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과 기자회견..1000억원 이상 빌딩 공시지가 시세의 37%
지난해 12월 정부 발표한 66.5%의 절반 수준..과세기준 개선 촉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 이후 1000억원 이상 실거래 빌딩 과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br>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 이후 1000억원 이상 실거래 빌딩 과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서울 시내 1000억원 이상 고가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이 37%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기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66.5%라는 정부의 발표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시민단체는 이 같은 낮은 시세반영률에 따라 부동산 재벌 등이 막대한 보유세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부동산 시세를 반영하는 과세기준을 개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 이후 1000억원 이상 실거래 빌딩 과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과 정 의원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의 과표 및 세액을 조사했다. 조사한 거래 건수는 102건, 거래가격은 29조3000억원(건당 2900억)이었다.

분석결과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은 13조7000억원으로 실거래가 대비 46%에 불과했고, 공시지가는 시세의 37%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2월17일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낮은 시세반영률과 부동산 유형별 불균형으로 공평 과세가 훼손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평균 64.8%이며, 상업·업무용 토지의 시세반영률은 2018년 62.8%, 2019년 66.5%라고 발표했다. 이어 올해 공시지가를 시세대비 67.0%까지 현실화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경실련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나는 상황.

경실련은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공시지가 조작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현실화율을 70%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계획도 실현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매매가 1000억원 이상 빌딩 실거래가와 공시가격·공시지가 비교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매매가 1000억원 이상 빌딩 실거래가와 공시가격·공시지가 비교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30% 넘게 상승했고, 당연히 땅값도 폭등했다”며 “정부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환수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공시가를 현실화시키겠다고 했으나, 매년 발표되는 공시지가는 폭등하는 땅값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턱없이 낮은 공시지가로 재벌 대기업 등 건물주는 세금 특혜를 누려왔다”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29%(15건) ▲2015년 31%(9건) ▲2016년 36%(17건) ▲2017년 43%(17건) ▲2018년 34%(21건) ▲2019년 44%(23건) 등이었다. 

경실련에 따르면,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은 영등포구 위치한 여의도파이낸스타워다. 매각액은 2322억원이지만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은 729억원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31.4%,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21.8%에 그쳤다. 

보유세 특혜액이 가장 큰 빌딩은 지난해 가장 비싸게 거래된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이다. 거래금액은 9883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4203억원(공시지가는 3965억원, 건물시가표준액은 658억원)으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42.5%로 조사됐다. 

거래금액에서 건물시가표준액을 제외한 토지시세와 공시지가를 비교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38.4%에 불과했다. 보유세를 추정한 결과 토지시세 기준 보유세액은 64억원이었다. 

하지만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액은 24억원으로 40억원의 세금특혜가 예상되며, 102개 빌딩 중 세금특혜가 가장 많았다.

102개 빌딩 전체로 살펴보면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 총액은 584억원(실효세율 0.21%)이다. 실제 미국과 같이 시세대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보유세는 1682억원(실효세율 0.65%)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다. 

보유세 특혜도 1098억원이나 되며, 2005년 공시가격 도입 이후 15년간 누적된 세금 특혜만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1000억원 이상 거래빌딩 보유세 특혜 추정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낮은 공시지가 뿐 아니라 낮은 세율 역시 빌딩 보유세 특혜 원인으로 꼽았다. 

아파트 등 개인에게 부과되는 보유세율의 최고 세율은 2.7%다. 그러나 재벌 등 법인에 부과되는 보유세율은 0.7%로 개인이 4배나 높다. 더욱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68%인데 반해 빌딩의 공시가격은 46%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정부는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확충 요구가 나올 때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회피하고 있다”며 “그러나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해 재벌·대기업 등이 소유한 고가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징수한다면 서민주거안정 등 공익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현재 40%대에 불과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2배 인상한 8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 개혁조치 없는 선언적 발언으로는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검찰은 경실련과 민주평화당이 고발한 공시지가 조작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면서 “국민을 속이고 공시지가를 조작해온 개발관료, 감정원, 감정평가업자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