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 17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4차 공판 진행
재판부 “삼성 준법감시 양형 반영..삼바 의혹 증거 채택 안해”
특검 “이재용 봐주기?..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진행해야” 불만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 구성안 발표 이후 진행된 첫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모습이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17일 열린 공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검토해 양형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

또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사건 관련 기록들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 일각에서는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이 향후 판결에서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준법감시위의 권한과 관련된 준법경영안을 재판부에 의견서로 제출하고 삼성 준법감시위의 향후 활동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준법감시위 목표는 최고 경영진 위법행위 재발을 막고 준법 문화를 삼성 내 정착시키는데 있다”며 “최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준법감시위를 설치함으로써 조직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등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3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요구, 실효적인 준법감시제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후 삼성은 준법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한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를 신설한다고 이달 9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실질적으로 운영된다는 조건 하에 양형에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독립적인 제3자 전문가 3명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제정해 삼성 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심리위원은 재판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변호인 측이 각 1명씩 추천한다.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지정했으며, 검찰과 변호인 측도 이달 31일까지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하지만 특검 측은 “재벌 지배구조 혁신 없이 준법감시제도만으로 양형 사유를 논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항간에서는 준법감시위 도입에 따른 재판 진행 경과를 보고 ‘이재용 봐주기’ 명분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면서 “피고인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날 특검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자료에 대해 증거 신청 기각 결정을 내렸다.

특검 측은 1차 공판 당시 검찰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기록 일부를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언급했다. 

검찰 수사는 외관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이지만, 본질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을 규명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핵심으로, 특검은 해당 수사 내용을 증거로 제출해 이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한 청탁의 대상으로 개별 현안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이는 이 재판 심리의 쟁점이 아니고 공소사실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기각을 요청했다. 

만약 법원이 해당 증거를 채택했을 경우,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이와 관련, 재판부는 “승계작업에서 이뤄진 각각의 현안과 대가관계는 입증할 필요가 없고 추가 증거조사도 사실 인정이나 양형 측면에서 모두 불필요하다”며 결론적으로 이 부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재판부는 내달 14일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전문심리위원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양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