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숙 칼럼] 신년기획칼럼 ③ 이념갈등, '갈등의 균열'을 먹이로 성장하는 '정치적 셈법'의 산물
[박신숙 칼럼] 신년기획칼럼 ③ 이념갈등, '갈등의 균열'을 먹이로 성장하는 '정치적 셈법'의 산물
  • 박신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3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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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박신숙 칼럼니스트] #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양한 갈등을 토해 내고 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갈등 수준이 ‘심하다’고 평가하는 의견은 80%에 달했다. 한국 성인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각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향후 한국사회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갈등으로 보고된 2018년 한 여론조사에서는 계층갈등(32.2%)과 젠더갈등(19.1%)이 그동안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갈등 요소로 기능했던 이념갈등(18.9%)과 지역갈등(3.1%)을 제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언론에 자주 언급된 세대갈등도 8.7%로 녹록지 않은 갈등 지점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세대, 이념, 젠더, 계층 간 다양한 갈등의 프리즘을 통해 갈등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지 새해 화두를 던져보고자 한다.

# 갈등의 롤러코스트, 이념갈등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 전반에서 이념은 중요한 사회적 균열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둘러싼 이념 갈등이 한국사회의 담론 형성 및 정치의 장을 ‘장악’하면서 무수한 이슈들을 지나치게 부각하여 토해내고 있다.

최근 한 연구소의 ‘2019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88.4%가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하면서 이념갈등이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부상했다.

이는 2018년에 조사한 계층갈등, 젠더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순위와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불과 고작 1년 사이에 이처럼 이념적 간극이 변화무쌍한 것은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립셋과 로칸 교수는 사회적인 갈등은 그 사회가 거쳐온 역사적인 과정에서 기인한 구조적인 원인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구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에 좌우 이념 간의 대립으로 나타나 현재까지 동결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들을 거치면서 각 시기별로 지배하는 담론이 민주와 반민주, 성장과 분배 등의 대결구도를 경험하면서 이념갈등이 형성되었다.

이념갈등의 근저엔 정치 엘리트 집단의 정치적 셈법이 정략적으로 깔려 있다. 일반 유권자인 국민의 성향은 중도층으로 점차적 통합이 되어 가는 반면에, 정당의 구성원인 의원들의 성향은 이념적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갈등의 주범이 되고 있다.

여기에 언론까지 동조하면서 국민들을 이념 학습의 장으로 끌어들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과 상반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광화문 집회만 보더라도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의 이분법적 스펙트럼의 경계 짓기에 매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는 각자의 성을 견고히 하는 편 가르기식 배타적 행태로 일관하면서 타협하고 절충하는 소통의 채널이 점점 좁혀지는 이른바 ‘정치 실종’ 시대에 직면해있다.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가 강조하는 자유, 성장, 경쟁, 효율의 가치와 진보가 주장하는 평등, 분배, 복지, 형평의 가치가 건강한 경쟁을 통하여 상호 절충점을 찾아가는 대국의 묘미야말로 민주주의의 꽃길이랄 수 있다.

어느 한쪽이 결코 절대선일 수 없음에도 각자의 브랜드 네임에 목매는 것은 그야말로 민주주의 역행하는 망국적 행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이념갈등이 심각한 이유는 갈등의 양상이 이념의 향방에 따른 정책의 차이라기보다는 정체성을 둘러싼 근본주의적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정체성으로 기인한 갈등 자체가 정책적 차이에서 야기되는 갈등보다 조정과 타협이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숙지할 필요가 있다.

정체성에 기반한 이념갈등이 경제적 이해와 맞물려 분출하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는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존재한다.

정치는 갈등의 균열을 먹고 자란다. 갈등 과정을 거치면서 타협과 조정을 통해 절충의 꼭짓점에 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피아를 경계 짓는 이분법적 독해에서 공존의 사고로의 담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보수는 진보의 가치를 주목해서 더욱 윤택한 보수의 가치로 업그레이드하고, 진보는 보수의 가치를 인정하면 더 유연해진 진보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갈등 책임이 높은 기관으로 대다수의 국민은 국회를 지목했다. 곧 치러질 4월 총선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번 선거에서 차이가 빚어내는 긴장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가능성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서로의 진영 가치를 세련되게 차용할 줄 아는 매력적인 신진 정치인의 대거 입성이야말로 작금의 사회가 요청하는 시대적 해결책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설파했던 “정의는 갈등(justics is conflict)”이라는 현자의 명언이 현실화되는 그 날이 오기까지.

박신숙 칼럼니스트.
박신숙 칼럼니스트.

 

 

박신숙 칼럼니스트

정치사회연구소-갈등관리와 대안모색을 위한- 소장      

전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외래교수   

 

박신숙 칼럼니스트 ssp4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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