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에도 경마 진행 반발, 내부선 잇단 자살 사건으로 ‘시끌’
靑 국민청원 “기수 이어 국민 생명도 위협”..인명경시 만연 지적
회사 측 “확진자 발생하면 조치..지하철 다 타지 않느냐” 황당 태도

[공공뉴스=유주영 기자]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의 ‘안전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국가 비상사태에 가까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기업들은 예정됐던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대책을 내놓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러나 마사회만큼은 전혀 개의치 않고 경마장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특히 최근 고(故)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기수들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안전 실태 등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마사회가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더해지며 마사회 신뢰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안전경영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안전제일주의’ 실천을 다짐했음에도 불구, 실제로는 돈벌이에 급급해 안전은 뒷전에 둔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마저 쏟아지는 형국이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뉴시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뉴시스>

◆靑 청원 “코로나 비상사태에 경마가 웬 말?”..국민 안전 ‘모르쇠’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죽음의 경마를 당장 중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신종 코로나 사태 심각성이 커지자 정부와 각 기관, 기업들이 저마다 조치를 취하며 감염병 확산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마사회는 이 같은 행보에 엇박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청원인 A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숨죽인 채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보건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의 위기 상황”이라며 “지금 정부와 각 기관들이 전염을 막기 위한 각종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축구협회는 2월 동계 축구대회를 취소하고, 각 대학들도 졸업과 입학식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A씨는 마사회가 주최하는 경마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경마를 유보해야 한다는 게 A씨의 주장.  

A씨는 “마사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천 차단’ 위해 열화상 카메라 구비 등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한다”며 “정말로 철면피 같은 태도가 아니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신종 코로나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지만, 아직 재난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경마를 계속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마공원 안에 열감지 카메라, 손소독제, 마스크를 비치하는 한편, 운영요원들도 항시 마스크 착용에 유의하고 있다는 입장.

아울러 이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서 위험하다는 법은 없다. (사람이 몰리는)지하철도 다 타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신종 코로나)확진자가 경마공원에 다녀갔다는 정황이 나오면 바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마사회의 안일한 태도는 국민적 공분을 더욱 키우고 있는 실정.

피해 예방에 힘을 쏟아도 모자란 상황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후 관련 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수만명에 달하는 방문객, 즉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기수·마필관리사 잇단 사망..인명경시 만연 지적

이 같은 마사회의 생명 존중에 대한 의식부재 문제는 이미 수차례 내부에서 발생한 기수들의 죽음으로 확인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마사회 경마 기수들의 열악한 처지를 고발하며 지난해 11월 극단적 선택을 한 故 문중원씨 사건으로 인해 마사회에 만연한 인명 경시 풍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확대된 상태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故 문중원씨를 포함, 지금까지 마필관리사와 기수 등 총 7명이 사망했다. 

현재 故 문중원씨의 시신은 사건 발생 70여일을 훌쩍 지나서도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마사회 앞을 지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에 따르면, ‘문중원 열사 민주노총 대책위원회’는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유족 보상 문제에 대해 마사회 측과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최근 2주 동안 양측 대화는 없었다. 교섭은 사실상 결렬된 상태인 셈.   

민주노총은 “문중원 열사가 자결한지 70여일이 지났음에도 마사회는 사태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면서 “김낙순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마사회 측은 “돌아가신 분(故 문중원씨)에 대한 유감과 조의를 표한다”면서 “책임자에 대해서는 책임소재 등 사실관계 파악 후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책임자 처벌과 유족 보상 문제 등에 대해 “경찰 조사 결론 후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기수들의 안정적 처우 문제 개선 및 사망 사건 재발방지 등과 관련해서는 “(노조 측과)합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제공 한국마사회 제공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대두되는 김낙순 ‘책임론’..안전경영 실천 의지는 공염불?

한편, 마사회에 쏟아지는 지적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결국 마사회가 사람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올 법한 분위기.

게다가 이 같은 부정적 시선은 마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것은 물론, 평소 ‘안전 경영’을 최우선으로 꼽은 김 회장의 이미지도 실추시키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민 신뢰 경영을 위한 내부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히며, 특히 고객과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1%의 부정적 가능성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안전 실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잇단 기수 사망 사건과 신종 코로나 사태 속 안전 방치 문제가 불거지며 김 회장의 외침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련의 잡음들로 일각에서 불거지는 김 회장의 책임론에 대해 마사회 측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 회장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는 입장. 

하지만 ‘안전은 신경쓰지 않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공기업’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김 회장이 바닥으로 떨어진 마사회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 지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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