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일부 직권남용죄 다시 따져야”..사건 파기환송
예술위 명단 송부 행위 등 ‘의무 없는 일’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 판단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특정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대부분은 원심대로 유지됐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 별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지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 피고인 7명의 사건을 일부 무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직권남용죄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첫 판단. 이 사건은 2018년 7월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1년6개월간 심리가 이어졌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의무 없는 일’ 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대법은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정부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 등이 박 전 대통령 뜻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도록 한 것은 직권을 남용했다는 판단이다. 

다만 문체부 등에 블랙리스트 명단을 보내도록 하거나 공모사업 심의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게 한 행위를 직권남용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대해서는 “‘의무 없는 일’에 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단순한 명령 전달과 심의 상황 보고는 종전에도 이뤄졌던 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으로 인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 공무원이 그같은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법원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퇴임한 이후에는 직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퇴임 후 이뤄진 범행에 대해서는 공범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따라 퇴임 이후 행위까지 포함한 원심 판단도 잘못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은 2018년 1월 2심 선고 후 2년 만이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재판부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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