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지난 9일 본회의서 통과
금융·산업계 “신사업 발전 토대 마련” vs 시민사회단체 “도둑맞은 개인정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수집 및 활용이 가능한 개인정보 범위를 늘려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인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법안 발의 1년2개월 만에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데이터3법은 금융·산업계의 오랜 ‘숙원’으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서 향후 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된 셈이다. 

데이터 3법에 대한 국회 족쇄가 풀리자 산업계에서는 신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동안 개인정보 침해 등을 이유로 데이터 3법을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이 규탄 목소리를 높이며 개정법 폐기를 위한 헌법소원 등 후속 활동을 예고해 당분간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데이터 3법은 2018년 11월 법안이 발의된 후 ‘산업 발전’과 ‘정보인권 침해’라는 가치가 충돌해왔다. 하지만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던 데이터 3법이 처리됐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재석 151인중 찬성 116(반대 14, 기권 21), 정보통신망법은 재석 155인중 찬성 137(반대 7, 기권 11), 신용정보법은 재석 152인 중 찬성 114(반대 15, 기권 22)로 최종 통과됐다. 

데이터 3법의 핵심은 ‘가명정보’를 산업적 연구 및 상업적 통계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개인동의 없이 허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암호화 처리한 정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AI 등 신기술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금융업계는 오픈뱅킹 등 핀테크 혁신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수 있고, 바이오·헬스 등 의료분야 역시 AI 진단 등 혁신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같은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제도를 갖춘 나라를 ‘적정성 결정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 법안 통과로 우리나라도 적정성 국가로 인정받으면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데이터 3법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의 정보인권 포기한 국회”라며 국회의 법안 처리에 대해 규탄했다. 

참여연대·건강과 대안·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무상의료운동본부·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민주노동조합총연맹·서울YMCA·소비사시민모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보건의료단체연합·의료연대본부·진보네트워크센터·한국소비자연맹·함께하는시민행동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는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회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 단체는 “2020년 1월9일은 정보인권 사망의 날”이라며 “인간성의 일부인 개인정보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넘겨버린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가 기어이 데이터 3법을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호장치 없이 그대로 통과시켰다”며 “이제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제대로 된 통제장치 없이 개인의 가장 은밀한 신용정보, 질병정보 등에 전례 없이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관리하도록 국회가 길을 터줬다”고 지적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과 건강과 대안·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등 13개 시민사화단체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데이터3법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과 건강과 대안·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등 13개 시민사화단체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데이터3법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들은 “경제 논리는 인권에 우선할 수 없으며, 게다가 경제적 기대효과는 추정만 난무하지 실체도 없다”면서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는 법률을 제·개정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 보호라는 책무을 실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국회의 입법권을 오히려 국민 인권을 침해하는데 쓴다면, 존재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데이터 3법 개악은 20대 국회 최악의 입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한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데이터 3법은 2011년 제정이래 유지돼 왔던 개인정보보호의 기본 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이라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이들은 “국가 개인정보보호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그동안 정부는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정보주체의 동의 및 목적명확성의 원칙, 최소수집의 원칙이라는 기본 전제들을 와해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데이터 산업이 커질 경우 정보주체인 국민들은 개인정보 권리 침해, 데이터 관련 범죄 증가, 국가와 기업의 국민 감시 및 차별 심화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나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아는 사람은 나를 약간 통제할 수 있고,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나를 거의 대부분 통제할 수 있다’라는 말이 현실이 될 것”이라며 “기업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손쉽게 고객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국민이 기업에 대응할 법률적 수단은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늘 통과된 법안은 정보인권침해 3법, 개인정보도둑 3법이라 불릴 것”이라며 “법개악에 반대해온 우리 시민사회노동건강소비자운동단체들은 헌법소원과 국민캠페인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 개정된 정보인권침해 3법의 재개정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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