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시작부터 삼권분립·자료제출 놓고 기싸움..후보자 자질 및 도덕성 격돌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7일 열린 가운데 시작부터 삼권분립 훼손 논란과 자료 제출 등을 놓고 여야 간 기 싸움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이 정 후보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무분별한 신상털기’라고 반박하며 맞선 것.

과거나 지금이나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야당 의원들은 신상 털기가 아닌 공적 검증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 능력 검증보다는 도덕성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후보자와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나 흠집 내기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본연의 기능을 잃고 정치적 공세의 장으로 전락하면서 후보자가 여야 정치투쟁의 희생양이 되고 후보자 가족까지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청특위)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정 후보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총리직을 맡는 일에 대해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며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일의 경중이나 자리의 높낮이를 따지지 않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해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는 입법부 수장을 지낸 정 후보자가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를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일부 야당의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정 후보자는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총리로서 역할과 의무에 집중하겠다며 경제 활성화와 공직사회 변화, 사회통합 등 3가지 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또 “우리 정치가 대결과 적대의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21대 총선 이후 모든 정당이 참여할 수 있는 ‘협치 내각’ 구성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선서와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한국당 의원들은 청문회에 앞서 인사 검증 자료 제출을 불성실하게 한 것과 국회에서 채택된 증인 출석도 독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 후보자가 지난해 재산 신고한 미래농촌연구회 출연금 1억1000여만원이 이번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 제출된 자료에서 1억800만원으로 바뀐 점에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에 한국당은 해당 연구회의 관계자인 김모씨의 증인 채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필수 핵심 증인으로 정 후보자의 지지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모씨를 채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며 “다만 전날부터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인 9일까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필수 핵심 증인인 김씨가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여러 지지 단체에 대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출석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총리 후보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 요구를 안 하는 것이 상례였지만 정 후보자는 51%가 제출이 안 됐다”며 “인사청문회를 치른 총리 후보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은 정 후보자와 배우자, 장남의 부동산 거래내역과 후보자 배우자의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임야 취득 경위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성일종 의원은 소득세 탈루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나경원 인청특위 위원장도 정 후보자에게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나 위원장은 “국회의장을 지내신 후보자다. 가장 모범적으로 청문회를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후보자들보다도 더 부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자료 거부에 마땅한 사유가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은 야당의 무분별한 신상 검증이 도를 넘었다고 반발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질과 도덕성과 정책 검증에 앞서 신상 털기식 막가파 흠집 내기가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은 “야당 간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개인신상정보가 담긴 후보자의 자료를 원본 그대로 올렸다”며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알게 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 없이 누설할 수 없는 청문회법 위반”이라고 역공했다.

박경미 의원은 “황교안 후보자가 256건 중에서 113건을 제출해서 요구 건수 대비 제출 비율이 44.1%였고 이완구 후보자는 470건 중에서 188건. 그래서 40%였다”며 “정 후보자는 219건 중 158건을 제출해 72.1%에 이른다”고 자료 제출 비율 비판에 맞받아쳤다.

정 후보자도 한국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김 의원이 말한 한 분이 해외 출장 중인데 그분은 이미 해외에 출장을 갔었다”며 “그분도 본인은 출석 용의가 있지만 8일 공장 준공식이 있어 출석을 못 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청문위원 전체가 이틀로 돼 있는 청문회를 연장해 모레(9일)에라도 따로 그 증인 한 사람만 필요해 부른다고 하면 본인이 올 의사도 있다고 한다”며 “여야 간에 이 문제를 의논해 달라”고 덧붙였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정 후보자는 김 의원이 주장한 자신의 지지단체 관련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해당 단체는 지지단체가 아니고 사단법인이다. 정치 활동을 하는 단체가 아니라 농업이나 농촌에 대한 정책 연구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며 “제가 농촌을 지역구로 할 당시에는 농업, 농촌 문제에 관여를 했지만 지금은 그 단체는 장학사업만 한다. 제가 지역구를 옮기면서 역할이 많이 바뀌어 지지단체와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김현아 의원의 지적에는 “현직 국회의장이 총리로 가는 건 삼권분립 파괴이지만 난 현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외교부 의전편람 의전서열은 현직에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현직 의장이 아니다”라며 “현직 의장이 총리로 간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고 있는 삼권분립은 국회는 입법, 행정부는, 집행, 사법부는 적용하는 기능의 분리이지 인적 분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제가 의장을 했기 때문에 청문회 국회 구성원들이 불편해할 수 있어 주저한 것이다. 그래서 고사했는데 국가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격식을 따지기보다 일을 맡는 게 도리 아니겠냐”고 재차 강조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7~8일 이틀간 실시된다. 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직무수행 능력 등 자질 검증을 위해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꼭 필요하다. 

그동안의 인사청문회는 과도한 신상 털기로 진행돼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고 여야의 정치적인 공방은 국민을 끌어들여 여론을 양극화하고 갈등을 부추겼다.

더 이상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하는 정쟁의 장이 아닌 후보자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집어낼 수 있는 명쾌한 인사청문회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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