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신고:단순한 공권력 낭비 아닌 치안공백 초래→타인의 ‘골든타임’ 빼앗는 범죄행위 인식 필요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위급한 경우가 생기면 누가 제일 먼저 생각날까? 바로 112신고전화다. 112신고는 절박한 위험에 처해 있는 시민들의 안전보루이며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가 112에 전화를 걸었는데 다른 거짓 전화에 시간을 빼앗겨 현장출동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가져오게 된다. 허위신고는 아이들의 장난전화에서부터 주취자의 허위신고, 상대방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악의적인 거짓신고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한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신속하게 현장까지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력 낭비와 더불어 쓸데없는 출동으로 예산 낭비까지 불러오고 있는 실정. 허위신고로 인해 신속한 출동과 대응이 필요한 다른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범인의 조기검거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낭패를 불러올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허위신고는 엄연한 범법행위다.

지난 2월12일 허위신고에 출동한 소방대원들. <사진제공=강원도소방본부>
지난 2월12일 허위신고에 출동한 소방대원들. <사진제공=강원도소방본부>

112신고는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 허위나 장난신고로 인해 자칫 생명이 위급하고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경찰에서는 허위신고로 인한 경찰력 낭비, 시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신고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현행법상 고의가 명백하고 경찰력 낭비가 심한 허위신고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또 경범죄처벌법상 6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

허위신고는 단순한 경찰력의 낭비가 아닌 치안 공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순간을 놓칠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며 언젠가는 나와 내 가족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의 효과를 기대하기 앞서 시민들은 자발적인 협조와 성숙한 시민 정신이 우선시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허위신고로 소방대원이 뜯어낸 문, 허위신고자가 손해배상

최근 강원도소방본부가 전국 최초로 허위신고자를 대상으로 97만9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도소방본부는 비록 소액이지만 허위신고로 인한 소방력을 보호하고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자 소를 제기했다.

15일 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허위신고자 A(43)씨를 대상으로 97만9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소방당국이 허위신고에 대해 소를 제기해 승소한 건 전국 첫 사례다.

A씨는 지난 2월12일 대구에서 119에 전화를 걸어 형이 연락이 안 된다며 원주시 태장동 H 아파트 구조출동을 요청했다.

도소방본부는 원주소방서 구조대 출동 지령 후 신고자와 2차례 추가 전화에서 신고자가 살인이라는 단어사용과 흥분해 문을 뜯으라며 소리쳐 강원지방경찰청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과 원주 봉산지구대 경찰관 3명은 아파트 출입문 개방에 대해 협의하던 중 경찰과 통화에서 다시 살인과 문을 뜯으라며 급박하게 상황을 전개해 강제개방했다.

그러나 개방된 아파트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타인의 소유로 밝혀졌다. 이는 명백한 허위신고인 셈이다.

더욱이 신고자가 알려준 형과 형수의 전화번호 역시 없는 번호와 모르는 사람으로 드러났다.

결국 A씨의 허위신고로 타인의 재산에 97만9000원의 손괴가 발생하고 소중한 소방력과 경찰력이 허비됐다.

이에 강원도는 피해자의 긴급한 손실보상을 위해 올해 5월14일 수리비 상당액을 지급한 후 동액을 A씨에게 소송 청구했다. 소송은 9월30일 춘천지방법원에 소액사건 소송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이의 신청 없이 확정됐다.

아울러 A씨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거짓신고)으로 대구지방법원에서 2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으며 원주소방서에서도 소방기본법 제52조 1항 3호에 의해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김충식 강원소방본부장은 “허위신고는 명백한 위법행위로 우리 사회가 신뢰 사회로 나아가는 경고등이라며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허위신고는 대부분 장난 또는 정신병적 요인 탓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9월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군 당국이 수색에 나섰지만, 이는 거짓 신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롯데월드타워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거짓말로 허위신고를 유도한 4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9월1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박준민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41)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5월18일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보안직원에게 “여기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 휴대전화가 안 돼서 그러니 112에 신고해달라”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보안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19명과 소방공무원 38명, 군인 25명이 출동해 3시간가량 폭발물을 수색하는 소동이 일었다.

재판부는 “치안질서의 유지와 범죄 예방 및 수사에 관한 공무원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면서도 B씨가 편집 조현병을 앓아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고려해 징역형 집행을 유예하고 보호관찰과 정신과 치료를 명령했다.

충북 충주시가 지난달 5일 오전 5시33분께 발송한 아파트 화재 재난문자가 오인신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
충북 충주시가 지난달 5일 오전 5시33분께 발송한 아파트 화재 재난문자가 오인신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뉴시스>

# 거짓전화 한 통에 ‘허탕 출동’..혈세만 줄줄

허위신고로 인한 공권력과 행정력 낭비가 잇따르자 강력한 처벌을 통한 근절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술에 취한 남성의 허위신고를 실제상황으로 오인한 충북 충주시가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가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져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시는 11월5일 오전 5시33분께 ‘충주시 문화동 OO아파트 앞 화재 발생, 인근 주민은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라는 재난안전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했다.

이어 36분 뒤인 6시9분께 ‘재난상황 전파 훈련 중 메시지(를) 실제 전파하게 돼 시민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재차 발생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이날 오전 5시17분께 “불이 났다”고 119에 허위신고, 이에 시가 실제상황으로 오인해 보낸 문자라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때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1~2위에 ‘충주 화재’, ‘충주 OO아파트’가 오르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제상황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잠 다 깼다” “새벽에 불났다길래 걱정했는데 오보라니” 등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허탈한 심정을 표현했다.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경찰력·소방력 낭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 이후 112 출동신고 처리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허위장난 또는 오인신고로 인한 112 출동건수는 총 217만679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짚어보면 2014년 29만3000건이었던 허위장난 및 오인신고로 인한 출동건수는 2015년 40만5000건, 2016년 69만2000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7년 36만2000건, 2018년 28만7000건, 올해 6월 기준 13만5000건으로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과도한 경찰력 낭비와 치안공백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벌규정이 미약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12 허위신고자의 경우 형법 및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공무집행방해죄 또는 경범죄로 처벌하고 있는 가운데 2014년 이후 112 허위신고로 인한 처벌 총 1만8509건 중 형사입건은 4700건, 경범처벌(즉심)은 1만3807건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단순한 허위신고로도 누군가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허위장난 신고가 치안공백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그 피해가 바로 자신과 우리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허위신고, 골든타임 놓치는 버려야 할 습관

허위·장난신고에 대해 약한 처벌이 이뤄지는 국내와는 달리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허위·장난신고가 엄격히 처벌되고 있다.

특히 긴급전화에 대한 장난전화는 중대범죄로 인식되며 최고 징역형까지 처해진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허위신고를 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최고 50만엔(7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고 있다.

다른나라의 예를 본받아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허위·장난신고에 대한 대처법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허위·장난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다.

허위신고를 믿고 경찰이 헛걸음을 하는 동안 정말 위급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정작 필요한 곳에 경찰관이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 경찰이고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경찰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신속한 즉응체계를 갖춰야 하며 국민들은 경찰력의 낭비는 물론 정작 위급한 범죄 현장에 출동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함부로 허위신고를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내가 무심결에 한 장난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고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심각성을 잊지 말아야 하며 허위신고 근절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성숙한 의식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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