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무마 의혹’ 조국, 최악의 상황 피했다..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어”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청와대 재직 시절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됐다고 판단했지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며 기각한 것. 조 전 장관이 구속 위기는 넘겼으나 법원이 죄질이 좋지 않고 범죄 행위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자신의 주장을 소명하기 위한 법리 공방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法, 조국 범의 혐의 인정하면서도 영장은 기각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조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뒤 27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춰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과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전날 오전 10시5분께 법원에 도착해 “첫 강제수사 후 122일 째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며 “검찰의 영장 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한 바 있다.

4시간20분 만에 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온 조 전 장관은 ‘어떤 내용을 소명했느냐’ ‘구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대기하던 승합차에 탑승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영장심사 뒤 취재진과 만나 “감찰 중단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해당 의혹에 대해 법원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 김칠준 변호사는 “구속의 필요성으로 주요한 증거물을 파쇄했다고 하는데 통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지 이 사건에서 증거를 은닉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감찰 중단 청탁 전화를 조 전 장관이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조 전 장관은 누구로부터 청탁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며 “오히려 박형철·백원우 전 비서관이 ‘여기저기서 청탁성 전화들이 온다’고 (하는 걸) 전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찰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이정섭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4명과 조 전 장관 측 김 변호사 등 변호인 8명이 참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이달 16일과 18일 조 전 장관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한 뒤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중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받은 2017년 8~11월 시기 청와대 감찰업무 총책임자인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리 내용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감찰을 중단한 점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해 금융위의 자체 감찰과 징계 권한을 방해한 점 등을 직권남용죄의 범죄사실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과 친분이 있던 여권 인사들이 조 전 장관에게 감찰을 중단해 달라고 청탁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변호인단을 통해 감찰 중단의 정무적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정무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 보임된 직후인 2017년 8월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으나 3개월여 만에 이를 중단했다.

청와대 감찰이 시작되자 유 전 부시장은 병가를 냈다가 지난해 3월 금융위에서 사직한 후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같은 해 7월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앞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 기각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구속영장 기각에 與 “합리적 판단” vs 野 “매우 유감”

유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여당은 “합리적 판단”이라고 평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유감을 표명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7일 논평에서 “검찰권의 남용과 무리한 수사를 감안하면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 여겨진다”며 “이제 검찰개혁의 결실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동안 수차례 밝혀왔듯이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직무권한 내에서 적절한 판단을 감찰 결정 내렸으며 정무적 책임자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왔다”며 “하지만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칼날은 조 전 장관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유난히 혹독했으며 먼지떨이식 수사와 모욕주기로 일관해왔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며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이 여전히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데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영장기각이라니 어느 누가 납득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조 전 수석이 감찰농단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고 증거를 조작하고 살아있는 권력이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할 개연성이 이토록 명백한 사건에 구속수사가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데 필수적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법원의 판단은 명백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검찰은 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쉬운 결정이라는 점도 밝힌다”는 논평을 내놨다. 

강 대변인은 “조국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 죄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제라도 유재수 감찰 무마의 진상과 ‘윗선’이 누구인지 명백히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히는 한편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아직 조 전 장관의 유무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것이 아니지만 검찰이 조국 수사와 관련해 과도하게 무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계속된 법원의 제동에 대해 검찰은 스스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최경환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국민들은 지금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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