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할 때 기분 어떠냐” 등 언어폭력도 심각..성폭력 피해 경험은 9.6%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대학생 운동선수들이 3명 중 1명꼴로 선배나 코치로부터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등 극심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인권위)이 발표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 경험 선수는 응답자 31%(1514명), 신체폭력은 33%(1613명), 성폭력 9.6%(473명)로 집계됐다. 이는 인권위가 앞서 발표한 초·중·고등학생 선수 대상 조사결과 대비 2∼3배 높은 수치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대학을 중심으로 총 102개 대학 4924명(남 4050명·여 674명)이 참여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언어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1%(1514명)로 언어폭력의 주요 가해자는 선배선수(58%), 코치(50%), 감독(42%)이었다. 언어폭력 장소는 주로 경기장(88%)과 숙소(46%)에서 발생했으며 주로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이 많았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33%(1613명)로 이 중 15.8%(255명)는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인권위가 2010년 조사한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11.6%)보다 증가한 수치였다.

폭력 유형은 ‘머리박기, 엎드려뻗치기 등 체벌’이 26.2%(1291명)로 가장 높았고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 행위’가 13%(640명)로 나타났다. 또 라이터나 옷걸이, 전기파리채 등으로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신체폭력의 가해자는 선배선수가 72%(1154명)로 가장 높았고 코치 32%(516명), 감독 19%(302명) 순이었다. 신체폭력의 장소는 기숙사가 993건(62%)으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또한 대학생 선수의 성폭력 피해 경험은 473명(9.6%)으로 동성 간 성폭력도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피해의 경우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를 겪었다고 답한 선수가 전체 응답자 중 4%(203명)로 피해 유형 중 가장 많았다. 남자의 경우 3%, 여자는 9.2% 비율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가 2.5%(123명)로 남자는 2.2%, 여자는 3.3% 수준이었다.

남자선수의 경우 ‘누군가 자신의 실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마사지,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와 같은 신체적 성폭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자선수는 주로 남자선배에 의해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고 있었다. 일례로 “(남자 선배가) 빨리 오라고 손목을 잡고 갔다”, 생리 주기 물어보면서 “생리할 때 기분이 어떠냐?”, “생리 뒤로 좀 미룰 수 없냐”, 운동하다가 좀 안 좋아 보이면 “생리 하냐” 등이 있었다.

특히 ‘강제로 성행위(강간)를 당한 경우’도 2명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짐’(1.2%), ‘신체 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함’(0.7%)과 같은 피해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 보고서 중 폭력 및 성폭력 응답 결과. <자료=국가인권위원회>
'대학생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결과' 보고서 중 폭력 및 성폭력 응답 결과. <자료=국가인권위원회>

외출·외박 제한, 복장 제한 등 대학생 선수가 받는 자기결정권 침해도 심각했다. 대학교 학생선수 중 26%(1088명)가 ‘부당하게 자유시간, 외출·외박을 제한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25%(1005명)는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액세서리 착용, 패션 등에 제한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과도한 운동으로 학업병행에도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 선수 중 76%(3579명)가 주말과 휴일에도 운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심지어 38%(1839명)는 하루에 5시간 이상 운동을 한다고 응답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선수들이 성인 대학생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며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의 전환 등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한편, 인권위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이날 대한체육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 혁신위원회 등 체육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인권위는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의견과 개선방안을 검토해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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