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임 후 ‘예보료 인하’ 최우선 목표 선포..이행 성과는 사실상 無
경제관료 출신 한계 지적..금융당국과 여전한 입장차에 업계 입지 ‘흔들’
중앙회 측 “여러가지 논의 필요..단시간에 결과 도출할 수 있는 과제 아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취임 전부터 ‘공정성 시비’, ‘관치(官治) 회기’ 우려가 제기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경제관료 출신인 박 회장은 지난해 선출 직후 저축은행중앙회장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타 금융사 사외이사 자리를 내려놓는 등 결단을 보였음에도 불구, 규제완화 1순위로 꼽은 예금보험료 인하 문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저축은행 규제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으나 금융당국이 그의 목소리를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중앙회장 선출 당시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그가 금융당국과 업계 간 의견차를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행보도 정부 당국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리는 실정으로, 취임 2년차를 맞고 있는 현재 박 회장의 입지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 캡쳐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사진=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 캡쳐>

◆저축은행업계 “예보료 인하해달라” 당국에 호소

1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타 업권보다 높은 예보료율 현실화가 숙원사업 중 하나다. 저축은행이 파산 시 예금자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매년 내는 예보료율은 0.4%로, 2011년 7월 0.4%로 정해진 후 변동이 없다.

저축은행 예보료율은 은행(0.08%)보다 5배, 보험사(0.15%)보다 2.7배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위원회는 예보료 산정시 예금담보대출과 보험약관대출을 제외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총 5000만원 예금 중 예금담보대출 1000만원이 있는 경우, 예금보험금 지급대상으로는 1000만원의 대출금을 제외한 4000만원으로 정해놓고 예보료 부과대상은 5000만원 전체로 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예금보험금 지급대상인 4000만원에 대해서만 예보료를 내도록 개선한다는 것.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 같은 예보료 부과기준 개선안 발표에도 업계는 예보료 부담 완화 효과가 연간 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재 0.4%인 예보료율을 최소 상호금융 수준인 0.2%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고정이하여신비율 개선 등으로 자산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예보료율 인하 요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당시 고정이사여신비율이 25%로 자산건전성이 나빴지만 현재는 4~5%대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저축은행 예보료율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의 호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예금보험공사는 그간 업계의 예보료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

저축은행 사태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 27조원을 모두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여전히 타업권에서 저축은행 특별계정에 예보료를 넣고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취임 2년차 박재식 회장, ‘예보료 인하’ 공약 이행 지지부진

예보료 규제 완화를 두고 당국과 업계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저축은행업계 수장인 박 회장의 역할에 실망감을 표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는 전언.

지난해 1월21일 취임한 박 회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지난 1년간 디지털 뱅킹의 성공적 오픈과 DSR 관리기준 완화, 해외송금 업무 허용 등 영업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지만, 그러나 취임과 함께 최우선 목표로 선포한 예금보험료 인하 성과는 사실상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모피아 출신 수장의 한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관료 출신 수장이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중앙회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정부와 당국의 정책에 순응하고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

회장 선출 당시 저축은행중앙회는 박 회장에 대해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근무시절 저축은행을 담당한 경험이 있어 업계의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회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또한 박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경력도 있다.

당시 관료 출신 인사가 회장에 추대된 것에 대해 당국과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업계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반면 ‘낙하산’, ‘관치 회귀’ 우려를 낳았던 것도 사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은 중앙회장 당선 직후 KB국민카드와 AIA생명보험 사외이사직을 내려놨다.

중앙회장직과 금융사 사외이사직을 겸직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이중으로 임금을 수령하는 만큼 업무 집중도에 대한 우려와 공정성 시비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사외이사직 사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회장은 후보시절부터 내세운 ‘예금보험료 인하’ 공약 이행과 중앙회장으로서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고 지난 1년을 달려왔지만, 이 결단에 대한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 캡쳐
<사진=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 캡쳐>

◆모피아 출신 수장의 한계?..관치금융 논란 재점화

특히 박 회장이 저축은행업계 의사를 반영해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당국에 건의하겠다는 목소리를 매번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 정작 이행에 대한 평가는 낮다는 점은 말로만 업계의 편에 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   

업계 숙원 과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요원한 상태인 가운데 3년 임기 중 2년차에 돌입하는 박 회장이 과연 회원사들 사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관련,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공공뉴스>에 “예보료 인하 문제는 어려운 과제”라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예보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박 회장이) 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권 및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문제 등이 있는 만큼 여러가지 논의가 필요하고 단시간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예보료 인하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며 “그간 수면 아래에 있었던 문제(예보료 인하)를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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