 이행하지 않았다.

A사에서는 첫 달에 B씨가 초번 근무를 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수 있도록 외출을 허용했다. 그러나 공휴일 결근 문제가 불거지자 ‘외출 편의를 봐 줄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에 B씨가 아예 초번 근무를 거부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A사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B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는 공휴일·초번 근무를 거부했다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A사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A사가 이를 근거로 채용을 거부한 데 ‘합리성’이 있는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회사가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근로자로서의 의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다”며 “그 결과 B씨가 초번·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해 수습평가 근태 항목에서 절반을 감점 당했으므로 채용 거부는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1심은 이 과정에서 ‘자녀 양육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판시된 과거 헌법재판소 판례와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 등을 언급하며 “회사가 B씨의 사정을 헤아려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B씨는 종전에 일하던 회사나 다른 직종 근로자의 근무 형태를 들어 공휴일 근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에 자녀 양육 때문에 공휴일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사정을 설명하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연차휴가의 사용 등을 요청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채용 거부에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휴일의 경우 배우자 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B씨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는 이상 회사가 그런 사정을 먼저 파악하고 해결할 것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가 외출 편의를 봐줄 수 없다고 통보한 전후 과정을 두고 “B씨는 공휴일 무단결근을 시정할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곧바로 초번 근무지시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근무한 팀의 업무 속성 등도 고려하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회사가 전혀 하지 않아 일과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결론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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