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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상사의 지긋지긋한 성희롱
김소영 기자 (114@00news.co.kr)  2020. 02. 14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직장에서 불쾌한 신체 접촉,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다.

성희롱은 주로 수직적인 위계 구도, 직장 내부에서의 권력관계 때문에 일어난다. 가해자의 직위, 나이, 고용형태 등 우월성을 이용하는 것. 이 같은 행위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출장, 회식장소, 단체 채팅방 등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발생한다.

성희롱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심리적인 문제점을 만들어 업무능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직장 내 성희롱 구제·예방 시스템이 구비돼 잘 정착돼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사진=뉴시스>

직장 내 성희롱이 만연한 가운데 최근 직장 상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직원에게 “살찐다” “그만 먹어” 등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했다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A씨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이 같은 처분을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70여차례 꾸며 출장비를 타냈고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등의 징계 혐의로 해고됐다.

그는 음식을 먹으려는 여직원에게 “그만 먹어라, 살찐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옛 애인을 언급하면서 “그 호텔 잘 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을 얘기하면서는 “남자가 술자리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일을 만들었다”는 2차 가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1·2심 모두 A씨의 징계 혐의를 인정했다. 출장비를 허위·과다 수령하고 직원들에게 사적 용무를 시킨 혐의를 포함해 그의 발언 모두를 성희롱으로 봤다.

A씨의 성희롱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여성 직원이 ‘살찐다’는 말을 신체에 대한 조롱 또는 비하로 느꼈고 호텔 등의 이야기에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2차 가해 발언에 대해서도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으로 2차 피해를 야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주로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여가부가 지난 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200곳의 직원 9304명, 성희롱 방지업무 담당자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난 3년간 직장에 다니는 동안 본인이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로, 여성·저연령층·비정규직‧사회서비스업의 성희롱 피해 경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이 16.6%로 민간사업체(6.5%)보다 높았고 여성이 14.2%로 남성(4.2%)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9.9%로 정규직(7.9%)보다 높았다.

피해자 연령은 20대 이하(12.3%)와 30대(10.0%)가 가장 많았고 40대(6.0%), 50대 이상(5.0%) 순이었다.

성희롱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5.3%)가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2.7%) 등도 있었다.

성희롱 행위자는 ‘상급자’가 61.1%로 가장 많았고 ‘동급자’(21.2%)가 뒤를 이었다. 행위자의 성별은 대부분 남성(83.6%)이었다.

성희롱 발생 장소는 회식장소(43.7%)와 사무실(36.8%)이었다. 이에 따라 성희롱 방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 뿐 아니라 기관 기업체 차원에서 직장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희롱에 대한 피해 대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81.6%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기 때문. 그 이유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를 꼽았다.

성희롱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 내 문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조직의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낮은 신뢰,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나 행동 등으로 인해 또 다시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27.8%에 달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 민감성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계급과 위계로 인한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성희롱 재발방지 및 성평등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성희롱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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