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자 첫 2만명 돌파..전체 21.2% 차지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쓰는 ‘용감한 아빠’들이 늘고 있다.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 직장인이 눈에 띄게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선 것. 육아휴직 사용자 5명 중 1명은 아빠였다는 얘기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자녀가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 주겠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육아휴직 대상 및 급여 확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22회 대구 베이비&키즈페어가 열린 지난해 3월29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육아 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육아휴직 5명 중 1명은 ‘아빠’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2297명으로 전년(1만7665명)보다 26.2% 증가했다. 또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는 전년(9만9198명)보다 6.0% 증가해 10만5165명을 기록했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한 비율은 21.2%로 전년 대비 3.4%포인트 증가한 것.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20%를 넘은 것도 처음이다.

다만 남성 휴직자의 절반 이상은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로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있었다.

지난해 기업규모별 남성 육아휴직자 수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이 1만2503명으로 전체 남성 휴직자의 56.1%를 차지했다. 반면 300인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남성 육아 휴직자는 9794명으로 전체 남성 휴직자의 43.9%였다.

그러나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율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높았다.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은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년보다 19.1% 증가했으나 300인 미만 기업은 36.6% 늘었다. 10인 미만 기업의 경우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율이 47.5%에 달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고용부는 전망했다.

또한 지난해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를 이용한 직장인은 9796명으로 전년(6611명)보다 48.2% 급증했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란 한 자녀에 대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쓰는 사람의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남성의 자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자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만 8세 이하 직장인이 하루 1∼5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정부가 임금 감소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민간 부문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자는 5660명으로 전년(3820명)보다 48.2% 증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자 가운데 남성은 742명으로 전년(550명)보다 34.9% 늘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자 증가율도 300인 미만 기업이 50.3%로, 300인 이상 기업(42.3%)보다 높았다. 10인 미만 기업의 증가율은 61.9%에 달했다.

이는 육아휴직을 포함한 모성 보호 제도 이용자의 증가세는 부모가 육아 부담을 함께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한 결과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육아휴직의 경우 지난해부터 첫 3개월 이후 급여 수준이 통상임금의 40%에서 50%로 높아졌고 상한액도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됐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의 상한액도 지난해부터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랐다.

아울러 내달부터는 한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을 부모가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직장인에 대해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사진=뉴시스>

◆직장인 72% “육아휴직-저출산 해소, 밀접한 관련 있다”

한편,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유연한 육아휴직 사용과 저출산 해소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74명에게 ‘육아휴직과 저출산 문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4%가 ‘유연한 육아휴직 사용과 저출산 해소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답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밀접하다’ 42.5%, ‘매우 밀접하다’ 28.9%, ‘밀접하지 않다’ 22.7%, ‘전혀 밀접하지 않다’ 5.9%로 집계됐다.

각종 정책들 중 저출산 해소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어느 것도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34.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마련’이 27.3%로 2위에 올랐고 ‘전세자금 대출 및 임대주택 제공’(20.9%), ‘노동시간 단축 및 육아휴직 확대’(12%)가 뒤를 이었다.

특히 직장인들은 우리나라 저출산 위기에 대해 ‘심각하다’(55.4%)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심각하다’도 32.4%로 높게 나타난 반면 ‘전혀 심각하지 않다’와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각각 7.8%, 4.6%에 불과했다.

아울러 직장인의 67.7%가 ‘현재 또는 미래에 출산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 중 절반이 ‘결혼 후 아이 없이 혹은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서’(49.8%)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경제 불황으로 육아가 부담되서’(37.6%), ‘권고사직 등 고용상 불이익이 우려되서’(8.3%), ‘임신·출산 과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3.2%)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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