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측 ‘킹크랩 시연회 참석’ 판단에 당혹..法 “공모 여부 추가 심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에 김 지사 측은 “시연회는 없었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고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공모관계에 초점을 맞춰 추가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21일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항소심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예정됐었지만 재판부는 전날(20일)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김 지사 주장과 달리 특검이 상당 부분 증명을 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김 지사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김씨, ‘둘리’ 우모씨 등 진술증거를 제외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2016년 11월9일 김 지사가 김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비진술적 증거들, 당일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을 제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후 새로운 결정적 증거에 의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 지사 측에 이 같은 잠정 결론을 바꿀 만한 결정적인 자료가 있다면 제출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잠정적인 결론을 바탕으로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통한 댓글순위 조작활동에 대한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법리에 비춰 볼 때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들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서 추가 심리를 더 하지 않고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쟁점에 관한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돼야 김 지사에게 억울함이 없고 그 책임에 더 부합하는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특검이나 국민 입장에서도 김 지사의 관여 정도에 대한 정확한 실체 파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사건을 재개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킹크랩 시연에 김 지사가 참여했는지 여부 등은 더 이상 주된 심리대상이 아니다”라며 “향후 심리결과는 김 지사의 죄 성립 여부, 책임 정도,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를 위해 ▲‘김 지사가 드루킹의 킹크랩 시연을 본 뒤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는 드루킹 진술 신빙성에 대한 자료 ▲김 지사와 드루킹 관계에 대한 자료 ▲김 지사의 19대 대선 역할 담당과 포털 등 온라인 여론형성과의 관련성 등 8가지의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의 잠정 결론에 김 지사 측은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다소 의외의 재판부 설명이라 약간 당혹스럽다”며 “지금 재판부는 킹크랩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고 잠정 판단하는 것 같은데 변호인들 생각과 굉장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정적인 심증 개시여서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며 “앞으로 시연 부분에 대해 진전된 자료나 의견을 가지고 재판부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의 다음 기일은 오는 3월1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김 지사는 김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의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000여개에 총 8840만여회의 공감·비공감(추천·반대) 클릭신호를 보내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이 경남지사로 출마하는 6·13 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김씨의 측근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는다.

1심은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뒤 김 지사는 법정구속 됐지만 지난해 4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됐다.

2심 결심공판에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의 업무방해와 관련한 혐의는 징역 3년6개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2년6개월 등 총 징역 6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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