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사회:노력해도 성공 못한다고 느끼는 20대 多→청년층 위한 새 정책·경제구조 재편 필요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지면 ‘뒤처진 것’ 그 이상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만 한다. 이 같은 현실에 부모들은 늙어도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길 바라고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에는 ‘공무원’이 늘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취업시험 준비생 10명 중 3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해 어학연수는 꿈조차 못 꿔본 대학생은 졸업도 하기 전에 노량진을 찾는다. 행복은 모르지만 적어도 취업은 성적순이 맞는 대한민국에서 서울 주요 대학에 가지 못한 지방대학 출신 역시 마찬가지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시장에 뛰어들어도 대자본에 먹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바늘구멍보다 더 좁아 보이는 취업 시장은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한 사기도박판이나 다름없으니 결국 내 노력과 능력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쟁의 장이 공무원 시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공정한 경쟁의 장이 부재한 사회구조가 공시열풍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돈의 가치가 중요하게 평가받는 세상이 됐다.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는 없지만,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돈이 곧 권력이고 지위이며 힘이 되고 정의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부(富)의 혜택을 소수만이 누릴 수 있다는 현실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그 힘을 이용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아가는 반면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더욱이 문제는 부와 권력은 물론 고용형태까지 대물림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은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날로 심화되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 20대 청년 10명 중 7명 “한국사회 불공정”

20대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이 현재 사회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고 평가했고 실제 불공정함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윗세대의 부조리함과 경제력, 성별 등이 불공정함의 원인으로 꼽혔다.

8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연애·결혼, 자녀·가족, 사회·행복에 대한 견해를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사회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통용되는지에 대해 74.0%가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관적인 응답률 높아졌다.

실제로 사회에서 불공정함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74.2%에 달했다. 불공정성 경험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공정의 원인으로는 ‘윗세대의 부조리함’을 지목하는 응답률이 가장 많았고 ‘경제력’, ‘성별’ 순이었다.

부조리를 경험한 영역은 임금 차이 등 ‘경제적인 부분’, 취업·승진 등 ‘직장 관련’, 진학·성적 등 ‘학업 관련’ 순이었다. 남성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여성은 직장 관련 분야에서 가장 부조리를 느꼈다는 응답이 많았다.

본인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5.93점, 또래 세대는 4.87점으로 20대들은 자신보다 또래 세대가 더 행복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재학생의 경우 본인과 또래(세대)간 행복도 차이(본인 6.18점, 또래 4.94점)가 가장 컸다.

본인의 행복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로는 ‘경제력, 가족, 취미생활’을 꼽았다. 이런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준 것은 가족, 친구·지인,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순으로 조사됐다.

일상 속 행복으로는 ‘가족·친구·연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많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취미생활을 같이할 때’가 뒤를 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는 직장 관련(취업난, 경력단절 등) 37.0%, 경제적인 부분(생활비, 등록금 등) 30.0%, 주택난 13.1% 순서로 나타나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았다.

미래의 행복 전망에 대해선 ‘현재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49.1%로 가장 많았고 ‘비슷할 것’ 43.3%, ‘불행해질 것’ 7.6%였다.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청년세대의 사회 및 행복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높은 편”이라며 “그럼에도 미래 행복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어 토론회를 통해 청년세대의 행복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방안이 제안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20대들의 힘겨운 처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대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어렵고 취업에 성공해도 낙오되지 않기 위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상환과 주거비 부담 등 금전적인 문제까지 떠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우울증, 불안장애, 스트레스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20대가 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는 1635억원에 달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2016~2018년 20대 진료 현황’을 보면 우울증, 불안장애,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은 20대는 2016년 13만7309명에서 2017년 15만9651명, 2018년 19만8378명으로 지난 3년 동안 44.5%나 급증했다.

진료비 역시 2016년 406억원에서 2018년 722억원으로 78% 가량 증가했다.

20대가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인 ‘우울증’은 2016년 6만7847명에서 2017년 8만22명, 2018년 10만3443명으로 증가했다. 3년 새 52.5%가 늘어난 것.

특히 20대 여성의 우울증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3년 동안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는 44.7% 증가한 반면 20대 여성 우울증 환자는 58.2% 늘었다.

