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2차 조사 결과 발표..5곳 중 4곳서 배터리 이상 확인
삼성SDI·LG화학 “제시된 근거, 화재와 직접적 인과관계 無”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 내리면서 배터리 업계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업계는 ESS 화재사고와 배터리와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분석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특히 정부의 이번 발표는 배터리 보호시스템·운영·관리 미흡 등을 화재 원인으로 본 1차 조사 결과와는 상반된 판단이다. 당초 업계는 직접적인 책임론에서 벗어난 상황이었지만, 그러나 2차 결과 발표로 적잖은 타격도 예상되는 모습이다. 

김재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조사단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재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조사단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4건에서 배터리 결함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조사단의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지난해 1차 발표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조사단은 작동환경과 가동 요건 등 복합적 원인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2차 발표에서는 ESS 화재사고 원인을 배터리 이상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충남 예산·경북 군위·경남 김해·강원 평창·경남 하동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를 조사했으며 결론을 내지 못한 하동을 제외한 4곳의 화재 원인은 배터리로 추정했다. 

예산과 군위 화재사고에서는 LG화학 배터리가, 김해와 평창은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됐다.

조사단은 ▲하동을 제외한 4곳이 배터리 발화 지점이라는 점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 때 나타나는 녹이 내린 흔적이 확인된 점(예산·군위) ▲화재 발생 전 배터리 간 전압 편차가 컸던 점(김해) ▲충전시 상한과 하한 전압 범위를 넘는 충·방전 현상이 나타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동에서는 2열로 구성된 ESS 설비 중 한쪽에서 절연 성능의 급격한 저하가 먼저 발견됐으며 이후 다른 한쪽의 절연 성능도 서서히 저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운영 기록상 배터리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내용은 없었다.  

조사단은 하동 화재의 경우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질이 접촉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화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ESS 추가 안전대책’을 내놨다.  

추가 대책에는 ▲옥내 80%·옥외 90% 충전율 제한 의무화 ▲옥내설비 재사용을 통한 옥외이전 추진(올해 6월 시범사업 실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모든 ESS설비에서 운영 데이터의 별도 보관을 위한 블랙박스 설치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철거·이전 등 긴급명령제도 신설 등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안전조치도 신속하게 완료하고, ESS 운영제도 개편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은 정부의 이번 ESS 화재사고 조사 결과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SDI는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의 배터리”라며 “지난해 말 조사단이 평창 및 김해 사이트에 설치된 배터리와 유사한 시기 제조된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사이트의 데이터와 제품을 요청했고, 사측은 인천 영흥, 경남 합천에 설치된 제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 중인 배터리 분석 결과라는 설명.

그러면서 삼성SDI는 “조사단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ESS 화재 발화지점은 배터리에서 시작됐지만,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라며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화재 원인의 근거로 지목된 큰 전압편차와 관련해서는 “조사단이 주장하는 큰 전압편차는 충전율이 낮은 상태의 데이터”라며 “이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양극판 내부 손상 등에 대해서는 “극미세의 스크래치로,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해 사업장 ESS에서 발견된 황색반점 등은 배터리 충·방전 과정 중 음극과 분리막 사이에서 활물질과 전해액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가스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일축했다. 

LG화학 역시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배터리가 ESS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했다. 

LG화학은 “지난 4개월 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 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다”면서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축물, 음극 활물질 돌기 등은 일반적인 현상일 뿐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조사단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조사단이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불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을 확인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이라며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됨으로써 배터리 내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LG화학은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된다 해도 저전압을 유발할 수 있지만, LG화학의 SRS분리막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리튬 석출물은 리튬이온의 전해질을 통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물질”이라며 “자체 실험을 통해서도 리튬 석출물 형성이 배터리 내부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군위 화재에서 발견된 음극활물질 돌기와 관련해서는 “음극판과 분리막 사이 이물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발견된 이물은 음극재 성분인 흑연계 이물로 화재로 이어지는 결함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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