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및 선배 여학생 대상으로 성희롱·모욕적 발언 덜미..가해자들 공개 사과에도 공론화 촉구 목소리 ↑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1학년 남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나누는 대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성희롱이나 모욕적 발언을 지속하고 주기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공공뉴스DB>

30일 경희대 등에 따르면, 경희대 의대 내 학생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 대응위원회’(대응위)는 단톡방에 참가했던 한 남학생의 ‘양심 제보’로 지난 9월부터 이 사건을 조사한 뒤 최근 사건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가해 학생 A·B·C씨가 8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동기나 선배 여학생들을 상대로 ‘빈약해서 자기 취향이 아니다’ ‘핥고 싶다’ ‘잘 대준다’ 등의 성희롱 및 모욕적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사진을 허락 없이 캡처해 이모티콘처럼 대화방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대면 조사 후 단톡방 학생들을 찾아가 카카오톡 내용 삭제를 요구하고 제보 학생에게는 동아리 지도 교수를 찾아가 사건 신고를 무마시키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위는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기보다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대응위가 지난달 19일 문제의 동아리와 학번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A는 자신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고 B는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C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응위 측은 같은 달 29일 가해 학생 3명에 대해 공개 사과문 작성, 동아리 회원 자격정지, 학사운영위원회 및 교학간담회에 해당 안건 상정 등을 포함해 징계를 의결했다.

또한 가해 학생들과 같은 학번으로 해당 동아리에 소속된 남학생 전체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오자 A씨는 공개 사과문을 내고 “조사 당시 대부분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인했지만 단톡방을 다시 읽어보니 저희가 저지른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며 “저희의 잘못된 언행으로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B씨 역시 “피해자분들이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임을 망각한 채 험담을 했다”며 “사과가 늦어져 피해자에게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준 점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동아리 회원 자격정지’ 등의 학내 처벌로는 징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28일 페이스북 ‘경희대학교 의학과·의예과 대나무숲’ 페이지에 사건보고서를 올리고 공론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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