아울러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20대는 2016년 5만805명에서 2018년 7만1014명으로 39.8% 늘어났다. 또 ‘스트레스’로 진료를 받는 20대도 2016년 1만8657명에서 2018년 2만3921명으로 28.2% 증가했다.

수능만점자 김해외고 송영준 군.<사진=YTN 캡쳐>
수능만점자 김해외고 송영준 군. <사진=YTN 캡쳐>

# ‘꼴찌에서 수능 만점까지’ 송영준 학생의 희망 스토리

20대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가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불공정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는 자신만의 노력을 거듭해왔다.

10대의 오랜 학창생활을 마무리 짓고 20대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 대표적인 예다.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오랜 시간 공부에 매진했던 청소년들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수학은 지난해보다 크게 어려워졌고 국어는 쉬워졌지만 역대 난이도로는 두 번째로 어려운 수준이었다.

올해 수능 전 과목 만점자는 15명이 나온 가온데 전교 꼴찌에서 수능 만점 신화를 쓴 김해외국어고등학교 송영준(18)군의 역전스토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남 김해외국어고등학교에 따르면, 송 군은 올해 수능에서 국어, 수학(나형), 사회탐구 2과목(한국지리, 사회문화)에서 만점을, 영어와 한국사에서도 1등급을 받았다.

송 군은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스스로 성적을 올린 ‘노력파’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때는 전교생 180명 중 전교 10등, 11등 정도를 했다”며 “고등학교 반편성고사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외고에 127명 중 126등으로 입학했으며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한 후에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특성화고로 전학까지 고민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군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더욱 학업에 매진했고 ‘수능 만점’이라는 노력의 결실을 얻었다.

송 군은 수능 만점 비결에 대해 잠자는 시간을 줄여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김해외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기상 시각이 오전 6시20분이고 의무 자습 시간이 밤 11시까지다. 송 군은 1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늦게 잤다고 했다.

이후 송 군은 2학년 첫 모의고사 때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고 줄곧 1~2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군은 자신의 공부법에 대해 “단계적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슨 과목이든 개념부터,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레벨업하는 느낌으로 모든 과목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하기 힘든 날이나 한 주가 힘든 날은 방에서 게임 영상을 대신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며 “다만 너무 (재충전에) 빠지지 않게 조심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송 군은 수능 한 달 전, 교장 선생에게 “수능 만점을 받으면 현수막을 걸어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해져 놀라움을 안겼다.

이에 대해 송 군은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과목별로 만점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 목표를 수능 만점으로 잡았고 자기최면 느낌으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거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수시 1차에 합격해 오는 10일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송 군은 제1의 꿈은 검사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직까지 저희 사회에 부정의한 일들이 많고 또 기왕 저도 같이 사는 사회니까 사회가 더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문제집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좌우명을 새기며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송 군의 기사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청년층이 韓사회에 울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의 문제는 결국 ‘가진 자’들과 ‘갖지 못한 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불공정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물론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부모를 뒀다는 사실만으로는 자녀의 성공과 윤택한 삶을 확정하는 조건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위계층의 자녀가 부모의 권력을 등에 업고 무언가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경험하며 성장을 위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부모가 스펙’이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게 한다.

이에 많은 청년층들은 차별과 배제, 특혜나 부정과 불공정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다. 타고난 불공정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답받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냉혹한 현실을 비판하면서 울분을 느낀다.

더욱이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대학 이름과 성적, TOEIC 성적, 해외 어학 연수 경험, 자격증이라는 이른바 5대 스펙이 취업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5대 스펙에 더해 자원봉사 활동, 인턴십 경험, 수상 경력 등도 더해졌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젊은이들은 수능이라는 전쟁을 끝낸 후 대학에 진학하고도 이상적인 직업을 찾는 것이 어렵고 실업 상태에 놓여 있거나 비정규직으로서 사회에 발을 내딛는 실정이다. 먹고 살기 빠듯한 현실에 연애, 결혼, 출산도 포기하고 있는 것.

과거에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이들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타고난 불평등이 확대되며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돼버렸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같은 현실을 비판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도 없다.

청년이 원하는 공정한 사회가 실현되기 위해, 젊은이의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부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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