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내세웠던 ‘새정치’가 국민적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정계를 떠나기를 반복했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하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정치 입문 당시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초심이어야만 하는가가 향후 ‘안철수 정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권한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전 대표가 8일 바른미래당 당원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보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안 전 대표가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에게 직접 보내온 메시지라며 해당 메시지를 공개했다. 

안 전 대표가 독자신당이나 제3지대 대신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안 전 대표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저는 1년여의 해외활동 속에서 제 삶과 지난 6년간의 정치여정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국민들과 당원동지 여러분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추진했던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도 제 책임”이라면서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순수한 의도였지만 과정에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는 왜곡되고 말았다. 이 역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사과했다.

안 전 대표는 “그동안 정치를 그만둘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저를 불러주셨던 그 때의 상황 속에서 시대 흐름에 얼마나 충실하게 부응했는지, 오류는 무엇이고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미래를 향해 질주해가는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1년여 동안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정치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는 귀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어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며 “그 때의 진심과 선의 그리고 초심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심과 선의로 호소하겠다”며 “국가 대개조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미국에서 머무르고 있는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구체적인 복귀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주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안 전 대표는 2일 1년여 간의 해외 체류를 마무리하고 국내로 복귀, 정치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7월 정치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9월 독일로 출국했다. 지난해 4월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 완주 소식을 알리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뉴시스>

안 전 대표가 정치권 복귀 의사를 밝히자 야권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돌아와서 원하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안 전 대표의 복귀와 안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도 안 전 대표의 귀국을 반겼다. 하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추구했던 새 정치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한국 정치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의 신적폐 정치를 심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 전 대표의 복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전 의원은 2일 ‘안철수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단언컨대 안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했으면 벌써 했다”며 “‘우물쭈물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처럼 여러 번의 기회를 날렸다”고 일갈했다.

그는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먹었다”며 “단일화 이후 속 시원히 지원 유세도 하지 않고 선거 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안 전 대표의 선택을 ‘속 좁은 행위’라고 지칭하며 “그의 정치적 내리막길의 시작이었다. 진득하게 기다렸으면 기회가 있었을 텐데”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안 전 대표가 2013년 미국에서 돌아온 후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몸을 만들고 올까 했는데 리틀야구에 끼어들었다”며 “유력 대선주자치곤 너무도 초라하게 나와 민주당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참을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참신한 안철수의 이미지는 없고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 그리고 애매한 정체성의 실체를 드러내는 고집불통의 안철수만 남았다”며 “탈당과 신당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켰다. 대선 때 ‘문모닝’을 외치며 그를 도왔던 박지원마저 그에게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사람이 붙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사람들이 떠나가는 정치인 신세가 된 안철수에게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힘은 없어 보인다”며 “진보진영에 취업했던 그가 황교안 리더십의 위기에 맞춰 귀국하는 것을 보면 ‘보수 쪽에서 말뚝을 박아볼까?’하는 정치 공학의 냄새를 맡은 것 같다. ‘진보 보수를 아우르는 대통합’ 등 밑도 끝도 없는 애매모호한 레토릭으로 잠깐 언론의 주목을 받겠지만 정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민들은 처음에 안철수는 내 편, 나의 미래를 담보해줄 메시아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도 타락해가는 정치인이었고 속 빈 강정이었음을 이미 알아냈다”며 “안철수의 룸은 없어 보인다. 민주개혁 진영에는 들어온 공간이 없고 보수진영에는 밥그릇 자리싸움을 해야 하니 진입장벽이 높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정 전 의원은 “왕년의 제3시대 국민의당 같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다. 주목받는 총선 타이밍에 들어오긴 하는데 총선 끝나면 다시 외국에 나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며 “정치를 바꾸기 전에 안철수를 바꿔라!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정치를 바꿀 수 없고 안철수의 미래도 없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이제 안철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안 전 대표가 정계복귀 선언을 한 데 대해 “이분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다. 그런데 지금 보수 세력들이 황교안 리더십 평가를 봤고 통합도 안 되고 하기 때문에 ‘아, 이때는 내가 나서야겠다’ 하고 들어온 거다”라며 “그래서 저는 안 전 대표가 복귀를 하건 안 하건 보수 대통합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안 전 대표가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정치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 선언에 네티즌들도 찬반으로 갈려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좋은 타이밍을 잡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안 전 대표는 이제 식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의 정계복귀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안 전 대표가 소환됐다는 것은 현실 정치가 국민의 허기와 목마름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다. 안 전 대표가 초심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