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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같은 각도 다른 시선
#반려동물 보유세:“책임감 강화” vs “유기견 증가”→공론화 통한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2020. 01. 19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반려견 2마리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최근 깜짝 놀랄 만한 기사를 읽게 됐다. 매년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비용이 늘어나자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보게 된 것.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어느정도 공감은 하지만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유기견과 유기묘들이 줄어들지는 의구심이 들었다. 오히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 A씨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앞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유기견, 유기묘들을 대하는 인식부터 제대로 개선된 후 사람들의 인식이 그만큼 넓어지고 깊어졌을 때 마련돼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사람들에게 돈을 부과하라 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키우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A씨는 이번 정책이 제대로 수정·보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높여볼 예정이다.

지난 2018년 3월16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열린 ‘렛츠 봄봄 입양파티’에 유기견들이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3월16일 서울 마포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열린 ‘렛츠 봄봄 입양파티’에 유기견들이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성숙한 동물보호와 동물복지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동물보호·복지 정책 방향을 담은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의무를 강화하고 동물 유기와 학대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보유세 관련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 정부, 반려동물 ‘보유세·부담금’ 검토한다

최근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통해 오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해마다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가 늘면서 관련 비용이 증가하자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주인이 잃어버린 반려동물이 연간 12만 마리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유기·유실된 반려동물의 수는 12만1077마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331마리의 개·고양이가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어버린다는 얘기다.

유기동물이 늘어나면서 구조·보호 비용을 포함한 운영비도 덩달아 늘어났다. 2018년 동물보호센터 운영비는 연간 200억4000만원이 소요돼 전년 대비 28.9% 증가했다. 운영비용은 ▲2015년 97억5000만원 ▲2016년 114억8000만원 ▲2017년 155억5000만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을 통해 거둬들인 돈으로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와 전문기관 설치·운영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세금을 부과할 경우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책임감 없는 반려인의 입양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보유세로 인한 논란이 거세지자 16일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은 확정된 바가 없다”며 “2022년부터 관련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보유세나 부담금 도입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다”며 “유실·유기동물 보호, 반려동물 편의시설 확대, 반려동물 관련 민원 해결, 의료비 부담 완화 등 각종 행정 서비스 요구가 지속 증가하고 있어 동물 보호 및 복지 예산 또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동물 보유세 부과를 통해 사회적 비용의 책임을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부과하고 있고 반려동물 소유자와 동물의 권리 또한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2017년부터 모든 반려인에게 강아지세로 불리는 ‘훈데스토이어’(Hundesteuer)를 부과하고 있다. 지역과 견종마다 차이가 있으나 강아지 한마리당 연간 약 100유로(13만원) 가량의 세금이 부과된다.

특히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훈데스토이어를 도입한 해에만 약 1100만유로(142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도 마찬가지다. 반려견 1마리를 키울 경우 반려인이 연간 약 116유로(15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반려동물 보유세 관련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반려동물 보유세 관련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반려동물 키우면 세금 낸다고?”..보유세 두고 갑론을박

정부의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움직임과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다. 관련 계획이 공개된 이후 찬반 여론 들끓는 상황에서 찬성과 반대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 없는 ‘반려동물 세금’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연초부터 반려동물 가족들은 세금폭탄 예고장을 받았다”며 “국민의 다수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세금부터 부과한다면 국민적 조세저항으로 사회적 갈등만 유발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은) 사회적 파장이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부 관료 몇몇 모여서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려동물 보호세는 2006년에도 이미 법안이 제출된 적이 있지만 부정적 여론으로 폐기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사회적 합의 없이 세금만 부과한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비용 부담만 높아져서 오히려 유기견만 더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세금 부담으로 인해 유기동물에 대한 분양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의료보험 등 기본적인 제도조차 정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세금부터 부과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얄팍한 욕심만 드러내는 처사”라며 “정부는 천만 반려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애견인들과 애묘인들로부터도 세금을 걷으시겠다네”라며 “있는 대로 박박 긁어서 자기들 마음대로 쓰겠다는 게 이들의 속셈이다. 큰 정부 운영해서 자기들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좌파들의 가렴주구”라고 비판했다.

반면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소유물을 의미하는 ‘보유세’보다는 ‘양육세’라는 표현이 좋다면서도 이번 정부의 검토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 교수는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동물 양육세의 기본적인 취지는 책임지고 생명체를 내가 키운다는 문화다. 그리고 일정 부분을 우리가 키우는 분들이 오히려 능동적으로 우리가 돈을 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 사회는 동물을 싫어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그런데 여러 가지 지자체건 국가건 동물 관련된 정책을 수행한다는 얘기는 결국 그분들 세금을 사용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동물복지 문제가 개선되는 현실인데 그분들의 돈까지 사용하느냐 이런 논란이 일어나니 오히려 동물에 대한 배려가 어려워지기도 한다”면서 “보유세를 도입해서 그 돈을 동물복지에 사용하거나 유기동물을 방지하는 데 사용된다면 전 긍정적”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특히 우 교수는 ‘보유세’라는 표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보유세라는 표현이) 생명체가 아니라 물건의 소유물을 뜻하는 것 같다”며 “집행의 전제가 돼야 할 것들은 이러한 반려동물에 대한 등록제가 제대로 보급돼야 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보유세에 찬성하는 측은 ‘수익자 부담’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려동물이 공공시설을 분뇨 등으로 훼손했을 때 반려동물이 없는 이들까지 원상 회복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재 유기견·유기묘 처리에 드는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하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즉, 유기동물이 많아지면 비용은 더 늘어나고 세금을 걷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을 통해 경제적 이익이 생기지 않는데도 세금을 징수하는 건 세금의 기본 정책에 반하다는 게 반대 측 입장이다.

각종 세금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분간 찬반논쟁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동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식품부>
윤동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식품부>

# 동물복지, 동물 보호의 시작

한편, 정부가 내놓은 동물복지 종합계획에는 반려동물 보유세 외에도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는 등 동물권 보호를 위한 내용이 담겼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에서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는 경우,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동물을 죽이는 경우,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는 행위로 죽이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경우 등을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종합계획에서 학대의 정도가 심해 동물이 사망한 경우를 물리·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힌 경우와 분리해 처벌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징역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벌금 규모 역시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높였다.

또한 동물을 소유한 사람의 사육 관리 의무도 구체화한다. 집 안에서 짧은 목줄 등으로 묶어 행동을 심하게 제약하거나 빛이 차단된 어두운 공간에 감금한 경우 등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동물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고 수강 명령(범죄자를 교도소에 구금하는 대신 일정 기간 보호 관찰소나 지정 전문 기관에서 교육받도록 하는 제도)을 처분한다.

이와 함께 등록대상 동물을 내년부터 모든 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고양이 등록 시범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33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고양이 등록 시범사업은 올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도 시행되고 내년부터는 전국 광역시도, 2022년부터는 인구 50만 이상 지자체까지 확대된다.

유기동물과 학대받는 동물에 대한 구조 체계도 개선된다. 유실·유기동물 구조와 보호 비용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려나가는 한편 내년부터는 광역 지자체 단위의 포획반 구성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는 직접적인 상해나 신체적 고통이 확인돼야 동물이 격리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동물이 학대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가 주인으로부터 해당 동물을 격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놓고 반발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 정책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각자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뿐 저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다만 정부가 의견 수렴,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인 만큼 보유세 도입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반려동물 보유세든 부담금이든 한국 동물복지 정책의 중대한 사안인 만큼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건설적인 의견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그저 반대만을 위한 반대, 찬성만을 위한 찬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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