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정부가 새해를 앞두고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포함한 5174명의 특별사면과 171만명에 대한 특별감면을 실시했다.

청와대는 ‘2020년 신년 특별사면’에 대해 “서민 부담을 줄여주는 민생 사면이자 국민의 대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사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야당은 일제히 ‘제 식구 챙기기’ ‘선거사면’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강신업 변호사가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64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입당식을 마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 “특별사면 실체는 촛불청구서 결재·총선용 내 편 챙기기”

자유한국당은 30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마저도 오로지 정권을 위해 휘둘렀다”며 “서민 부담 경감은 허울일 뿐 선거를 앞둔 ‘내 편 챙기기’, ‘촛불청구서’에 대한 결재가 이번 특사의 본질이다. ‘코드사면’에 ‘선거사면’”이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전 지사와 한 전 위원장의 사면을 두고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선거사범, 불법·폭력시위를 일삼은 정치시위꾼까지 사면대상에 포함해놓고 국민화합이라니 국민화합을 어떻게 읽으면 이렇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전 대변인은 “국민화합은 법과 원칙에 대한 동의와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기본조차 왜곡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며 성실히 살아온 국민들께는 자괴감을 안기고 온갖 괴담을 만들고 대한민국을 흔들어온 세력에게는 승전가를 울리게 한 특사”라며 “특별사면권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돼선 안 된다. 국민통합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법정의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제 식구 챙기기 특별사면”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번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내년 총선을 앞 둔 자기 식구 챙기기”라며 “일반 형사사범과 야당 인사가 포함됐다고는 하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강 대변인은 “사면권의 경우 대통령의 헌법상 권리이기는 하나 왕조시대의 유물”이라며 “특히 일반사면이 아닌 특별사면은 제왕적 대통령의 사리나 당리를 위한 것일 수 있어 특별히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사면권이 정치인이나 지도층 인사의 면죄부로 작용할 경우 사회통합을 헤치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긴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며 “이번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향후 특별사면권 행사의 원칙적 자제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익환 새로운보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한 전 위원장의 특별사면은 ‘촛불청구서’와 ‘국민의 상식’을 맞바꾼 행위”라며 “최대노총으로 등극한 민주노총에 대해 축하난(蘭) 대신 ‘한상균 특별사면’을 준비한 정부의 노력이 가상하다. 전형적인 민주노총 눈치보기”라고 일갈했다.

이어 “후보단일화를 위해 상대후보를 돈으로 매수한 파렴치한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곽 전 교육감을 특별대상으로 포함시킨 것도 합당치 않다. 위선적인 교육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재·곽노현·한상균 등 5174명 특별사면·복권

앞서 이날 이 전 지사, 곽 전 교육감, 한 전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정부는 이들을 비롯한 일반 형사범과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선거 사범 등 5174명을 오는 31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 12월(6444명), 올해 2월(4378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형이 확정된 정치인 가운데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이 포함됐다.

이 전 지사는 2011년 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상실했다. 또 2015년 4월에도 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벌금 500만원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무부는 “중대 부패범죄의 사면을 제한하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엄격한 사면 배제기준을 유지했다”면서도 “부패 범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사범 중 장기간 공무담임권 등 권리가 제한됐던 소수의 정치인을 복권했다”고 설명했다.

곽 전 교육감은 2012년 9월 후보자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돼 물러났다.

사면된 선거사범 267명은 2008년 제18대 총선과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와 관련해 처벌받은 이들이다. 18·19대 대선과 19·20대 총선, 6·7회 지방선거 당시 사범은 제외됐다. 다른 사건으로 수배·재판 중이거나 벌금·추징금을 미납한 경우 공천 관련 금품수수 전력이 있는 경우도 배제됐다.

또한 2015년 5월 불법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된 한 전 위원장도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화합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1879명이 공무원 임용 제한 등 각종 자격제한에서 해제됐다. 현재 가석방 중인 1명은 남은 형 집행을 면제받았다.

정부는 올해 3·1절 특별사면 이후 형이 확정된 ‘세월호 집회 사건’ 등 이른바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가운데 18명을 선별해 추가로 사면·복권했다.

아울러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도 단행됐다. 벌점 삭제, 면허 정지·취소 처분 철회 등으로 170만9822명이 혜택을 보게 됐지만 음주운전과 뺑소니, 난폭·보복운전 사범 등은 감면대상에서 제외됐다.

어업인 2600명도 면허·허가와 관련한 행정제재를 감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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