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최초 ‘성전환 부사관’, 결국 강제 전역
軍 최초 ‘성전환 부사관’, 결국 강제 전역
인권위 전역심사 연기 권고에도 강행..“관련 법령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1.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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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육군이 남성으로 입대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부사관에 대해 강제 전역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말 휴가기간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하사는 ‘여군 복무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함께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육군은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A하사에 대해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A하사의 전역을 결정했다.

앞서 A하사는 지난해 휴가를 나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부대에 복귀했다. 이후 군 병원에서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받았고 군 병원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A하사의 긴급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인권위 조사 3개월 뒤로 전역심사를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군은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는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은 성별 정정 신청 등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역심사위원회가 ‘복무적합’ 판정을 내렸을 경우 A하사는 남은 복무기간(약 2년) 동안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A하사는 남은 근무기간뿐만 아니라 장기 근무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육군이 강제 전역 일자로 지정한 23일 24시까지만 군인 신분이 유지된다.

이에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A하사는 “성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다”며 군 복무를 계속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육군의 전역 결정이 내려진 직후 A하사는 이날 군인권센터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A하사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꿈을 이뤄내는 과정이 늘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며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남성들과의 기숙생활도, 가혹했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 등도 이겨냈지만 그에 비례하면서 제 마음 또한 무너져내렸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며 “젠더 디스포리아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공무를 계속하는 동안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며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계속 억눌러왔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 정정 과정을 거치겠노라 마음을 먹었다”며 “소속 부대에 저의 정체성에 대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막상 밝히고 보니 마음은 후련했다”고 털어놨다.

A하사는 “제가 계속 복무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또한 그 생활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라며 “이런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저를 배치한다면 시너지효과 또한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군이 트렌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군은 계속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보하는 중”이라며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 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다”며 “저는 미약한 한 개인이겠으나 이 변화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술하고 계속 복무를 할 수 있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했다”며 “저의 성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제게 그 기회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연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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