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 청약업무 이관..3일 오픈 첫날부터 서버다운 청약자 ‘불안’
법정단위 사용 안하다 지적 후 변경..정착 노력 중인 정부 노력에 찬물
기관 측 “평 단위 사용 미흡 인정..국표원으로부터 개선 의견 받고 수정”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부동산 시장 안정과 질서 유지를 위해 설립된 한국감정원이 새로 오픈한 ‘청약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약업무가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면서 감정원이 야심차게 준비한 청약홈이 최근 가동됐지만, 그러나 새 시스템 오픈 첫날부터 서버다운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청약자들의 ‘청약 대란’ 우려 등을 확대시킨 것.

더욱이 청약홈을 통해 아파트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면적을 법정단위인 ‘제곱미터(㎡)’가 아닌 일제강점기 때 도입된 ‘평(坪)’ 단위로 표기했다는 점도 일부 매체를 통해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현재는 단위가 ‘평’에서 ‘제곱미터’로 수정된 상태지만, 정부의 법정단위 정착 노력을 공기업이 앞장서서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이처럼 청약홈 오픈 시작부터 ‘졸속 이관’ 등 잡음이 끊이질 않자 “주택청약 업무 역량은 충분하다”며 높은 자신감을 보인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의 낯빛에도 어둠이 짙게 깔리는 모양새. 그간 일각에서 제기된 청약 업무 수행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실제 부작용으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 사진=한국감정원 홈페이지 캡쳐
김학규 한국감정원 원장 <사진=한국감정원 홈페이지 캡쳐>

◆한국감정원 청약홈 서비스 첫날부터 ‘삐끗’

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8시 기존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를 대신하는 새로운 아파트 청약시스템인 청약홈을 오픈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청약 업무의 공적 측면을 고려해 청약시스템 운영기관을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청약 신청자의 입력 오류로 인한 당첨 취소 피해를 최소화를 위한 결정으로, 청약홈은 운영 주체인 한국감정원과 1년6개월간의 준비 끝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다.

하지만 청약홈 서비스 개시 첫날부터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는 접속 장애 등 오류가 발생, 시스템 문제점이 노출되며 청약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측은 모의테스트 결과 청약홈 오픈 전날(2일)까지 프로그램 작동에 무리가 없었지만 서비스 오픈 당일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시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감정원은 이날 청약이 없었는데도 불구, 시스템 먹통으로 첫날부터 신뢰도가 땅으로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약홈 접속 장애가 예견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청약업무 이관을 위해 주택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지난달 설 연휴 직전 금융결제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점 때문. 

불과 2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시스템 이관 작업을 마친 것은 결국 ‘졸속 이관’이라는 비판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현재 청약홈은 정상 운영되고 있고, 첫날 시스템 먹통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약자들은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오는 13일 이후부터 청약홈을 통한 실제 청약접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만약 또 다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청약 대란’은 불가피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감정원은 청약홈 홈페이지를 통해 아파트 정보를 제공하면서 당초 면적을 법정단위인 ‘제곱미터(㎡)’가 아닌 일제강점기 때 도입된 ‘평(坪)’ 단위로 표기했다. 오른쪽은&nbsp;국표원으로부터 개선 의견 받을 받은 후 수정된 상태. &lt;사진=청약홈 캡쳐&gt;
한국감정원은 청약홈 홈페이지를 통해 아파트 정보를 제공하면서 당초 면적을 법정단위인 ‘제곱미터(㎡)’가 아닌 일제강점기 때 도입된 ‘평(坪)’ 단위로 표기했다. 오른쪽은 국표원으로부터 개선 의견 받을 받은 후 수정된 상태. <사진=청약홈 캡쳐>

◆일제강점기 잔재 ‘평(坪)’ 단위 표기..알았나, 몰랐나

뿐만 아니라 청약홈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인근 아파트 시세와 청약경쟁 정보를 제공하면서 평 단위를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로 꼬집는 시선도 있었다. 

평 단위는 일제강점기 때 도입된 것으로, 정확한 넓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특히 1961년 정부가 제곱미터를 법정단위로 사용하도록 계량법을 개정, 부동산 거래 시 제곱미터 사용을 도입한 지 60년 가까이 됐지만 관습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실정.    

때문에 정부에서도 홍보를 이어가며 법정계량단위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에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잔재 청산은커녕 부동산 전문 공기업이 정부 행보와 엇박을 내는 평 단위를 사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꼴이 됐다. 

다만 <공공뉴스> 확인 결과, 현재는 평이 아닌 법정단위인 제곱미터로 변경된 상태. 이 같은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자 한국감정원 측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평 단위 사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국가표준에 맞는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개선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어제(5일) 받아 표기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기가 국가표준과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평 단위로 돼 있어야 많은 분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추진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감정원 청약홈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감정원 청약홈 홈페이지 갈무리

◆김학규 원장 “청약업무 자신있어”..책임론 우려도

한편, 김 원장은 2018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청약업무가 가능하고 역량도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국감에서 아파트 청약업무가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는 이슈가 주요 관심의제로 떠올랐고, 이는 기관 설립 목적과 맞지 않을 뿐더러 한국감정원의 역량에 의심이 간다는 일부 의원들의 질타에 대한 김 원장의 답변이다. 

당시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청약업무 이관 문제를 두고 “능력도 안 되는 한국감정원의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본연의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으면서 왜 이런 큰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인원도 부족하고 금융관리·감독 업무 경험, 금융공동망이 미비해 주택청약 업무를 소하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런 의구심 속에서도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청약업무 이관을 추진했고,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김 원장의 자신감에 비해 그 첫걸음은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 

물론 서비스 구축 초기에는 안정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아직 실제적 피해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청약업무 시작부터 잡음이 이어져 향후 업무 진행 상황에 따라 김 원장의 책임론 마저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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